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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모노트리의 대표 프로듀서 G-high의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 이야기

2022.03.02. Artists

이달의 소녀, 레이디스코드, 레드 벨벳, 스텔라 등 수많은 아이돌의 음반 제작 참여했으며 황현, 이주형과 함께 K-Pop 퍼블리싱 & 프로듀싱 회사 모노트리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G-high는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을 탄생시켜 왔습니다. 본인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음악으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모노트리의 공동 대표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를 기어라운지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기어라운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G-high: 안녕하세요, 모노트리의 프로듀서 G-high입니다. 현재 K-Pop 작곡가로 활동 중이고, 모노트리의 퍼블리셔이면서 황현, 이주형과 함께 공동 설립자로서 회사를 운영 중입니다.


GL: 최근 데뷔한 그룹 템페스트 작업에도 참여하셨고, 바쁘셨을 것 같아요.

G-high: 네, 최근에 위에화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 나온 남자 신인 그룹 템페스트의 데뷔 앨범에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했고요, 저희 소속 아티스트 옐로의 3부작 싱글 중 마지막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특히, 옐로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생각하는 프로젝트라 여러분들이 많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이 두 프로젝트에 힘을 많이 쏟았고 덕분에 조금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웃음)


GL: 철학과를 졸업하셨는데, 작곡가의 길을 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G-high: 제가 한참 어렸던 26살, 4학년 2학기에 내렸던 철없는 결정이었다고 할까요? (웃음) 당시에도 음악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MPC 같은 샘플러 악기를 가지고 비트를 찍어보곤 했는데, ‘이제 취업하면 이런 것도 못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는 치기로 그때부터 코드 같은 것도 배우고 음악을 진지하게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누군가 저와 같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기를 권하고 싶긴 하네요. (웃음)


GL: 용기가 필요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음악을 시작했던 시기에 특히 좋아하던 아티스트나 음악이 있었나요?

G-high: 원래 힙합 음악을 워낙 좋아했어서, 우탱 클랜이나 블랙 스타 같은 동부 힙합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음악을 진지하게 시작하면서 일렉트로닉 음악에도 점점 관심이 생겨서 다프트 펑크, 몬도 그로소 등의 음악도 많이 들었고요. 특히 처음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했을 때는 캐스커 이준오 님의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가요나 메인스트림 팝 음악은 잘 안 듣는 편이었고요, 뭔가 남들이 모르는 음악을 발견해내면서 혼자 만족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GL: 황성제 님의 어시스트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작곡가 G-high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G-high: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은인입니다. 제가 이 바닥에서 유명한 낙하산인데, (웃음)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저를 거둬주셔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음악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성제 형이 워낙 뛰어나셨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 그때 만난 인연들이 저의 음악적 네트워크의 기반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 회사를 같이 경영하는 주형이도 그중 한 명이고요. 

다만, 워낙 주류 음악을 잘 모르던 제가 갑자기 실력도 없이 가요계의 최전선에 계신 성제 형의 어시스트로 일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조급함도 많았고, 제 음악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도 점점 작아졌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의 음악적 역량을 많이 부정했던 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아,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나의 취향도 틀린 것이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거나 조급해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음악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GL: 공동 대표로 모노트리를 설립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한 지도 꽤 오래되셨어요. 과거 소속 작곡가로 활동하던 때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G-high: 업무가 어느 정도 분담되어 있는데, 일단 현이가 메인 프론트맨으로 회계와 법무 등 가장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고요. 주형이는 신인 발굴과 작가들의 매니지먼트를, 저는 해외 파트 업무와 내부 퍼블리싱 업무를 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모노트리 아티스트의 앨범 제작에도 각자 약간씩 업무를 분담해서 맡고 있습니다.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사실 음악 작업 방식 자체는 비슷한 편입니다. 좀 더 다양한 사람과 공동작업을 하게 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스타일이 크게 달라진 것은 잘 모르겠어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퍼블리셔로서의 일과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니, 곡 작업하는 시간이 필요에 따라 좀 더 빨라졌다는 정도라고 할까요? 다른 업무에 시달릴 때는 중간중간해나가는 곡 작업이 오히려 리프레쉬도 되고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때가 많습니다.


