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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알바생에서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가 되기까지 - 팔색조 프로듀서 DJ Swivel 이야기

2020.08.24. Artists

티에스토, 비욘세, 아이스 큐브, 제이 지, 칸예 웨스트, 릭 로스, 체인스모커스, 그리고 BTS까지.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DJ Swivel(DJ 스위블)의 화려한 크레딧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세계 뮤직 차트를 종횡무진하는 BTS의 프로듀서, 오디오 엔지니어이자 오디오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능숙하게 해내는 DJ 스위블을 기어라운지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습니다.



기어라운지(이하 GL):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DJ Swivel(이하 스위블): 반갑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갇혀서 지루하긴 하지만 홈 스튜디오에서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웃음)


GL: 우선 커리어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업계에서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 씬에 처음 들어오게 된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금처럼 대형 아티스트들과 같이 일하게 됐나요?

스위블: 전 음악을 굉장히 일찍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악기는 없었지만, 토론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내내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디제잉을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제가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엔 레코딩 스튜디오가 있었는데, 거기서 비트를 만드는 법 등을 익혔습니다. 운 좋게도 제 어머니는 제가 뭘 하든 지지해 주셨기 때문에 마음껏 음악을 연구할 수 있었지만, 대학은 선택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떤 전공이라도 좋으니 학위만큼은 따라고 하셨죠. 전 음악을 선택했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했던 인턴 생활이 제 음악 커리어의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한때 캐나다 최대 규모의 클럽이었던 The Guvernment

 

GL: 그럼 인턴십을 통해 음악계에 들어오게 되신 건가요?

스위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경험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전에는 토론토에서 여러 파티들을 오가며 디제잉을 했는데, 제 첫 공연은 G-유닛의 애프터파티였습니다. 50 센트, 영 벅, 로이드 뱅크스 등이 있었죠. 첫 디제잉 경험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엔 캐나다에서 가장 큰 클럽이었던 “더 거버먼트"에서 했던 공연이었습니다. 4천 명 정도의 관객 앞에서 디제잉을 했죠.


GL: 엄청나네요. 어떻게 그런 기회를 얻었나요?

스위블: 그때는 공연 프로모터 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금, 토요일 밤마다 토론토 시내에 가서 클럽 앞에서 새벽 3~4시까지 홍보물을 나눠주는 일을 했습니다. 집에 오면 어머니가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왔니?”라고 물으셨고, 저는 “공연들을 홍보하고 왔어요.”라고 답했고, 어머니가 “얼마 벌었니?”라고 물으시면 저는 신나게 “20불이요!”라고 답했죠. (웃음) 정말 돈은 거의 못 벌던 때였어요. 하지만 그 기회를 통해 디제잉을 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디제잉을 하는 것을 안 프로모터가 공연 기회가 있는데 해보겠냐고 물어봤고, 저는 당연히 수락했죠. 그 뒤로 D-12 공연을 하면서 에미넴도 만났고, N.E.R.D 파티에서 퍼렐 윌리엄스를 만나는 등 많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가 만든 비트들은 정말 못 들어줄 수준입니다. 음악을 진지한 진로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플로리다의 음악 명문인 풀세일 대학에 갔고, 졸업 후 뉴욕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되며 본격적으로 음악 업계에 발을 담그게 됐죠. 대부분의 시간을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아티스트의 음식 심부름이나 하며 보내는 신세긴 했지만요. (웃음)


GL: 그러면 커리어를 DJ로 시작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인턴십을 할 때는 엔지니어 일을 하셨나요? 아니면 송라이터?

