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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다양한 장르의 용광로에서 주조된 Code Kunst의 음악 바이오그래피

2020.06.08. Artists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존경을 받는 "아티스트의 아티스트" 코드 쿤스트는 2020년 4월, 신보 <PEOPLE>로 수많은 리스너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노련한 연륜과 깊은 향기, 그리고 화려한 피쳐링진으로 무장한 4집 <PEOPLE>과 코드 쿤스트의 음악 철학에 대해 기어라운지가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기어라운지 (이하 GL)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드 쿤스트 (이하 코쿤) : 안녕하세요. 좋은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L: 요즘 한국 음악 시장에서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코쿤: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는 프로듀서들이 정말 많은데 일반 사람들에게 아는 프로듀서 이름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한 세 명? 꼽을 수 있나요? 미디어에 노출이 어느정도 된 프로듀서만 이름이 알려져 있죠. 아직 시대가 왔다고 하기엔 조금 이르고,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단계 중 초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GL: 특히 힙합이나 비트 위주의 음악 업계에서는 그래도 프로듀서들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K-pop 프로듀서들은 말할 것도 없이 상승 곡선을 달리고 있는데요.


코쿤: K-pop은 좀 예외라고 생각하는 게, 외국 프로듀서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GL: 국내외의 좋은 작가분들은 많은데, 모두 프로듀서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다른 장르에서도 아티스트들이 전문 프로듀서의 부재를 많이 느끼곤 하거든요.


코쿤: 또한,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를 “저 사람 잘하니까, 저 사람과 작업 해!”라며 붙여 놓는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서로 친해지면서 생각을 이해하게 되며 좋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로 관계가 발전하는 것인데, 비즈니스로만 다가가면 좋은 결과물을 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GL: 프로듀서가 비즈니스로 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씀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어디서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코쿤: 프로듀싱을 할 때 앨범이 띠고 있는 목적에 대해 생각하는 게 중요한데요, 아이돌 음악을 예로 들면 앨범에 엄청난 예술성을 부여한다거나 내 감정을 서사적으로 푼다는 것은 오히려 지양해야 하고, 대중들이 쉽게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합니다. 힙합에서는 앞서 말한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앨범이라면 그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프로듀서라는 개념 자체가 음악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앨범과 아티스트를 잘 이해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GL: 프로듀싱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제가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코드 쿤스트라는 아티스트의 설명 글을 보았는데 혹시 무슨 글인지 알고 계신가요?


코쿤: 미국 쪽은 잘 모르겠습니다.


GL: 재미있게 표현해놓은 글들이 많더라고요. 장르도 다양하지만, 곡에 “딥 다크 펑크(Funk)"가 들어가 있다든지, “정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펑크(Punk)도 있다."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짤막한 글인데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코쿤: 오... 맞아요. 맞는 것 같네요. (웃음)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다른 사람의 앨범을 프로듀싱 할 때는 그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GL: 작업하실 때 영향 받은 음악이 많을 것 같은데요, 예전 인터뷰를 보니 샘플링 한 느낌을 주기 위해 보컬 샘플도 많이 쓰는 편이고, 실제 연주자를 쓰더라도 샘플링 느낌이 나도록 연주를 요청한다고 하셨습니다. “샘플링”이라는 것은 기법일 뿐이고, 그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가 궁금한데요,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영향을 받은 음악 스타일이나 문화적 흐름 등이 있었나요?


코쿤: 영감을 받은 음악 스타일은 너무 많지만, 굳이 뽑자면 중학교에 다닐 때 락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죠.


GL: 락도 종류가 많이 나뉘는데, 어떤 장르였나요?


코쿤: 헤비 메탈처럼 강렬한 음악은 아니었고 보통 매우 느린 템포의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포스트 락 정도가 되겠네요. 포티셰드를 제일 좋아했던 것 같고... 의외로 에이브릴 라빈의 팬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다 좋아하는 라디오헤드 같은 밴드도 좋아했고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는 킹 크룰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리버브가 너무 좋아서 들었는데 요즘엔 잘 안 듣게 되네요. 힙합 음악은 가리지 않고 거의 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GL: 인터넷상의 정보에 의하면 나스의 음악을 듣고 힙합에 빠지셨다고 하는데요.


