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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Sterling Sound의 시니어 마스터링 엔지니어, Chris Gehringer 인터뷰

2021.06.01. Artists

레이디 가가, 마돈나, 리한나, 두아 리파, 그리고 친숙한 레드 벨벳과 BTS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아티스트의 명곡들을 마스터링해온 Chris Gehringer <크리스 게린저>는 2000년에 Sterling Sound <스털링 사운드>에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13개가 넘는 그래미 노미네이트 앨범을 배출해냈습니다. 팝, 록, R&B, 힙합, 댄스, 재즈, 라틴 음악, K-Pop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놀라운 사운드를 완성해내는 크리스 게린저의 마스터링 철학에 대해 기어라운지가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기어라운지 (이하 GL):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해 GLMC20에서 좋은 강연으로 함께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굉장히 유익하게 봤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크리스 게린저 (이하 크리스) : 먼저 이렇게 다시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하면,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GL: 독자들을 위해 스털링 사운드와 본인에 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크리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스털링 사운드의 시니어 엔지니어이자 파트너인 크리스 게린저입니다. 스털링 사운드는 뉴저지와 내쉬빌에 위치한 상징적인 스튜디오입니다. 뉴저지 에지워터 스튜디오에는 6명의 시니어 엔지니어가 있으며, 전 세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GL: 크리스 게린저 님의 음악적 배경을 알고 싶습니다. 어떤 계기로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하게 되셨는지도요.

크리스: 어렸을 땐 시네마토그래퍼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음악에 빠져 있었고, 하루에도 몇 시간 동안 음악 감상을 하곤 했습니다. 10대 후반에는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제 친구들의 밴드나 다른 로컬 밴드의 라이브 사운드를 맡기도 했어요. 그러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The Institute of Audio Research (IAR)을 다니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린 스트리트 레코딩에서 일했고, 그런 다음 커리어를 바꿔 프랭크포드-웨인 마스터링에서 톰 코인과 허브 파워 주니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기 시작했죠. 1988년에 저희 모두 히트 팩토리로 이직하였고, 그곳에서 11년 동안 일했습니다. 당시 스털링 사운드는 첼시 마켓 빌딩에 새로운 스튜디오를 만들었는데, 그때 저에게 스털링의 새로운 세대의 일원이 되어주지 않겠느냐고 했죠. 스털링에서 일한지 이제 21년이 되었네요.


GL: 엔지니어에 따라 자신만의 색깔을 넣는 엔지니어가 있고, 철저히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주는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어느 쪽에 속하나요?

크리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항상 가장 좋은 사운드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믹스를 받으면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좋은 소리를 만들려고 해요. 대부분은 단순히 믹스를 다듬는 정도에서 마무리됩니다. 제가 먼저 나서서 전체를 리메이크하거나 리믹스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는 제가 받은 믹스의 사운드를 조금 더 좋게 만들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GL: 작업의 목표가 되는 자신만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간단히 표현한다면 어떤 사운드인가요?

크리스: 저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넓은 이미지와 다이내믹, 그리고, 주어진 음악의 특징을 최대한 강조하며 좋은 소리를 내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그 자체와 깊이에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GL: 마스터링은 뮤직 프로덕션의 가장 마지막 단계입니다. 현업 종사자들도 마스터링이라는 작업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마스터링이란 뮤직 프로덕션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목적을 갖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현대 음악에서의 마스터링 정의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크리스: 마스터링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가져다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프로세싱할 게 많건 적건, 원작자가 준 소재를 존중하며 더 낫게 만드는 것이죠.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어떻게 들리게 할지는 당신의 몫입니다. 여러 플랫폼에서도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하고, 아티스트의 의도에 맞게 듣는 이에게 최고의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해요. 단순히 레벨을 키우고 리미터로 뭉개는 것은 마스터링이 아닙니다.