스위블: 프로듀싱은 고등학교 때부터 했습니다. 잘 못 했을 뿐이죠. 대학에서 그 기술을 갈고 닦은 후에는 당시 제 고향인 캐나다의 음악 씬이 침체돼 있었기 때문에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힙합을 좋아하기 때문에 뉴욕으로 마음을 굳혔죠. 그리고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내 비트를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 사람들과 어떻게 접점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식의 고민 말입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던 때가 아닙니다. 페이스북이 처음 나오던 시기였죠. 그래서 인턴 엔지니어로 시작한 뒤에 엔지니어 커리어를 쌓아나가며 부수적으로 프로듀싱 실력을 길러서 유명세를 얻으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꽤 유명한 엔지니어가 됐는데, 그러자 뉴욕의 빅 네임 아티스트들이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로를 통해 프로듀서가 됐는데, 엔지니어 커리어는 제가 더 성숙한 프로듀서가 되는데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일은 좋은 프로덕션과 직결되니까요. 그 후엔... 어느날 제 엔지니어 커리어의 첫 메이저 클라이언트였던 패볼러스랑 작업하고 있는데 비욘세 측에서 작업 제의를 하는 전화가 오더라고요. “이제 됐다” 싶었죠. (웃음)


커리어 초기부터 빅 네임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온 DJ 스위블은 화려한 디스코그래피를 자랑합니다

 

GL: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것은 모두의 꿈입니다. 커리어 초기부터 그걸 이뤄낸 것은 굉장히 운이 좋기도 한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위블: 분명히 운도 좋았지만, 저는 운이라는 것은 많은 노력과 현명한 판단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선택들을 하고 자기 자신을 시기마다 올바른 커리어적 위치에 자리하게 하면 좋은 일들이 생기죠. 패볼러스랑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패볼러스를 발굴한 듀로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저는 그의 무급 인턴으로 청소, 심부름 등 잡일을 7개월 동안 했습니다. 뉴욕에서 수입 없이 7개월을 살아남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모아둔 돈과 어머니의 지원을 발판삼아 근근히 버텨냈죠.

저는 뉴욕으로 갈 때 스스로에게 1년의 시간을 줬습니다. 그 시간 안에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딱 11개월이 지났을 때 패볼러스와의 작업이 성사됐고, 그게 제가 정식으로 꾸준하게 돈을 받으면서 일한 첫 번째 작업이었습니다. 사람 일이 참 재밌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 제가 열심히 노력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조금만 운이 나빴어도 성사되지 않을 일이었죠. 하지만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자리에서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제 모든 결정이 패볼러스와의 작업을 가능케 했습니다.

그리고 패볼러스의 A&R 담당의 친구 오마르 그랜트는 현재 리한나의 A&R이자 락 네이션의 회장인데, 그 당시에는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로드 매니저였습니다. 마침 비욘세는 엔지니어가 필요했는데 그랜트는 패볼러스를 통해 저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패볼러스가 아무렇지 않게 “헤이 스윕, 오늘 비욘세랑 일해볼래?”라고 물었을 때 저는 얼이 나간 채로 “당연하죠.”라고 답했습니다. (웃음) 비욘세와의 작업에서 저는 제 역할을 훌륭히 해냈고, 비욘세가 저를 다시 찾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분명히 운적인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엄청난 노력과 현명한 판단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분명히 운적인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엄청난 노력과 현명한 판단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GL: 위키피디아의 프로필을 보면 프로듀서, 송라이터, 오디오 엔지니어, DJ로 소개가 돼 있는데, 레코딩도 하시나요?

스위블: 네. 제 엔지니어 커리어는 레코딩 엔지니어로 시작됐습니다. 패볼러스와 비욘세 작업은 레코딩 엔지니어 작업이었죠. 체인스모커스는 레코딩, 믹싱, 프로듀싱을 모두 했고요. 체인스모커스와의 작업이 제가 본격적으로 모든 것에 손을 댄 작업이었습니다. 앨범에 총괄 프로듀서로 크레딧이 올라가 있지는 않지만, 스튜디오에는 체인스모커스 두 명과 저, 이렇게 세 명 뿐이었습니다. 두 장의 EP와 첫 번째 정규 앨범은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죠. 요즘은 레코딩을 하지 않습니다. 페이도 더 적고, 무엇보다 레코딩 엔지니어는 아티스트의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거든요. 믹싱 엔지니어가 된 것은 제 커리어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었습니다.


GL: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많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오셨는데, 작업하는 장르마다 일하는 분위기나 워크플로우가 달라지나요?