코쿤: 네, 맞습니다. 나스 때문에 음악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중학교 시절 웨스트 코스트, 이스트 코스트 이런 것들도 모르고 해외음악을 한창 많이 찾아 들을 때, 나스의 "Doo Rags"를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가사도 모르고 곡에 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노래가 너무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힙합 음악을 찾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장르에 대한 편견이나 편애 없이 음악 그 자체를 사랑해 폭넓은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오랜 시간 진지하게 음악을 탐구해 온 코드 쿤스트의 노력이 어쩌면 그의 성공 비결일지 모릅니다.

 GL: 작년에 ‘기어라운지 마스터클래스’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체 포프라는 프로듀서가 오셨습니다. 그분도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코쿤: 저도 2015년 즈음에 체 포프씨와 송캠프를 같이 했었습니다. 그때 작업했던 곡이 에픽하이의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GL: 그때 그럼 체 포프씨와도 작업을 했던 건가요?


코쿤: 체 포프씨와 직접 작업을 한 것은 아니고, 그가 데리고 온 그의 팀과 작업을 했었습니다. 체 포프씨는 팀을 총괄 감독하는 느낌이었고요.


GL: 프로듀서로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이미 잘하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는 어떻게 찾으시는 편인가요?


코쿤: 설명이 되는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아티스트는 이 부분이 뛰어나네?" 하면서 분석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 우선 들어보고 "좋은데?" 하는 게 끝입니다.

(재야의 아티스트의 경우)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곡을 의미 없이 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왜 곡을 만들어 놓고 어디에 올려뒀다고 홍보도 안 하지?” 라는 생각이 드는 곡들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곡을 올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정말 날을 잡고 하루종일 사운드클라우드를 돌아다닌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음악 시장의 순환이 빠르고, SNS를 통한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해지니, 조금만 실력 있어도 SNS에 곡을 올리면 빠르게 퍼져나가서 그걸 따라가기도 벅찬 게 현실입니다. 


GL: 인터넷에서 "코드 쿤스트"를 검색해 보니 “20대 때엔 예술병이 심해서 켄드릭 라마에 준하는 어려움을 스스로에게 요구했는데, 이제는 완치됐다.”라고 했다 하는데, 사실인가요?


코쿤: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사실입니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간추려 이야기한 내용이라 설명을 더 하고 싶은데요, 물론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은 너무나도 소중하지만, 절대 그들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절대로 그 자리에 서서 똑같은 것만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들, 음악들을 계속 표현하다 보니 항상 비슷한 음악만을 만든다는 의견이 나왔던 시기가 있었는데, 제가 음반 발매를 아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때그때 내는 타입이다 보니, 매 해마다 같은 아티스트가 만드는 음악이라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죠. 이번에도 다크 펑크나 제가 온전히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했다면 똑같은 음악이 나왔을 가능성이 100%입니다. 3집을 냈을 땐 2집, 4집을 냈을 땐 3집이 더 좋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그런 반응을 보고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앨범을 만드는 기간에는 어두운 감성의 음악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런 감성의 곡을 100곡은 냈었고, 그 어두운 감성은 더 이상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어두운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면 제가 전에 냈던 음악을 들으면 됐었죠.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3집 <MUGGLES’ MANSION>을 냈을 때도 개인적으로는 많은 힙합 팬들이나 그런 장르를 좋아하는 매니아층 팬들이 저를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잘 나온 앨범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번에 나온 앨범이 전 앨범의 모든 기록을 하루 만에 다 깼거든요. 그런 걸 봤을 때, 저는 한 발 더 나갔어야 했고, 음악을 70, 80세까지 한다고 했을 때 저는 제 앨범들을 그냥 하나의 앨범으로 보고 싶은데, 똑같이 어두운 느낌만을 넣을 수는 없으니 전 앨범보다 조금 더 특정 감정을 표현한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코드 쿤스트 4집 <PEOPLE>

 

 GL: 매니아들은 <CRUMPLE>과 <MUGGLES’ MANSION> 두 앨범을 최고로 꼽았는데요, 아까 말씀하신 포티셰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쪽은 <CRUMPLE>이겠죠?


코쿤: 그럼요. 훨씬 많죠.