GL: 오랜 논쟁거리로 자리 잡고 있는 라우드니스 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크리스: 라우드니스 워의 시작은 바이닐에 녹음된 것이 얼마나 큰지를 두고 겨루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클럽에서 12인치 바이닐을 각각 틀고 어떤 레코드가 더 크게 들리는지 비교했었죠. 바이닐의 라우드니스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레벨을 올리는 것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영역에서는 단지 에너지와 시간 낭비라고 느껴집니다. 사실 라우드니스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 레코드는 소리가 정말 커, 좋아!” “사람들이 그 건 소리가 너무 작대.”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도 이것이 전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레벨이 아닌, 그들의 노래, 믹싱, 프로덕션 퀄리티 등에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GL: K-Pop과 같이 극도로 높은 라우드니스를 요구하는 음악에서는 다이내믹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마스터링을 하시나요?

크리스: 사실 라우드니스가 높을수록 다이내믹은 감소합니다. 그래서 K-Pop처럼 소리를 더 크게 만들면서 다이내믹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레벨을 올리기 전에 다이내믹을 우선 확보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레벨보다 다이내믹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음악의 전체적인 레벨을 올리는 것은 다이내믹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제가 마스터링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보컬의 존재감, 목소리,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최대한 잘 전달하기 위한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GL: 한국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받은 수정 요청 중 99%는 소리를 더 크게 해달라는 것이 사실인가요? 단순히 소리를 키우기만 한다면 다이내믹의 희생이 불가피할 텐데 그럼에도 계속 그런 요청이 있나요?

크리스: 네, 왜냐면 모두가 똑같은 노래와 비교하고 있으니까요. 가장 큰 레벨의 노래가 있으면 모두가 그 노래와 비교해요. 재밌는 점은 그 노래가 수록된 앨범의 다른 트랙, 혹은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와는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히트곡들과 비교한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곡이 가장 최근에 크게 히트한 곡만큼 크게 들리길 원해요. 이 부분을 이해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데,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지만, 히트곡과 같은 레벨을 갖는다고 그 노래가 히트곡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죠.


GL: K-Pop과 아메리칸 팝을 마스터링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크리스: 사실,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단지 음악의 사운드를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고 그게 제 일입니다. 이 일은 장르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제가 힙합 트랙을 작업할 때 힙합하는 사람처럼 옷을 입고 하지는 않습니다. K-Pop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죠. 저는 오직 음악의 사운드와 프로덕션의 퀄리티 향상에 신경 쓰기 때문에 사실 저에게 장르는 의미가 없습니다.


GL: 곡의 라우드니스를 올릴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크리스: 리미터로 레벨을 올릴 때 다이내믹과 오디오에 손실이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레벨을 올릴 때 베이스, 킥, 스플래쉬 심벌 등 넓고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체크하며 이 모든 것들이 뭉개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원본에서 이 요소들이 가진 상대적인 다이내믹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레벨을 끌어올리세요.


GL: 지나치다는 것은 얼마만큼을 뜻하는 걸까요?

크리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영원히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곡이 다른 곡들과 비교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당신의 곡이 남의 곡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면 당신의 곡이 문제라고 생각할 건가요?

음악은 레벨이 아닌 퀄리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볼륨 노브는 어떤 시스템에도 있고, 누구나 쉽게 볼륨을 크거나 작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디오 퀄리티는 그럴 수 없습니다. 믹스를 통해서 끌어올려야 하죠. 저는 레벨보다 오디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앞으로의 논점은 "왜 모든 곡의 볼륨이 이렇게 커야 하는가?"에 맞춰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논점과 함께 스트리밍 레벨이 많이 바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GL: 곡이 가진 음향적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는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크리스: 저의 작업은 모두 선택으로 이루어지고, 그 선택의 대부분은 본능을 따릅니다. 본능적으로 음악의 소리가 어떻게 될지 결정하는 것이죠. 앨범을 틀어놓고 통째로 들으면서 이 음반의 색깔은 무엇인지, 어두운지 밝은지, 날카로운지 부드러운지, 그들이 저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음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머릿속으로 정리합니다. 가끔 포스트 잇에 적기도 하고 가만히 듣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앨범을 듣는 동안 모든 생각을 마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미 듣기 좋은 소리의 앨범이라면 굳이 이것저것 손댈 필요도 없습니다. 단순히 마스터링이 당신의 일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작업을 더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GL: 큰 히트를 이룬 BTS의 <Dynamite> 마스터링을 담당하셨어요. 