GL: 모노트리가 2014년도에 설립되었는데, 해외 비즈니스를 담당하시면 당시와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 K-pop을 향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시선 차이도 더 잘 느끼실 것 같아요.

G-high: 예전엔 해외 작가들 사이에서 ‘K-Pop’이라 하면 SM, JYP, YG 같은 대형 기획사에만 관심이 많았고, 작가가 아닌 해외 일반인들은 K-Pop이란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일반인들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돌뿐만 아니라 국내 솔로 아티스트들이나 메인 스트림이 아닌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해외의 니즈가 더 다양해졌다는 느낌도 들고요. 조금 예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E-Sens의 <The Anecdote>를 스웨덴의 작곡가 오비가 프로듀싱한 것처럼 K-Pop이라는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국내 음악을 해외에서 찾아 듣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먼저 K-Pop 아이돌과 함께 앨범을 제작하고 싶다고 제의가 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진 점도 있습니다.



GL: 한국에서 작곡팀은 흔히 볼 수 있어도, 작곡가들이 모인 매니지먼트 회사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모노트리라는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G-high: 저희가 음악을 하면서 겪어온 경험들을 기반으로 좀 더 음악 작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작가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팀은 결국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어느 정도 수직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거든요. 항상 사람과 사람이 함께 지내다 보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 법이고 그런 부분에서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계약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관계를 상하지 않게 하고 또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모노트리가 작곡팀과 관리 중심의 퍼블리싱 회사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고 보고 있고요, 그 부분이 작곡가 매니지먼트 회사라는 개념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 만든 형태의 회사와 지금의 회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만, 작가들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기본 취지만큼은 지켜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GL: 모노트리 유튜브 채널을 이끌고 관리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콘텐츠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있으신지요?

G-high: 요새 유튜브 업로드를 안 한 지가 조금 되어서 조금 민망하네요. (웃음) 모노트리 유튜브 채널은 저희 작가들과 운영진 모두가 많이 도와주셔서 저도 열심히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가 혼자 이끌어 갔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와 현이는 어떤 주제든 한번 시작하면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는 편이어서, 대화 중 ‘이걸 콘텐츠화 해볼까?’라는 생각에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부분은 저희 음악 이야기였고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타이틀이 아닌 수록곡들, 그리고 다른 수많은 곡들도 모두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을 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희가 만든 곡 사이사이에 있는 여백에 대한 이야기랄까요. 

예전에는 CD를 사면 앨범에 곡 설명이 추가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그런 평론가들의 설명을 읽으면서, 각 트랙에 더 관심을 갖고 듣곤 했거든요. 비 전문가었던 당시 ‘아, 이 곡은 이런 장르와 이런 느낌의 곡이구나’ 하면서 곡에 더 집중하게 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저희 곡을 좀 더 즐겁게 들어주시길 바라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웃음)

하지만 곡의 주인공은 아티스트이고 저희의 이야기는 일종의 비하인드이기 때문에, 초점이 너무 작곡가에게 맞춰지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편집할 때도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도 모노트리 유튜브에 대해 이런저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좋은 콘텐츠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습니다.

 

GL: 작가들로만 구성되어있는 회사로 출발해 현재는 YELO, 해론, jun.p와 같은 아티스트부터 송라이팅과 싱어를 겸하는 작가들, A&R 및 퍼블리싱까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모노트리는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나요?

