From Editorials

[Ableton] Tiger JK: 이름을 버린 레전드

2022.04.05. Artists


K-POP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전통이라면 전통, 한국에서 랩은 첫 번째 코러스 뒤에 들어간다. 90년대부터 그랬다. 각본의 내레이션 혹은 책의 주석이랄까. 1995년, 타이거 JK가 LA에서 귀국해 데뷔 앨범을 발표했을 때, 방송 관계자들의 “녹음이 잘못됐다, 노래가 없다”는 반응은 당연했다. 그러나 2022년, 인기 TV 시리즈 <Show Me The Money> , 놀라운 재능의 아티스트들에 힘입어 힙합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이다. 타이거 JK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음악-단지 ‘New Release’가 아닌-을 발표하고 있다. 1995년, 기초적인 대화만 가능했던 한국어로 이제는 문법과 비문법의 경계를 넘나드는-꼭 시인이 그러하듯이-전혀 새로운 한국어 가사 또한 선보이고 있다. 이 인터뷰는 그의 가장 알려지지 않은 면, 프로듀서로서의 면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BIBI를 발굴한 Feel Ghood Music의 대표, 한국 역사상 최고의 랩퍼로 회자되는 윤미래의 남편, 다른 멤버가 모두 떠나고 2018년 10번째 앨범까지 지켜온 이름 Drunken Tiger를 버리는 충격적인 선택을 한 Tiger JK를 만났다.



드렁큰 타이거가 비트 메이커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른다. 

내가 무슨 곡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마치 나를 ‘바지사장’처럼 대한다. “이런 음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스튜디오에 누가 있지?” 묻는다. 애초에 곡을 살만한 돈이 없었다. 하하. 랩하기 좋은 룹이 필요했고 AKAI MPC로 시작했다. 바이닐에서 랩하기 좋은 브레이크를 찾고, 그 위에 다른 샘플을 얹어보고, 타임 스트레칭도 건드려보고.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비트를 만들었다. 


그게 90년대 힙합 프로듀싱의 역사지. 

MPC만의 Swing과 Quantization 덕분에 실수에서도 독특한 음악이 나왔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룹은 아니었지만 빨리 비트를 만들어서 랩을 얹고 싶었기 때문에. 하하.



조영남의 사랑이란을 샘플링한 Drunken Tiger의 Body, Body(깨달음의 작은 비밀) 


‘진정한 미는 마음 안에’에서 성재희의 ‘왜 그런지’, ‘Body, Body(깨달음의 작은 비밀)’에서 조영남의 ‘사랑이란’ 샘플처럼, 일련의 한국 음악 샘플링이 기억에 남는다.  

아버님이 물려주신 것과 내가 산 것들 다 해서 바이닐이 1만 장 가량 있다. 하지만 진짜 영감은 MC SOLAAR에게서 왔다. LA에서 그는 완전 신이었다. 프랑스어로 랩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멋있었다. 한국에서 한국의 소리로 샘플링을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그렇게 얻었다. 다만 옛날에는 샘플 클리어링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회사에서는 저작권협회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야 샘플 클리어링이 안 됐다는 걸 알고, 내가 다 클리어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아티스트의 자녀분까지 다 찾아서. 근데 그 당시에는 역시 이해받지 못했다. ‘된장힙합’, ‘뽕힙합’ 소리만 들었다.



성재희의 왜 그런지를 샘플링한 Drunken Tiger의 진정한 미는 마음 안에 


당신이 룹을 만들고 어느 정도 랩을 얹은 다음부터 프로듀서와 작업하나?

이것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아내 윤미래도 음악을 만든다. 드렁큰 타이거의 ‘우주’, '음주 랩핑’, ’하나하면 너와 나’ 모두 미래가 만든 곡이다. 우리는 음악작업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다. 예를 들어 매니저는 기타리스트, A&R은 피아니스트다. 우리 안에서 항상 ‘Song Camp’가 이뤄진다. 내가 룹을 만들면 다른 친구들이 하나씩 더해가면서 프로듀싱을 진행한다. 


다른 프로듀서에게 받는 곡은 어떤 기준이 있나?

우리 색깔이 너무 짙을 때 벗어나보려는 경우인데, 사실 곡을 받는다는 개념이 없었다. 과거 ‘무브먼트’ 크루부터 지금까지,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만든다. 예를 들어 무브먼트 크루는 모두 랩퍼이자 프로듀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한국의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을 수 없었다. 힙합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었으니까. 예를 들어 The Quiett가 “형 이런 룹 만들었어요” 가져오면 베이스 라인을 바꿔보자고 하거나 미래가 피아노를 더해본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때는 비트를 찍어서 돈 벌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우리끼리 돈거래를 한 적이 없다.