크리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BTS의 신곡은 BTS와 소속사는 물론 전 세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당시에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이 곡이 히트를 할 것이란 걸 바로 느꼈죠. 그러고 나서는 단순히 다이내믹과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노래가 매우 좋았습니다. (웃음)


GL: <Dynamite>의 밸런스, 레벨, 다이내믹은 만족하실 만큼 잘 나왔나요?

크리스: 물론이죠! 음원의 레벨을 조절하지 않았고 그대로 제작 과정에서 들려 드렸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GL: 최근 마스터링하신 BTS의 신곡 <Butter>가 세계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스: BTS의 이번 신곡은 듣자마자 매우 좋다고 느꼈습니다. 솔직히 세계 최고 그룹 중 하나인 BTS라 조금 긴장이 되기도 했죠. 저는 <Butter> 이후에도 BTS와 계속 함께 일하고 싶었기 때문에,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정말 많이 들어보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BTS가 만족해할 만한 소리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BTS도 그걸 좋아했고요.


GL: 이 노래는 Hotter, Cooler, Sweeter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죠. 각 버전의 차이가 크게 있었나요?

크리스: 큰 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저는 세 버전 모두 다 마음에 들어요.


GL: 새 노래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Dynamite>보다 더 큰 히트를 이룰 것 같습니다

크리스: 네 맞아요. 큰 반응을 얻고 있고, 관련 기사도 많이 나왔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는 BTS의 <Life goes on>이라는 노래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 노래는 삼성 광고에도 사용됐어요. 이 노래의 프로듀싱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그 사운드를 내는 방식이 너무 좋습니다. 이 노래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사람들 모두 BTS 하면 <Dynamite>, 그리고 지금은 <Butter>를 떠올리지만, <Life goes on> 역시 큰 인기를 끌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GL: 마스터링을 시작할 때, 믹스가 완료된 최종본을 들으면서 어떤 부분들을 가장 중점적으로 체크하나요?

항상 마지막에는 음원의 전체적인 소리와 스티리밍이나 라디오 플랫폼에서 어떻게 들리는지를 확인합니다. 다이내믹이나 음악적인 부분이 의도한 대로 들리는지 체크하는 것이죠.



GL: 마스터링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어떤 타입의 믹싱을 선호하시나요?

크리스: 좋은 질문입니다. 대부분 제가 유명한 믹스 엔지니어나 규모가 큰 곡의 작업을 맡으면 작업이 더 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맞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엔 이미 좋은 소리를 내는 음원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기도 하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봐도 대부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홈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든 곡이나 좋은 모니터링 시스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만든 곡은 확실히 작업하기 어렵지만 저는 그들이 자신의 곡에 가능성을 느끼고, 제가 그들에게 어떤 음향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 엔지니어가 믹스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스터링이 제한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그들의 사운드를 전개하고 새로운 사운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곡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이내믹이 우수한 곡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약간의 다듬는 작업이 필요한 것일 뿐이죠. 

기본적으로 전 다이내믹 레인지가 뭉개지지 않은 믹스를 선호합니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이미 뭉개졌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당신이 의도한 사운드라면 괜찮지만, 저는 어느 정도의 헤드룸과 다듬을 여지가 있는 믹스를 선호합니다. 만약 앨범 전체를 작업한다면 각각의 곡마다 믹스의 유연성이 있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제가 다듬을 수 있죠. 사운드 필드가 넓고 특색이 짙지 않은 싱글 음원이라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매우 많아집니다.