G-high: 저희는 ‘물음표’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약간은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무언가에 흥미가 생긴다면 도전하고 있습니다. 음악 산업 내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저희도 작곡가 위주의 매니지먼트를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기회가 된다면 계속 시도해볼 것 같아요. 사실 저희도 몇 년 뒤의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GL: G-high 님의 음악을 꾸준히 좋아하고 찾아 듣는 팬들이 매우 많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작곡가 G-high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G-high: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고맙고 음악을 하는데 보람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의 매력이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지만, 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좀 빌려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형의 특징이다.’라고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제 이름에도 ‘high’가 들어가고 제가 무겁고 진지하기보다 가벼운 성격이라 저도 많이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음악에 묻어 나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몽상하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점이 음악을 붕 뜨게, 더 몽환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직설적이기 보다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들이 음악에 섞이고 표현되는 편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제 음악 장르를 Dream Pop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웃음)


GL: G-high 님의 음악은 독특한 매력이 있고 ‘힙하다'고 주로 표현되는데, 악기나 샘플 같은 사운드를 디자인할 때 특별한 작업 방식이 있으신가요? 

G-high: 기술적으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먹먹하고 로우파이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편이고, 진한 색을 가진 사운드보다는 주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소스들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직설적인 표현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노이즈 소스도 많이 쓰고, 곡을 더 가볍게 만드는 리버브를 메인 보컬에도 상당히 많이 거는 편입니다. 

그 외에, 공동 작업을 하거나 녹음을 할 때는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편이라고 합니다. 제 성격이 원래 편안한 편이기도 하고 즐거울수록 만드는 음악도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서 최대한 편하게 작업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겁거나 슬픈 곡을 잘 쓰지 못하는 게 저의 단점인 것 같아요. (웃음)


GL: 노이즈 소스를 어떻게 음악적인 요소로 활용하시나요?

G-high: 저도 ‘노이즈를 넣으면 무조건 좋아진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고요. (웃음) 노이즈를 많이 쓰는 이유는 음악에서 사람 냄새와 같은 무언가를 추가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음악에서는 음악이 너무 차갑게 들리지 않게끔 하는 어떤 장치를 노이즈로 대신하는 것 같아요. 유튜브나 음악에서 쉽게 찾아들을 수 있는 바이닐 노이즈 외에, 생활 노이즈도 많이 활용하는 편입니다. 곧 발매될 옐로의 신곡 중에서 문을 여는 소리로 그루브를 형성한 곡도 있습니다. 일단 넣어보고 괜찮은 느낌이 들거나 어떻게 활용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거기서 곡을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요새는 적절히 조절하면서 곡을 구상하려고 합니다.



GL: 지금까지 수많은 곡을 만드셨고, 많은 곡이 사랑을 받아왔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아끼거나 마음이 가는 음악이 있을까요?

G-high: “제가 만든 모든 음악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웃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곡일수록 저도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특히 이달의 소녀의 곡들은 회사 쪽에서 저에게 음악적 자유도를 엄청나게 열어주셔서, 제가 좋아하는 마이너한 장르도 많이 해볼 수 있었고, 이런 부분을 좋아해 주는 팬들이 계셔서 이달의 소녀의 음악에 아끼는 곡이 많아요. 그리고 저희 회사 아티스트인 옐로의 곡 “Bad thing”과 곧 나오게 될 싱글  역시 다른 레퍼런스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쓴 곡들이라 애착이 많이 갑니다. 


GL: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해 보셨을 텐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세요?

G-high: 우선 SM의 모든 아티스트들과 한 작업은 다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어느 한 명 빼놓지 않고 개성과 끼, 실력을 갖추었고 무엇보다 프로페셔널한 아티스트들입니다. 오랫동안 봐온 온앤오프도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속도가 엄청나서 인상적이었고요. 

최근에는 템페스트 친구들과 계속 친분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 역시 순한 맛에서 매운맛까지 모두 갖춘 친구들이고,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이 살아있어서 기대가 많이 되는 친구들입니다.


GL: K-Pop이라는 장르 특성상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아티스트와 많이 작업하실 텐데, 거장이라 불리는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업물도 있으세요?