GL: 그 때는 힙합보다 “다크 펑크(Funk)"쪽의 성향이 강해서 인상 깊게 들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더 감성적이고 대중적인 음악도 많아진 느낌이네요. <PEOPLE> 같은 경우엔 대중적인 요소도 많고 익숙한 이름들도 많이 보이니까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음악을 깊게 파고들지 않는 대중들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점들이 아까 말씀하셨던 하나의 디스코그래피가 되는 과정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코쿤: 맞습니다. 그게 주목적이었죠.


GL: 프로덕션 이야기를 조금 해 보죠. 방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큰 스피커를 사용하시는데, 현재 앰피온과 아담 두가지를 쓰시는 계시네요? 앰피온은 언제부터 쓰셨나요?


코쿤: 앰피온을 들여 놓은지는 3개월 정도 됐네요. 앰피온 놓은 뒤로 아담은 거의 안써요. (웃음)


GL: 두 스피커의 차이가 있나요?


코쿤: 두 스피커의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끝도 없는데요, 일단 (앰피온은) 해상도의 차원이 다릅니다. 가정집이라 서브 우퍼를 사용하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저는 저음이 풍부하면 신경이 쓰여서 작업이 잘 안되는 편이라, 오히려 지금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기도 합니다. 


GL: 그렇다면 볼륨도 작게 해놓고 작업하시나요?


코쿤: 네, 굉장히 작게 해놓고 작업합니다. 처음 2집 정도때만 해도 무조건 최대 볼륨으로 작업을 했는데, 결국엔 시작하고 30분 정도만 신나고 그 뒤로는 지쳐서 작업하기가 힘들더라고요.


GL: 작은 소리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것이 좋은 모니터 스피커의 중요한 점 중 하나죠.


코쿤: 맞습니다. 소리를 키우지 않고도 제가 만든 소리를 다 듣는 게 목표였습니다.

 

앰피온을 메인 모니터로 쓰는 코드 쿤스트는 낮은 볼륨에서도 탄탄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점을 앰피온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GL: UA Apollo X 랙을 사용하고 계신데, 전에는 어떤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셨나요?


코쿤: 아포지를 사용했는데, 혹시나 아폴로가 고장 나면 바로 쓸 수 있도록 옆에 예비용으로 비치만 해 두었습니다.


GL: 아포지와 아폴로는 많이 다르지 않나요?


코쿤: 네, 아예 다른 장비 같습니다. 폴더폰을 쓰다가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느낌? (웃음) 아포지 앙상블 같은 경우는 좋았지만, 내부에서 기술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폴로는 내부적으로 플러그인 사용도 가능하고 콘솔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많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GL: 작업실에 악기는 많은데, 아웃보드는 하나도 안보이네요?


코쿤: 네. 별로 필요 없다고 느낍니다. 처음에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아웃보드가 있는 작업실에서 작업을 해보았는데 결국에는 다 여기서 추출해서 믹스하러 스튜디오에 가지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또, 음악적인 퀄리티나 장비도 중요하지만,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귀찮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웃보드의 컨트롤이 귀찮아서 오히려 작업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작업 공간에는 딱 필요한 것만 놓아야 한다." 이게 맞는 것 같네요.


코드 쿤스트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악기가 갖춰져 있었습니다.

 GL: 자택에서 어느 수준까지 작업하시나요?


코쿤: 가믹스까지 합니다. 대신 표기를 해 둡니다. UAD를 사용해서 어느 정도 느낌을 잡아두면 스튜디오에 가서 어떤 장비로 어떤 효과를 줄지 미리 표기해 둡니다. 2집 때까지는 제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3집 때부터 회사에 들어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 보니, 다른 아티스트들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MUGGLES’ MANSION>도 어떻게 보면 사람 관계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 관계를 가지고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제가 더 신뢰하고 맡겨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간은 100% 제가 잘 다루는 것들로, 남들보다 온전히 제가 더 잘 다룰 수 있는 것들로만 꾸렸습니다.


GL: 실제 악기를 녹음하실 때 여기에서 녹음한 뒤에 다듬어서 스튜디오에 가지고 가시나요?


코쿤: 네. 아니면 직접 녹음을 하러 가기도 하는데, 비율은 8:2 정도 됩니다.