스위블: 네. 예를 들면 힙합 세션의 분위기는 팝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팝 세션은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송라이터, 프로듀서가 이미 있고, 곧바로 작업을 시작하죠. 작업이 정형화 돼있어요. 힙합 세션은 스튜디오의 바이브를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티스트가 친구들이나 여자를 부른다거나 하는 등, 주로 스튜디오 안에 사람이 많습니다. 작업 세션보다는 파티 같은 분위기죠. 비트 좀 듣고, 서로 농담 좀 하고, 친구들이랑 TV로 농구도 보고 하면서 머릿속으로 즉석에서 곡을 구상합니다. 그런 식으로 준비가 끝나면 부스에 들어가서 녹음을 하죠. 그런 전반적인 과정을 보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믹싱 엔지니어로서의 제 역할은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케이팝 작업을 할 때 저는 송라이터와 프로듀서에 가까운데요, BTS와 스튜디오에 함께 있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들의 레코딩 워크플로우가 어떤지 모르긴 몰라도 비욘세같은 팝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곡을 이미 들었고 각자의 파트를 미리 숙지한 채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시작하겠죠. 


<Euphoria>가 수록된 BTS 정규 3집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

 

GL: BTS와는 어떻게 연이 닿게 됐나요?

스위블: 체인스모커스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들의 곡들을 공동 프로듀싱하고 녹음하고 믹스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 체인스모커스가 BTS의 <Best of Me>라는 곡을 썼습니다. 그 당시 저는 체인스모커스의 모든 작업물을 믹스했기 때문에 그 곡도 제가 믹스했죠. 그 과정에서 빅 히트 엔터테민먼트의 A&R 스탭과 서로 알고 지내게 됐고, 그 뒤에 빅 히트 측에서 저에게 BTS에 어울릴만한 곡이 있는지 물어보며 저에게 접근했습니다. 저는 가지고 있던 몇 곡을 보내줬는데, 그중에 두 곡이 채택됐습니다. 첫 번째 곡이 <Euphoria>였죠. 


GL: BTS의 곡들을 보면 여러 명의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이 크레딧에 올라 있는데요, 여러 명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작업하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때때로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지도 않을텐데요?

스위블: BTS의 곡을 작업하는건 미국 아티스트의 곡을 작업하는 것과 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주로 소속사에서 한국 프로듀서들의 트랙을 먼저 보내줍니다. 피독, 슈프림 보이, 슬로우래빗 등의 프로듀서들이죠. 저는 그걸 받아서 여기서 제 파트너와 함께 그 위에 곡을 씁니다. 저희는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일부 강조하고 싶은 단어 몇 개가 들어간 멜로디를 만들어서 빅 히트로 보내고, 빅 히트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합쳐서 곡의 전체 구성을 잡은 뒤에 저에게 모든 소스를 보냅니다. 그러면 제가 믹싱을 하는거죠. 그러니까 BTS와의 작업에서 제가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 아티스트들과 작업할 때 제가 전체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것과는 상반되게 말입니다.



GL: 비욘세와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였나요?

스위블: 네. 비욘세 곡을 작업할 땐 스튜디오에 저와 비욘세 둘만 있었어요. 비욘세가 가끔 다른 프로듀서나 작곡가를 부를 때만 빼고요. 하지만 제가 레코딩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저는 그 스튜디오에 매일 출근했죠. 약간의 드럼이나 베이스 등의 파트에 제가 손을 대긴 했지만, 저는 그 앨범의 프로듀서는 아니고 전적으로 엔지니어였습니다. 스튜디오에 방문한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은 모든 음악적 아이디어를 저에게 전달했고, 제가 그것들을 추려서 비욘세에게 전달하면 비욘세가 그 아이디어들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녹음하고 제가 엔지니어링을 했습니다. 비욘세 작업은 서너 개의 룸에서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메인 룸에는 저와 비욘세가 있었고, 나머지 룸들에서는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이 창작을 하고 있었죠.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레코딩을 진행하는 식이었습니다. 송캠프같은 느낌이었죠.