상황에 따라 제가 원하는 사운드 퀄리티는 달라지지만, 레퍼런스를 따라 작업하게 하는 것은 항상 문제가 됩니다. 단순히 레퍼런스 믹스에 맞추게 되면 사운드가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요즘에는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스트리밍에 있어서 레퍼런스 레벨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GL: 스털링 사운드 내에서도 많은 작업량을 소화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만큼 귀의 피로도도 높으실 거로 생각합니다. 귀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혹은 귀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크리스: 이 부분에 대해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음악을 크게 듣지 말라는 것입니다. 고막은 기본적으로 근육입니다. 압력에 의해 늘어나는 고막은 크게 들으면 들을수록 쉽게 피로해지죠. 낮은 레벨에서 들으면 소리를 더 정확하게 들을 수 있고 더 오랜 시간 동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팁은 온종일 작업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휴식도 작업의 일부분입니다. 한 곡 한 곡씩 끝나고 잠시 쉬면서 여유를 가지세요. 저는 쉬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약간에 여유를 가지고 귀를 리셋해야 합니다. 따라서 시간과 일정, 그리고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엔지니어가 피곤하고 지쳐있으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멘탈을 유지해야 합니다.


GL: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신에게 주는 보상 같은 게 있나요?

크리스: 긴 하루를 보내고 나면 집에 가서 그냥 쉬고 싶습니다. TV를 보며 일과 단절된 채 휴식을 취하죠. 저는 평일에 집에서 음악을 많이 듣지 않습니다. 주말이나 토요일 아침에는 산책을 하며 헤드폰으로 새로 나온 노래들을 들어요. 저는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아요. 헤드폰이 고막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이죠. 최신 인기곡을 듣고 나면 제 노래를 듣습니다. 제가 작업한 곡과 다른 분이 작업한 곡과 잘 어우러지는지 비교해보며 제가 잘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죠.


GL: 프로페셔널 스튜디오들의 ITB 구성이 늘어 가는 추세인데요, ITB 워크플로우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작업하시나요?

크리스: 지금은 거의 ITB로만 작업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하드웨어 없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여러 플러그인을 사용해서 더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게 더 강력하고 창의적인 방법이라 느껴집니다. 플러그인을 쓰면 아날로그부터 디지털, 레트로, 모던 사운드 등을 쉽게 만들 수 있죠. 새로 받은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플러그인을 찾기도 매우 쉽습니다. 아날로그 장비에 패치 케이블을 연결하느라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죠. 그리고 사실 스튜디오에 둘 수 있는 장비의 개수도 제한적인데, 플러그인을 쓰면 더 다양한 선택지를 둘 수가 있죠.

GL: 어떤 플러그인을 가장 즐겨 사용하시나요?

크리스: 지금은 iZotope Ozone 9 <아이조톱 오존 9>을 가장 즐겨 사용합니다. 다양한 기능과 매우 뛰어난 유연성이 특징이죠. 또 Fabfilter Pro-Q3 <팹필터 Pro-Q3>를 사용하는데 이 EQ도 뛰어난 유연성이 특징입니다. 저는 제가 이퀄라이징하는 대로 주파수 모양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그런 플러그인을 찾아 사용합니다.


GL: 워크 플로우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마스터링 워크플로우에서 가장 중요한 시그널 프로세서는 어떤 건가요?

크리스: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입니다. 노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주의 깊게 들으면서,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야 하죠. 그러고 나면 레벨부터 시작해서 EQ를 조절하며 원하는 방식으로 다듬습니다. 앨범을 작업할 때에는 모든 수록곡을 끊임없이 오가며 앨범 전체를 마치 하나의 음원으로 들리게끔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GL: 마스터링용 모니터 스피커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크리스: 스튜디오 장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피커입니다. 하지만 룸 자체를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룸이죠. 룸은 소리가 만들어지는 곳이고 정확도를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룸을 먼저 고려하고 스피커를 선택해야 하며, 스피커는 음악을 가장 잘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사실 스피커를 고르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ATC 스피커는 저의 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고, 밤이나 낮이나 제가 보고 느낄 수 있는 사운드 느낌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룸과 스피커를 찾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누군가가 좋다고 말하는 스피커를 고를 순 없어요. 스스로 경험해야 하고, 매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정확한 스피커를 골라야 합니다.


GL: 어떤 장비를 선택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룸의 디자인도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크리스: 네, 이 룸은 노스워드 어쿠스틱스의 토마스가 디자인했습니다. 몇 년 전, 테드, 조 라포르타와 저는 유럽 전역에 걸쳐 10여 개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룸을 체크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디자인을 경험하기 위한 여행을 했어요. 열 군데의 각기 다른 스튜디오를 돌아본 후에 우리는 토마스와 함께 하기로 했죠. 왜냐하면, 어떠한 룸의 크기나 형태, 그리고 다양한 스피커 조합에서도, 그가 만든 룸이 훌륭한 밸런스를 내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룸 하나하나가 정말 느낌이 좋았어요.