G-high: 최근에는 그런 작업이 뜸했지만, 이전에 박정현 선배님, 김건모 선배님, 이승환 선배님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제가 평소에 하는 작업과는 바이브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배님들은 엄청난 음악적 아우라를 가지고 계셔서 제가 이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제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매우 긴장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영광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GL: 곡을 만들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고 어떻게 음악으로 발전시키시는지 궁금합니다.

G-high: 많은 것들이 있지만, 역시 다른 음악들을 들으면서 감동받고 리스닝을 하다가 갑자기 곡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 라고 글을 쓰는 작가의 얘기를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글의 첫 줄은 남의 글로 시작해서 써보는 방식을 추천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렇게 시작한 글은 결국 자신의 글로 마무리 짓게 된다고 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음악에서 첫 줄을 가져오면 절대 안 되겠지만요. (웃음) ‘와, 나도 이런 사운드를, 이런 코드를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하다 보면, 제가 카피를 잘 못해서 그런지 원곡과 전혀 다른 곡이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만,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레퍼런스가 된 음악을 다시 듣거나 자주 청취하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 있습니다. 


GL: 반대로, 오랜 시간 창작을 하다 보면 분명 지치거나 힘들 때가 있으실 텐데요, G-high님 만의 리프레시 법이 있나요?

G-high: 게임을 엄청 좋아해서 자는 시간이 줄어도 게임을 하는 편입니다. (웃음) 여럿이 하는 온라인 게임은 잘 안 맞고, 혼자서 콘솔 게임에 푹 빠져서 현실도피를 하는 편입니다. 또, 멘탈이 망가지면 그냥 바로 잠을 자버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단 10분이라도 자고 나면 좀 회복이 되더라고요. 가벼움을 잃지 않으려고 농담을 끊임없이 하기도 합니다. (웃음)


GL: 직접 작사에 참여하신 곡도 꽤 많습니다. 독특한 가사도 많은데 가사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G-high: 저는 대체적으로 사랑, 이별과 같은 어떤 주제를 잡고 가사를 써내려 가는 것보다 가이드 때 아무 의미 없이 흥얼거린 발음을 따서 가사를 쓰는 편입니다. 처음 가이드 때 좋은 느낌이 들면 그 느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그렇게 가사를 만들었을 때가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것 같아요.



GL: 이전에 구독제 샘플 사이트 Splice에 K-Pop이라는 주제로 샘플 팩을 발매하셨어요. 일반적인 팝이나 다른 장르에 사용되는 샘플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점을 두고 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G-high: 사실 저의 개인 샘플 팩을 발매하자고 연락을 받았던지라, (웃음) 특별히 K-Pop을 염두에 두고 발매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작업했던 사운드들을 자연스레 만들었기 때문에 특별히 차이점을 두고자 한 것은 없었습니다만, 만들고 나서 Splice 쪽의 반응은 ‘드럼이나 원샷류의 소스보다 코드나 하모니 쪽 소스가 많아서 좋다,’였습니다. 변화감이 많은 루프 사운드가 주를 이뤄서 제가 만든 샘플들을 뮤지션들이 어떻게 사용하실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는 쉽지 않을 듯해서 (웃음) 곡을 쓰는데 영감을 줄 수 있는 사운드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GL: 샘플을 선정하고 편집, 수정하는 과정에서 팁이 있다면 좀 나눠주세요.