DJ스위블의 스튜디오

 

GL: 곡을 쓸 때 주력으로 사용하는 악기는 뭔가요?

스위블: 제가 연주를 잘 하진 않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하는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을 할 때는 코드 진행 정도를 기록해놓고 그 코드에 기반한 멜로디를 쌓은 뒤에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들어가죠. 세세한 드럼 사운드를 만진다거나, 코드 진행이 마음에 들지만 피아노가 어울리지 않으면 신시사이저나 오르간으로 대체한다든가 하는 등의 일 말입니다. 어떨 때는 샘플에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어떤 소리를 듣고 “이거 좋다" 싶으면 멜로디가 떠오르고, 그 샘플을 가공해서 곡의 기반으로 쓰기도 하죠.


GL: 비트를 프로그래밍할 때 주로 직접 패드로 연주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마우스를 써서 시퀀스를 짜는 편인가요?

스위블: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다릅니다. 로직으로 작업할 때는 키보드를 사용해서 콘탁, 옴니스피어, 세럼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곡을 씁니다. 반면에 프로툴스를 사용할 때는 마우스로 샘플을 배치하면서 작업하는 편이죠. 딱히 선호하는 방식이랄 건 없고, 그날 마음이 가는 대로 작업합니다.


GL: 로직이 주력 DAW인가요?

스위블: 프로툴스가 주력이고, 로직은 보조입니다. 둘 다 잘 다루긴 하지만, 프로툴스 앞에서는 마법사가 되고, 로직은 그냥 잘 다루는 수준입니다. 다른 DAW에는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네요.


GL: 작업을 할 때 주로 플러그인을 사용하시나요, 아니면 아웃보드와 콘솔을 사용하시나요?

스위블: 아웃보드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믹싱에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녹음에 사용하죠. 예를 들면 니브 채널 스트립을 통해 녹음하거나, 퍼플 오디오의 MC77, API 500 시리즈, 밀레니아 STT-1을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녹음 외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저는 아웃보드가 필수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제 믹스 세션을 어디서든 열 수 있다는 플러그인의 편리한 휴대성 때문입니다. 요즘의 플러그인들은 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DJ 스위블의 플러그인 The Sauce

 

GL: 플러그인을 직접 만들게 된 계기는 뭔가요?

스위블: 저는 원래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고, 제가 만드는 음악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음악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와중에도 수익이 발생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죠. 또한, 프로듀싱은 보통 젊은 세대가 가장 잘 해내는 일입니다. 윗세대보다는 젊은 세대가 문화적인 움직임을 일으키고 유행을 선도하죠. 항상 그래 왔습니다. 예를 들어 팀바랜드는 여전히 활동 중이지만, 테이크 어 데이트립과 같이 젊은 프로듀서만큼의 영향력은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제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이렇게 문화를 선도하는 젊은 프로듀서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플러그인을 만드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대형 플러그인 업체들과도 몇 번 미팅을 가졌는데, 많은 업체들이 시그니쳐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윗세대의 프로듀서나 엔지니어의 시그니쳐 제품을 만들죠. 저처럼 보다 젊은 세대의 뮤지션 시그니쳐 제품을 만드는 것을 제안해 봤는데,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제가 스스로 기획, 투자, 개발을 해서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해낼지 연구하는 데만 2년이 걸리더라고요. (웃음) 어떤 일을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은 제 커리어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최적을 팀을 갖췄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새로운 플러그인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니, 곧 만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빠르게 선택해서 제가 원하는 소리를 순식간에 들려주는 플러그인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음악이기 때문이죠."



GL: 새 플러그인에 대해 조금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스위블: 세 개의 프로토타입이 있지만, 아직 기능적인 측면에서 구체화된 게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각각 디스토션 계열, 모듈레이션 계열, 스테레오 이미징 툴입니다. The Sauce(더 소스)는 사운드를 극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복합적인 툴 개념의 플래그십 제품이고, 이 제품들은 더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결과물을 들려줄 수 있는 제품들로 계획 중입니다. 올해 안에 두 개의 제품이 출시될 예정인데, 이 중 하나는 9월 1일에 Spread(스프레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GL: 더 소스가 마음에 드는 점은 쉬운 사용성과 간편한 접근성입니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만 개의 플러그인들 중에 더 소스가 돋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빈티지 하드웨어를 복각한 제품도 아니고, 사운드 엔지니어 위주로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들을 덜어내고 쉬운 사용으로 음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플러그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의도된 부분인가요?