GL: 프리미엄 스피커 케이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이 스피커 케이블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크리스: 스피커에 대해 얘기한 것처럼 케이블에 대한 적절한 답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은 케이블은 분명 좋은 점이 있겠지만, 저는 다른 케이블과 가격이 수백만 원이 차이가 나는 케이블에서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저는 스튜디오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사운드를 보는 것에 집중하지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큰 그림을 보며 매일 어떻게 일할지를 고민하죠. 그렇다고 케이블을 깊이 파고드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GL: 전체적인 분위기나 느낌보다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아티스트나 클라이언트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 마치 뮤지션이 아닌 과학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크리스: 네, 맞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부분을 신경 쓰곤 해요. 큰 그림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닌 마치 그림의 한 획을 더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저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요. (웃음)


GL: 헤드폰으로도 작업하시나요?

크리스: 헤드폰은 다루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잘 사용하지 않아요. 스튜디오의 룸 사운드가 너무 좋기 때문에 저는 스피커를 사용하는 걸 선호합니다. 게다가 저는 구식이라 꽉 찬 분위기의 룸을 좋아해요. 헤드폰은 로우엔드와 음악의 느낌 전달에 한계가 있지만, 스피커는 전체적인 사운드, 베이스, 하이엔드의 더 큰 그림을 보여줘요. 헤드폰을 사용하면 오로지 귀로만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귀가 반응하는 것만큼 몸이 반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헤드폰으로 음악을 감상한다지만 저는 음악을 느끼고 싶어요. 스피커를 통해 말이죠.


GL: 클라이언트에게 EQ 작업이 끝낸 음원을 보냈을 때, 클라이언트가 모니터링 스피커를 통해 음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크리스: 모든 사람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집에서는 스테레오보다 서라운드 시스템을 쓰는 사람도 많고, 단순히 이어폰으로 듣는 사람도 많습니다. 스튜디오 모니터 시스템에서 좋게 들리는 소리는 헤드폰뿐만 아니라 다른 시스템에서도 모두 좋게 들리고 음악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헤드폰에만 집중한다면,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셈입니다. 사운드의 넓은 스펙트럼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게 될 거예요.


GL: 홈 스튜디오와 같이 완벽하지 않은 어쿠스틱 환경에서 더 나은 모니터링을 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크리스: 홈 스튜디오에선 본인이 제일 좋아하고 익숙한 음원을 정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한 후, 그 음원이 좋은 소리로 들릴 때까지 반복해서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서 믹스나 녹음한 작업물을 가지고 다른 장소에서 재생한 뒤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해보세요. 아니면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 가져가서 탑, 베이스, 스테레오 이미지 같은 밸런스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홈 스튜디오를 세팅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운드에 대한 비평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 모두가 같은 비평을 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해요. 스튜디오에서 어떻게 들리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어떻게 듣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GL: 처음 어시스턴트로 시작할 때도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셨었나요?