G-high: 속도, 변화 두 가지입니다. 요즘 시대는 좋은 사운드 샘플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샘플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Splice의 경우, 저는 보통 랜덤으로 페이지를 하나 열어놓고 딱 첫 페이지만 빠르게 죽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고른 후 샘플 페이지를 닫아버립니다. 곡을 쓰는데 받는 에너지와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제가 고른 샘플이 곡과 어울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변화시켜서 처음 듣는 사운드와 구성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우연의 효과에서 나오는 사운드도 많았고요. (웃음)


GL: 현대의 음악 제작 특징 중 하나를 뽑는다면 샘플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샘플을 많이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특히 자주 사용하는 샘플 플러그인이나 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G-high: 예전부터 MPC나 808 등 드럼 머신으로 비트를 만드는 것이 취미였기 때문에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샘플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힙합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샘플링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았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턴테이블로 샘플링을 하는 시절의 힙합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제가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샘플링에 의존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제가 제 스스로의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부담이 줄어들면서 다시 샘플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GL: 메인 DAW로 Ableton Live를 사용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G-high: 네. Ableton Live <에이블톤 라이브>를 사용하고 있고, 굉장히 직관적인 DAW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작업이 길어질수록 처음에 받은 영감과 느낌을 잃어버린다면 결국 머리로 쓴 노래가 나오기 쉬운데, 이런 곡들은 청자도 가슴이 아닌 머리로 받아들이곤 하더군요. 라이브는 자잘한 편집보다는 크게 크게 그림을 그리고 머릿속의 생각들을 빠르게 정리하는데 최적화된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디테일한 편집은 나중에 Pro Tools <프로 툴즈>에서 좀 더 해나가는 편입니다만, 라이브에서 러프하게 찍은 사운드들이 더 좋은 경우도 많더라고요. 최근에는 아예 보컬 믹스까지 라이브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헤드룸이나 몇 가지 측면에서는 약간 불편하더라도 처음 생각한 색깔을 유지하는 데는 더욱 좋은 것 같아서 라이브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GL: 많은 아티스트들이 ‘라이브는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워크플로우를 제공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라이브의 기능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요?

G-high: 많은 분들이 꼽으실 테지만, 오디오 파일을 워크플로우에 올렸을 때 바로 샘플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워프 기능인 것 같습니다. 샘플 기반의 작업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찰떡처럼 잘 맞는 기능입니다. 작업을 할 때의 호흡을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그외에 세션 뷰도 좋은 기능인 것 같아요. 세션 뷰로 4마디 루프를 돌리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한 곡들도 몇 가지 있구요, 스탑 버튼을 누르지 않고 계속 소스를 추가하며 곡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은 저와 같은 샘플러 기반의 워크플로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기능이라 생각합니다. 


GL: Push를 활용하시는 작업 영상을 많이 봤습니다.

G-high: 제가 원래 MPC 매니아였어서 패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패드를 사용해봤는데, 결국에는 마우스나 건반으로 찍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Push <푸쉬>는 라이브하고 연동을 너무 편리하게 해 놓아서 지금도 드럼 및 샘플 악기들은 푸쉬를 통해서 연주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려면 때로는 저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푸쉬라는 악기는 건반을 칠 때보다 스스로를 훨씬 즐겁게 만들어주는 악기입니다.



GL: G-high 님의 음악을 들어보면 곡마다 스타일이나 사용되는 악기, 사운드가 다채롭게 느껴집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주 사용하는 가상 악기가 있을까요?

G-high: 사용하는 가상악기는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Spectrasonics <스펙트라소닉스>의 악기들을 제일 좋아하고요, 심지어 지금도 Stylus <스타일러스>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베이스는 거의 전부 Trillian <트릴리안>으로 사용합니다.


GL: 샘플 기반의 작업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스타일러스 같은 드럼머신 플러그인을 많이 찾아볼 수 없는데요, G-high 님은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G-high: 정말 10년 전에 사용하던 그 방식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웃음) 하나하나 찍는 것도 그렇고, 루프도 쓰고, 그루브 엘레멘츠도 쓰고, 싱글 샷도 사용합니다. 음악의 유행은 자꾸 도는데, 지금 니즈가 많은 90년대 R&B나 힙합 같은 사운드에 스타일러스 만한 악기가 없습니다. 댐핑도 너무 좋고요. 그리고 Splice가 오히려 너무 뻔해진 느낌이 있어요. 파퓰러 메뉴를 통해 이미 유명한 소스는 모두 사용되었기 때문에 스타일러스가 상대적으로 개성이 강한 사운드처럼 들리는 것 같아요.