Drunken Tiger - 편의점 (feat. Gemini)


당신에게는 아주 성공적인 갈등이 보인다. 요약하자면 ‘나에겐 붐뱁이 편하고 자연스러운데 요즘 감각을 놓치지 않을 거야’ 같은.

나는 그저 힙합 광팬이다. 보사노바부터 얼터너티브까지 여러 가지 음악을 좋아했는데 진짜 좋아한 건  LA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다. Freestyle Fellowship 같은 팀들. 그들의 유니크한 비트나 단어로 장난치듯 만드는 가사를 좋아했다. 붐뱁을 고집한 적은 없다. 붐뱁으로 유명해지니까 그런 줄 아는데, ‘Freaky Deaky Superstar’, ‘편의점’, ‘이놈의 Shake it’ 처럼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오히려 트랩이나 정체불명의 비트에도 랩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비트에도 랩을 할 수 있다. 우원재 곡에 피처링했을 때 “제이케이가 하나의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박수 쳐주고 싶다”는 댓글을 봤는데 참 고마웠다. 나는 늘 새로운 걸 하고 싶다.


반대로 타이거 JK가 일관되게 보여준 건 레게, 댄스홀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 같다.

힙합에 빠지기 전 가장 좋아했던 장르가 레게였다. Eek-a-mouse를 좋아했고, 패션이나 비트의 영향도 컸다. 힙합을 하면서 그 취향이 숨기려야 숨길 수 없이 드러났다. 옛날에는 “쟤 왜 저렇게 쥐어짜면서 부르냐” 비아냥대곤 했는데, 이제는 Chance The Rapper에서 볼 수 있듯 레게 창법이 일반화됐다.


 Drunken Tiger - Monster (Korean ver.)


당신의 데뷔 때와 비교해 힙합의 위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오래 버티고 나니까 레전드라고 하는데, 나는 2009년 8집까지 방송 한번 잡기가 힘들었다. 서태지, BTS, 블랙핑크 같은 엄청난 스타 옆의 아주 조그만 자리를 얻기 위해, 오랫동안 소외감, 열등감과 싸워왔다. 하지만 항상 음반은 많이 팔렸다. 앨범을 낼 때마다 20~30만 장이 나갔고, 과거에도 주류가 아니었을 뿐 힙합 팬은 많았다고 생각한다. 가요가 아니어서 방송에 나오지 못했고 우리를 제대로 조명하는 매체가 없었을 뿐.


지금도 MPC로 작업하나.

아니, 전혀. 하하. 에이블톤 라이브를 쓰고부터.



언제쯤 바꿨나?

7집, 8집쯤, 그러니까 2009년쯤? 내가 정말 기계치여서, 노트북으로는 가사 정도만 쓸 수 있다. 정말 존경하는 프로듀서 The Loptimist의 영향이 있었다. The Loptimist가 만드는 그루브, 그 맛을 정말 높이 산다. 한국의 DJ Premier 혹은 J Dilla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샘플러로 작업을 하겠지, 얘는 ‘리얼’이다 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노트북으로 하네? 내가 한 일주일 걸려서 자르는 샘플을 15초 만에 잘랐다. “형은 랩에 좀 더 집중하고, 좋은 샘플 있으면 나한테 줘요. 10분이면 잘라줄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그때 에이블톤 라이브로 바꿨나?

아니, 사실 귀담아듣지 않았다. 하하. MPC로 만든 걸 녹음하려고 옮기려면 곡당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길고 지루한 시간이 항상 스태프들에게 미안했는데 어느 날 한계가 온 것 같았다. 컴퓨터 잘하는 사람들도 에이블톤 라이브의 색깔이 너무 달라서 되게 무서워하고 꺼리던 때였는데, 랍티미스트가 에이블톤 라이브 9을 깔아줬다. 신기하게도 그 시기 에이블톤 라이브를 쓰는 사람들을 자석처럼 만나기도 했다. 디제이 스멜스, 영상 감독 룸펜스, 계범주. 너무 초보적인 얘기지만, 세션 뷰 모드에서 샘플을 올리면 BPM이 자동으로 맞는 걸 보고 받은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하.


새로운 세상이 열렸겠다.