GL: 그럼 그 2는 여기서 도저히 원하는 사운드가 안 나와서 가시는 건가요?


코쿤: 아니요, 그냥 여기서 작업하기 싫으면 갑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건 거의 없습니다. 그냥 기분에 따라서 정하는 편입니다.



"새로운 것을 늘 좇기보다는 있는 장비를 마스터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GL: 그러면 플러그인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시겠네요.


코쿤: 네, 근데 요즘에는 예전처럼 새로 나온 제품을 써봐야지 하는 느낌보다는 가지고 있는 소리를 더 파고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랭크 오션의 프로듀서가 작업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도대체 이 소리를 어떻게 만든 거지?"라고 생각했던 사운드를 만드는 모습을 보니까 제가 이미 가지고 있는 플러그인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새로운 것을 늘 좇기보다는 있는 장비를 마스터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어떤 플러그인을 써도 잘만 쓰면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멜로트론은 좀 예외네요. 독특해요.


GL: 가상악기와 실제 악기의 사용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코쿤: 사실 실제 악기를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교하기가 쉽지 않네요. 한 다섯달정도 된것 같아요. 4집은 여기 있는 이 악기들을 구매하기 전에 마무리됐기 때문에 한 곡도 실제 악기로 녹음하지 않았고, 최근에 만든 곡들은 거의 100% 실제 악기들로 녹음했습니다. 이전에는 가상악기로 쳐 놓고 괜찮다 싶으면 실제 악기로 녹음했고요.


GL: 가상악기 중에서 제일 자주 쓰는 가상악기는 무엇인가요?


코쿤: u-he 리프로 입니다.


코드 쿤스트의 미니무그 모델 D

 GL: 최근 Minimoog Model D를 구입하셨는데, 그 전에도 무그 사운드를 애용하셨나요?


코쿤: 많이 까진 아니고 종종 사용했습니다. 투컷(DJ Tukutz) 형한테 무그 보야저가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무그 악기들은 많이 사랑해줘야 하는 악기들인 것 같습니다. 잘 쓰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만 좋은 소리를 내주거든요. 멜로트론처럼 직관적으로 사운드를 섞어서 새로운 사운드를 내는 것도 아니고, 보드가 없기 때문에 귀로만 듣고 세팅을 해야 해서 운 좋게 얻어걸리는 사운드가 없고, 오로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좋은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악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베이스로는 써 본 적이 없고, 리드로만 사용해 봤습니다.


GL: 그럼 무그 사용 중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찾았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코쿤: 얼른 사진 찍어놔요. (웃음)


“무그 악기들은 많이 사랑해줘야 좋은 소리를 내줍니다.” - 코드 쿤스트

GL: 마이크는 어떤 것을 사용하시나요?


코쿤: 라우텐 오디오 LA-320을 사용합니다. 여기서는 엄청나게 비싼 마이크를 사용해야 할 필요를 별로 못 느껴서 사용 중입니다.


GL: 여기서는 가이드만 녹음하시나요?


코쿤: 보통 그렇긴 한데, 여기서 녹음한 테이크도 좋으면 그냥 씁니다. 좋은 음질, 좋은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저는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기술이 많이 발달하다 보니 너무 안 좋은 소리가 나는 마이크만 아니면 웬만해선 커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안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귀로 들어도 모를 정도로 커버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래도 보통 보컬 소스나 가이드 위주로 여기서 하고 본 녹음은 거의 회사에서 하는 편입니다.


GL: 여기서 가이드 작업하실 때도 보컬 체인을 만들고 시그널 받아서 하시나요?


코쿤: 그럼요. 혹시 모르니까요.


GL: 그럼 보컬 가이드 작업하실 때는 주로 어떤 플러그인을 사용하시나요?


코쿤: UAD는 조금 더 귀에 집중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웨이브스는 훨씬 더 직관적이고 쉬운 느낌이라, 두 개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특별히 사용하는 플러그인은 없고, 다들 많이 쓰시는 튜브 텍이랑 펄텍 많이 사용합니다.