GL: 요즘엔 가상 악기 제작 퀄리티가 많이 좋아져서 실제 악기와 매우 흡사한 질감을 제공하는 Trillian 같은 가상 악기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실제 악기와 가상 악기 활용 중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 걸 선호하세요?

G-high: 뭐가 더 좋다는 건 당연히 없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최근 들어 악기 녹음을 좀 덜 하는 편입니다. 이 부분은 곡에 따라 장르에 따라 나뉘게 마련인데, 예전에는 가능한 선에서 리얼 악기 레코딩을 선호하는 편이었다면, 현재는 정말 필요한 부분 외에는 세션을 줄이고자 노력합니다. 처음 제가 만들려고 했던 사운드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악기 녹음을 덜 하고 있습니다.


GL:실제 악기를 레코딩했을 때 결과와 가상 악기로 작업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다른가요?

G-high: 결과적으로 믹스를 해보면 리얼 베이스 같은 경우가 확실히 존재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세션들의 아이디어와 색깔이 더해져 곡에 시너지를 불어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나중에 리얼로 녹음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작업하는 것은 지양하려 합니다. 보통 엔터테인먼트나 제작사에 데모를 들려주게 되는데, 사운드가 불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이런 멜로디와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포인트를 봐주겠지’라는 생각을 피합니다. 데모라도 당장 CD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가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고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타가 필요한 부분에 ‘나중에 세션으로 더 멋있게 처리하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자칫하다가 자신의 사운드와 타협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GL: 기타처럼 복잡한 악기들도 플러그인으로 사용하세요?

G-high: 사실 기타도 트릴리언으로 굉장히 자주 연주합니다. (웃음) 저의 곡 중에 기타처럼 들리는 사운드가 몇 있는데 막상 보면 트릴리언인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기타 세션을 자주 받지 않아서 기본적인 EQ, 플러그인 등을 통해 기타처럼 들리게끔 사용합니다. 



GL: 보컬이나 악기 레코딩을 진행할 때 직접 레코딩을 받으세요? 그렇다면 어떤 마이크와 아웃보드를 즐겨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G-high: 가이드의 경우 제가 직접 레코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이크는 U87과 Lauten Audio <라우텐 오디오>의 FC-357을 주로 씁니다. U87은 가성과 호흡이 많이 필요한 보컬의 경우, 덩어리 감과 적당한 중역대가 매끄럽게 나오기를 원하는 곡에는 FC-357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컴프레서는 제 방에서 녹음할 경우, 얼마 전에 구입한 Chandler Limited <챈들러 리미티드> TG OPTO 컴프를 마음에 쏙 들어 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깨끗한 악기보다는 좀 색깔이 진한 외장들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네요. 프리는 챈들러 리미티드의 TG12411을 쓰고 있습니다.

본 녹음 때는 모노트리 녹음실에 있는 Heritage Audio <헤리티지 오디오>에서 복각한 1073Universal Audio <유니버설 오디오>의 LA-2A, Telefunken <텔레펑켄> U47을 주로 쓰지만, 오히려 코러스나 가이드 작업 때는 U47을 피하기도 합니다. 주연과 조연에 차이를 두고 싶은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웃음)



GL: 작곡가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아웃보드를 경험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기준으로 개인 작업실과 모노트리의 메인 녹음실의 장비 선택을 하셨나요?

G-high: 제일 좋은 걸로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웃음) 사실 녹음할 때 사용되는 장비는 신뢰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스튜디오나 작업실을 가더라도 일정한 사운드를 공유하기 위해서 해당 장비들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스튜디오에서 사용하기도 하면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장비들이 메인 녹음실에 있고 제 개인 작업실의 경우는 반대로 저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 어느 정도 신뢰성이 보장된 장비로 구성되어있죠. U47은 정말 주인공을 위한 마이크라고 생각해요. 보통 마이크의 개성이 강하면 신뢰성을 쉽게 잃는다고 생각하는데, U47은 색깔과 신뢰성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몇 안되는 마이크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U47의 소리를 듣고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거에요. 