크리스: 네. 비평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커리어가 힘들어질 거예요.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 할 것 없이 모두의 음악이 대중에게 비평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런 비평을 수용할 수 있어야 여러분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GL: 그런 비판을 받았을 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크리스: 상처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더 잘하고 싶다고 원해야 합니다. 더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항상 마음에 담고 있을 수는 없어요. 마스터링도 일종에 서비스업입니다. 클라이언트를 기쁘게 하고 그들이 자신의 노래에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비판을 잘 받아들이고 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여러분은 더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GL: 마스터링 엔지니어로서 좋은 모니터링 감을 익히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리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본인 스스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음원을 찾으세요. 본인의 시스템에서 그 음원과 비슷한 소리, 색감, 분위기 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신의 귀를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유명한 노래를 들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당신만의 사운드를 개발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작업물이 다른 음원보다 좋다고 믿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음원을 들으며 그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또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제가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제 작업물에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제 작업물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와, 나도 진짜 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GL: 작업하실 때 다른 버전을 만드는 걸 꺼리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크리스: 글쎄요. 사실 다른 버전을 만드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이유가 있을까요? 가끔 더 밝은 버전이나 어두운 버전 등을 함께 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첫 번째 버전을 듣고 나서 그런 요구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마치 레스토랑에 가서 수프를 시키며 차가운 스프와 뜨거운 스프를 동시에 주문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에요. 식당에 가면 우선 쉐프가 만드는 대로 만들게 두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다음 주문 때 요구 사항을 말하면 됩니다. 클라이언트의 반응을 보는 게 그들이 원하는 디렉션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 반응을 토대로 다음 작업에서 그들의 분위기나 프로젝트 분위기를 파악하고 반영합니다. 단순히 여러 버전을 만드는 것은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좋고 싫어하는지를 모른다면 더 헷갈려요. 선택의 폭이 클수록 혼란만 가중됩니다. 


GL: 마스터링 엔지니어로서 아티스트와 믹스엔지니어 또는 프로덕션 팀과의 소통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크리스: 오늘날 프로젝트에서의 소통은 전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에는 클라이언트가 스튜디오에 직접 와서 마스터링 과정을 직접 보면서 이해하곤 했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스튜디오에 방문할 수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죠. 요즘 방식은 단순히 파일을 보내고 피드백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장비로 청취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이 룸에서 정확한 소리를 듣고 작업한 거라고 말하며 저를 믿어달라고 해야 합니다.


GL: 싱글 마스터링과 앨범 마스터링의 경우, 어떻게 다른가요?

크리스: 앨범 작업을 할 때는 그 자리에 앉아서 그 앨범이 제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전체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며 하나의 일체감 있는 프로젝트로 만들려고 합니다. 팝, 컨트리, 재즈 등 어떤 것을 하더라도 스스로를 리셋하는 것이 저에게는 최선입니다. 싱글 마스터링은 사운드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GL: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시는 비결이 따로 있으신가요?

크리스: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것은 엔지니어의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어딘가로 운전해서 갈 때 저는 스포티파이의 'New Music Friday'와 'New Releases' 플레이리스트를 듣습니다. 그리고 차에 앉아서 다른 마스터링 엔지니어나 다른 프로듀서의 작품을 분석하고, 플레이리스트에서 간간이 나오는 제 작품을 함께 듣죠. 당연히 레벨은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반적인 사운드를 듣고, 제 차나 헤드폰 등 다양한 환경에서 들어보며 제 작업물이 다른 곡들에 비해 레벨뿐만이 아니라 다이내믹, 음향적으로 어떤지를 점검합니다. 저한텐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훌륭한 다이내믹과 음향을 가진 곡은 어디서든 아름답게 재생되죠. 레벨이 큰 건 그냥 큰 겁니다. 사운드 필드와 음향이 좋아야 리스너의 이목을 끌 수 있고, 그들에게서 소리가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GL: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새로운 작업을 할 때 가져야 할 습관이나 루틴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리스: 제 루틴은 항상 똑같습니다. 곡을 듣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죠. 그들이 보내준 믹스를 즐기고, 섬세하게 들으며 그들이 원하는 방향성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제 믹스를 들으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마스터링 과정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게 어려운 일이 됐지만, 그냥 믹스를 틀어놓고 작곡가와 연주가들이 곡에 담은 감정을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그렇게 음악을 들은 뒤, 정밀하게 분석하고 레벨을 키우는 등의 일에 관해 생각하세요.


GL: 바쁘신 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미래의 크리스 게린저를 꿈꾸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면 부탁 드립니다.

크리스: 매우 좋은 질문이에요. 만약 여러분이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고 싶다면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작업하며, 비판과 조언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의 팬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 일을 사랑해야 해요. 다른 계획은 없어야 해요. 음악을 하고 싶고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면 그것만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프로듀서나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죠. 제 마음처럼 되진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 일에 집중함으로써, 현재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저의 경력을 쌓아올렸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말고 항상 자신을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