GL: 좋은 케이블을 사용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코쿤: 음... 좋긴 좋은데, 음악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겐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전기 노이즈가 덜 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GL: 케이블이라는 것이 드는 돈에 비해 얻는 효과는 적은 느낌인데, 아직 고급 케이블을 사용해보지 못한 프로듀서들 중 “이걸 바꾸면 내 음악이 좋아질 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코쿤: 케이블을 바꾸고 나서 제 작업물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많이 줄긴 했습니다. 케이블은 모든 것이 다 해결되고 난 뒤에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상업적인 음악을 하든, 인디 음악을 하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작법을 구축한 뒤에는 그런 구분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GL: 음악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인데, 이런 독특한 포지션을 유지하면서도 성공하셨습니다.


코쿤: 상업적인 음악을 하든, 인디 음악을 하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작법을 구축한 뒤에는 그런 구분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까 얘기했던 포티셰드를 예로 들어보면, 한때는 완전 메이저였지만 어느 순간 마이너한 길로 들어가고,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며 활동했는데, 저는 이렇게 메이저와 마이너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CRUMPLE>을 발매했을 당시, 그러니까 제 음악이 굉장히 어두웠을 당시에, 조금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음악 말고는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이 장르가 아니면 음악이 아니다." 라고 하는 분들께 "그 장르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으냐"고 여쭙고 싶네요. 제가 그랬거든요. 저도 그 당시에는 제가 제일 잘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만이 최고라고 얘기 했거든요. 하지만 다른 것도 할 수 있게 되면 본인이 다른 장르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등감을 가졌던 것이라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지 않으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진 표현 방식이 같은 것들은 확실히 지켜야겠죠.


GL: 신보 <PEOPLE>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추후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코쿤: 회사에서 통계를 보여줬는데, 다른 앨범에 비해 이 앨범의 곡을 듣고 코드 쿤스트 플레이리스트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았더라고요. 저는 그런 게 너무 감사해요. 다음 앨범은 지금 3~4곡 정도 준비가 됐는데, 문제는... 이번엔 또 어두워요. (웃음) 근데 템포는 빠르거든요? 최근에 위켄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던 게, 음악이 어두운데 리듬 등의 여러가지 요소들로 어둡지 않게 풀어나가더라고요. 그런 점에 착안했습니다. <PEOPLE>은 아름다운 느낌이 강한 편인데, <PEOPLE>의 감성을 어느정도 가지고 가면서 그 이면을 얘기하는, 낮과 밤 같은 느낌을 내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GL: 컨셉이나 메시지가 굉장히 확고하신 것 같네요. 객원 래퍼나 보컬들과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가사가 메시지에 주는 영향이 큰 편이잖아요? 가사에 개입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코쿤: 가사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습니다. 단어 정도는 교체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요, <MUGGLES’ MANSION> 작업을 할 때도 원래는 “악마"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구절이 있었는데, 그 뒤에 한문이 붙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문은 제 앨범의 스타일과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싶어서 한문을 배제해달라 요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신 저는 곡의 주제를 아티스트한테 전달할 때 거의 산문처럼 구체적으로 써서 보냅니다. 곡의 어느 부분엔 이런 구절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이런 느낌을 내고 싶다 등 상당히 구체적으로 보내줍니다.


GL: 작사를 하시는 분과도 교감을 많이 하는 편이시네요.


코쿤: 그래서 작업 전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하기엔 제한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GL: 넉살, 씨잼, 이하이와 같이 특히 작업을 많이 하는 아티스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잘 맞아서겠지만, 영화로 치면 감독의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단골 배우 같은 느낌일까요?


코쿤: 그럼요. 그리고 저는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작업을 할 때도 서로의 페르소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화롭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는 제 곡들을 그저 인스턴트처럼 소비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에요. 쇼미더머니에 써준 곡 조차도요. 제가 특정 아티스트와 작업한 작품을 모아서 들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제가 시리즈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고, 항상 어떤 방식으로라도 청자들이 쉽게 소비하지 않고 가슴에 오래 남아 간직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GL: 인터뷰를 하다 보니 코드 쿤스트라는 사람이 프로듀서가 아닌 아티스트로 더 많이 느껴지는데, 본인은 어느 쪽으로 불리고 싶으세요?


코쿤: 상관없습니다. 요새는 가끔 “방송하시는 분 아니세요?”라고도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그렇게 불려도 상관없어요. 음악, 방송 모두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고, 제 적성에 맞는 일이다 보니 그냥 저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GL: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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