GL: 현대 음악에서는 작곡과 믹싱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작곡할 때 프로세싱을 모두 하고 믹싱을 하시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어느 정도 프로세싱을 마치고 믹싱에서 완성하시는 편인가요?

G-high: 어느 정도는 사운드를 만들어가며 작업하는 편입니다. 녹음이 끝난 후 믹싱은 보컬 믹스와 사운드 정리 쪽에 초점을 두는 편이구요. 아무래도 처음 작업할 때부터 어느 정도 사운드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진도를 잘 못 나가는 타입이라 처음부터 확실한 색깔을 입힐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킥하고 베이스만 하루종일 잡고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작업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다행히 에이블톤 라이브로 DAW를 옮긴 후에는 좀 크게 크게 그림을 그리면서 사운드를 함께 잡아가는 편입니다. 전체적인 믹스의 경우 데모 단계에선 제가 진행하지만 앨범 발매 단계에서는 안 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훌륭하신 기사님들이 계시니까요.



GL: 곡을 만들면서 오디오 프로세싱을 할 때 자주 사용하시는 플러그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G-high: 에이블톤 라이브의 기본 디바이스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심플하고 직관적인데 사운드의 변화 정도도 무척 다채로운 편이라 작업용으로는 최고의 플러그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UAD 의 대체 불가능한 플러그인들, 특히 Pultec EQ 와 Maag EQ, LA-2A 컴프 등은 보컬에 항상 쓰고 있습니다. 또한 음압이 있는 음악에서는 Thermionic Culture의 Culture Vulture를 거의 모든 베이스에 거는 편이구요, 의외로 Dytronics Tri-Stereo Chorus 플러그인도 굉장히 많이 씁니다. 보컬의 다이내믹한 변화감을 살리기 위해서 데모 때는 파트에 맞게 좀 과감하게 거는 편입니다. 

디지털 프로세싱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소리가 얇아지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그런 상황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UAD 플러그인들을 컴프레션이나 부스트 같은 아무 프로세싱 없이 그냥 걸어 놓기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GL: 에이블톤의 디바이스 중 가장 애용하시는 것이 있다면요?

G-high: Drum Rack, Drum Buss, Overdrive입니다. 그 외에도 에이블톤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에이블톤 디바이스로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제가 믹스를 프로 툴즈에서 하는데 요새는 프로툴에서 작업한 것을 다시 가져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라이브가 가진 특유의 디바이스 느낌이 있어서 너무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GL: 믹스나 프로세싱을 할 때 아웃보드를 사용하시나요?

G-high: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빈티지 MPC나 dbx 등의 컴프레서를 거치기도 했는데, UAD를 사용하게 되면서 전혀 손대고 있지 않습니다. (웃음) 종종 MPC와 dbx는 아티스트의 비밀 병기로 사용되곤 하는데요. dbx는 dbx로 대체합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모델과 넘버링이 다르지만, dbx는 특유의 색깔이 확실한 제품이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해서 사용합니다. MPC의 경우 정확하게 새츄레이션까지 에뮬레이션 된 플러그인이 없지만 특유의 질감을 Studer 테이프 레코더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GL: 최근엔 ITB 워크플로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G-high: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운드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생각하고요, 약간의 바이브가 다르다고 할까요? 작업하는 사람에게 어떤 감정과 환경을 제공하느냐가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음악인이 새로운 악기나 아웃보드를 산다는 건 새로운 사운드를 얻는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장난감을 가진다는 느낌도 있겠고요. 음악을 만들고 완성하는데 어떤 영감을 주느냐, 어떤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주느냐 라는 데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GL: Amphion One 18을 메인 모니터로 사용하고 계세요.