샘플 썼으면 좋겠다 싶어 골라놨는데 작업하기 어려울 것 같아 포기했던 음악들을 다 넣어봤다. 그렇게 “와, 이거 미쳤다” 중얼거리면서 신나있을 때 The Loptimist가 흐뭇한 표정으로 더 충격적인 걸 보여줬다. 코드 제너레이터, 비트 제너레이터. 이제야 나와서 팔리고 있는 것들을 The Loptimist가 7~8년 전에 Max For Live로 만들었다. 드럼 소스에 민감해서 그 부분이 가장 오래 걸리는데, 거짓말이겠지만 그 시간을 단축해보려고 만든 거라고 했다. 예를 들어 J Dilla의 드럼 소스에 다 값을 매겨놔서 98BPM으로 J Dilla 느낌의 비트를 원하면 그게 알아서 나온다. 대박이었다. 우리끼리 The Loptimist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하하.


어떤 하드웨어를 함께 쓰나?

Push도 있고 Novation Launchkey도 있고, MPD도 있고, Korg Nanokey도 있고, 함께 쓸 수 있는 하드웨어는 이것저것 많다. 근데 뭘 가지고 있느냐보다, 예를 들면 Novation Zero SL Mk2처럼 쓸데없이 샀다고 생각한, 언젠간 버리려고 했던 하드웨어를 에이블톤 라이브와 함께 다시 쓴다는 게 중요하다.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항상 바쁘니까 새벽이나 돼야 시간이 나거든. 유튜브, 커뮤니티에 팁 찾아다니고, 프리셋 연구하고, 무엇보다 내 용돈을 모두 여기에 쏟고 있다. 하하. 에이블톤 라이브를 시작하고 갑자기 음악을 잘하게 된 건 아니지만, 음악 만드는 게 훨씬 더 재밌어졌다. 어릴 때 MPC에 이런 기능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것들이 다 있으니까. 


에이블톤 라이브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뭔가?

세라토 샘플 플러그인을 가장 많이 쓴다. MPD 꽂고 MPC 때의 감성에 젖어 샘플 찹해서 칠 때가 가장 재밌다.



에이블톤 라이브 사용 후 음악 작업에서의 가장 큰 변화라면?

지금까지는 쿨하게 보이려고 얘기한 거고. 하하. 뭔가 떠오르면 바로 스케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미래가 나를 보면서 놀란다. 컴퓨터도 잘 못 하는 사람이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어내니까. 그래서 에이블톤 라이브로 엄청나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미래가 쳐다보면 손가락을 더 많이 움직여 뭔가 대단한 걸 하는 척한다. 하하.


윤미래는 뭘 쓰나?

미래는 Cubase를 쓰다가 더 빨리 만들고 싶다며 아예 Maschine으로 갔다. MPC로 안 되는 것들이 다 된다고 나한테 막 자랑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내가 에이블톤 라이브로 오라고 하고 있다. 하하.


에이블톤 라이브만큼 어쩌면 그 이상 커다란 음악 경력의 변화가 있었다.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10장의 앨범을 내고, 더 이상 ‘드렁큰 타이거’로서의 활동은 없을 거라고 선언했다. 어떤 배경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나?

나는 ‘어설픈 레전드’다. 빵 터져서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매체에 ‘스페셜’한 대우를 요구할 정도의 위상도 없다. ‘힙합 대부’, ‘레전드’라는 타이틀이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다. 나는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인데 ‘드렁큰 타이거 답지 않네’, ‘젊어 보이려고 애쓰네’ 같은 반응이 부쩍 많았다.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이 족쇄처럼 느껴졌다. 그 이름과 후광을 타임 캡슐에 넣고 싶었고, 그제야 편안해졌다. BIBI와 광고 음악을 하나 했는데, 밀리언 뷰가 터지고, “타이거 JK가 이렇게 멜로디컬한 MZ세대에 어울리는 랩도 잘하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관점이라는 안경이 참 무섭다. 하던대로 했는데, 이름을 없애니까 새로운 시도라고 본다. 드렁큰 타이거 앨범에서 이렇게 했으면 되게 욕먹었을 거다. 


에이블톤 라이브까지 더해져 음악이 놀이에 가까웠던 시기로 돌아간 기분이겠다.

정확하다. 처음으로 돌아간, 새로 시작하는 것 같다.


Tiger JK - Love Peace (호심술)


타이거 JK의 이름으로 첫 앨범을 계획 중인 걸로 아는데 어떤 방향이 될 것 같나? 

준비한 곡들의 색깔이 다 너무 다르다. 오히려 지금의 유행이나 흐름, 차트, 사람들의 평가를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만드는 걸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올해의 목표는 에이블톤 라이브로 스케치해놓은 비트들을 모아 비트 믹스 테이프를 내는 거다.


Published by Ableton

텍스트 및 인터뷰 by 정우영

Photos by Abi Raymaker

Follow Tiger JK on Instagram and via Feel Ghood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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