스위블: 물론입니다. 그건 제가 개인 작업을 할 때 겪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시사이저를 다룰 때 특히 그렇습니다. 높은 자유도를 제공하는 웨이브폼 신서시스 기반의 신시사이저는 수도 없이 많고, 이런 제품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좋은 사운드를 콕 집어서 고른 뒤에 다른 작업을 하고 싶은 경우도 많죠. 믹싱 엔지니어로서 저는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아는 플러그인 하나를 빠르게 선택해서 제가 원하는 소리를 순식간에 들려주는 플러그인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음악이기 때문이죠.

더 소스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습니다. UI는 사용자 친화적이지만, 단순해 보이는 각 노브의 작동 원리는 엄청나게 복잡합니다. 예를 들자면 더 소스의 디스토션 알고리즘인 Spice(스파이스) 노브를 돌리면 EQ, 컴프레션 등 수많은 일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하지만 출력되는 결과물은 그저 듣기 좋은 디스토션 뿐이죠. 더 소스는 그저 원하는 이펙터를 얼마큼 사용할지 선택한 후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워크플로우를 위해 설계됐습니다. 더 소스의 목표는 초보자와 프로페셔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이었습니다. 제 개인 작업물에도 거의 항상 사용하고 있습니다.


GL: BTS의 곡에도 더 소스를 사용하셨나요?

스위블: <Euphoria>는 더 소스가 출시되기 전에 발매됐지만, 그 곡의 보컬 찹은 더 소스를 만드는 데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첫 플러그인에 대한 구상을 할 때 스스로에게 “내가 작업한 곡 중 플러그인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한 곡은 뭐가 있었지?”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미니멀한 믹싱을 추구하기 때문에 플러그인을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믹스 세션들을 훑어보며 유별나게 플러그인을 많이 사용한 세션에서 왜 그렇게 많은 플러그인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자문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컬 찹을 만들 때마다 일곱 개 이상의 플러그인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믹스 체인을 하나의 박스 안에 담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플러그인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GL: 워크플로우의 간소화가 이후에도 나올 플러그인들에도 적용될 디자인 철학인가요?

스위블: 네. 그 철학은 대체적으로 적용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올 모든 플러그인이 간소한 워크플로우를 탑재할 것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저는 항상 애플의 철학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디자인합니다. 모든 기능에 대한 컨트롤은 필요하지 않으며, 사용하기 쉬운 디자인을 앞세우고, 매뉴얼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죠.



"좋은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 프로듀싱을 해야 합니다. 성공을 이루려면 매일 무언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죠."



GL: 마지막으로 DJ 스위블같이 대형 프로듀서가 되기를 꿈꾸는 젊은 프로듀서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위블: 좋은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 프로듀싱을 해야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려면 매일 무언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죠. 그저 취미라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 일로 커리어를 만들고 싶다면 그 일을 당신의 풀타임 직장처럼 대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하고, 회사에서 정한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가는 수동적인 구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프로듀서의 삶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가 되면 스스로 스케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럴 땐 콜라보레이션이 도움이 됩니다. 다른 프로듀서가 어떤 스케줄로 일하고 어떻게 워크플로우를 구성하는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마음속으로 다른 프로듀서들과 경쟁하세요. 그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거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가 되길 원한다면, 콜라보레이션은 필수적입니다. 프로듀서로서 항상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프로듀서는 어떻게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송라이터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곡을 가장 훌륭한 상태로 세상에 내놓을지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과 작업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협조적인 자세와 타인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그렇죠. 요즘 발매되는 곡들을 보세요. 한 곡에 예닐곱 명의 프로듀서가 붙어서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겁니다.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당신과 같이 일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GL: 유익한 말씀 감사드리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위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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