G-high: 네. Amphion <암피온>은 저에게 객관성을 보장해주는 스피커라고 생각해요. 제가 자신을 믿지 못할 때 자주 사용하는 스피커입니다. Genelec 8040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이나 선택을 해야 할 때는 항상 암피온을 켜요. 약간 선생님께 검사받는 느낌으로 작업물을 재생하면 항상 객관적이면서 분리도가 높은 사운드로 제제 믹스의 정확한 문제점을 짚어냅니다. 8040이 어택과 같은 자극적인 포인트를 잘 전달하기 때문에 제 방에서 좋게 들린다고 해서 다른 모니터 시스템, 특히 대중들에게 전해졌을 때 그 사운드가 그대로 들리지는 않기 때문에, 후반에 믹스를 할 때는 아예 8040을 꺼놓고 암피온을 통해서 좀 더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운드를 잡아갑니다. 제 작업물을 방을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줬을 때도 부끄럽지 않게끔 하는 역할을 One 18이 해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8040도 다른 스피커로 바꿀까 생각을 하다가 Acoustic Revive <어쿠스틱 리바이브>로 케이블을 바꾼 후 사운드의 향상을 느끼고 잠시 미루게 되었습니다.


GL: Acoustic Revive의 케이블은 고가의 하이엔드 케이블로 손실 없이 완벽하게 깨끗한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실제로 교체했을 때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나요?

G-high: 확실하게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깔끔해진 것인지, 손실 없이 전달된 것인지, 아니면 케이블 특유의 톤인지 제가 기술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웃음) 스피커마다 인터페이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굉장히 좋은 영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사운드가 더욱 명료해지고, 로우도 깔끔해지고 특히 분리도가 상승한 느낌이 확실히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다른 방의 작가들이 암피온의 스피커를 메인으로 쓰고 있어서 ‘아 이게 암피온 소리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구매할 때쯤에 기어라운지에 찾아가서 암피온을 듣게 되었는데 제가 알던 암피온 소리가 아니었어요. ‘이게 암피온 2-way 소리라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운드가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알던 암피온의 소리와 달랐던 이유가 스피커 인슐레이터 DMSD와 어쿠스틱 라이브 케이블일 수 있다 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암피온을 먼저 주문한 상태였는데 DMSD와 케이블을 함께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웃음) 그래서 저는 DMSD와 어쿠스틱 리바이브 케이블과 함께 쓰이지 않은 One 18의 소리를 모릅니다. (웃음)



GL: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G-high: 우선 저희 아티스트 옐로의 다음 곡 작업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포커스를 맞춰갈 예정이고요, 원래 하던 아이돌 음악 작업도 계속해나가며, 새로운 팀들의 곡도 계속 나올 예정입니다. 모노트리의 아티스트들과 작가들의 음악도 꾸준히 발매될 예정이고요. 모두가 재능이 넘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많이 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GL: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현재 어디선가 G-high 님의 음악을 듣고 꿈을 키우고 있을 작곡 지망생이나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G-high: 직업으로 음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가슴과 함께 머리도 써야 합니다.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음악에 자신감 갖고 꾸준히 작업하시고 영감을 찾아다니세요. 동시에 세일즈맨이기도 한 작곡가는 음악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 비즈니스 마인드, 주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에도 항상 신경 써야 합니다. 내가 곡을 만드는 과정만큼 남들이 내 음악을 듣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반응 역시 신경 쓰는 것이 대중음악 작곡가의 직업적 소양입니다. 

예전에, 일본 야쿠자 출신의 아티스트 DJ 크러쉬(Krush)라는 분이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항상 힘내세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힘들 때 그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음악을 늦게 시작했고 지금도 귀가 좋다거나 음감이 좋거나 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여러분들도 항상 힘내고 열심히 도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