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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힙합, R&B에 대한 열정을 확장해 이루어진 매력적인 음악 세계, YG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AiRPLAY

2023.04.21. Artists

YG 엔터테인먼트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AiRPLAY는 송민호, 강승윤, 태양, 이하이, 아이콘, 위너 등 현재 K-Pop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뮤지션들의 앨범에 프로듀서로서 참여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제작하고, 자신의 음악 세계와 스타일을 완성해오고 있습니다. 힙합, R&B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된 그의 음악 세계는 팝, 블루스, 록, 트랩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어 대중들에게 선보여지고 있으며, AiRPLAY만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YG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트레저와 베이비몬스터의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시 한번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그를 기어라운지가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GL Interview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AiRPLAY: 안녕하세요. YG 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AiRPLAY라고 합니다.


GL: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AiRPLAY: 보통 민호나 승윤이의 작업을 메인으로 했었는데, 두 친구가 군대를 가게 되어서 최근엔 YG 막내그룹 트레저, 곧 데뷔를 앞둔 베이비몬스터의 곡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 팀 모두 벌써부터 팬층이 확실하게 잡혀있기도 하고, 특히 트레저의 경우는 일본 돔 투어를 하고 있을 정도로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어요. 제가 모든 것을 이끄는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한 팀들은 아니지만, 각 멤버들에게 어울릴만한 곡들이 있다면 준비하면서 함께 작업해오고 있습니다.


GL: 지난 몇 년 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씬의 흐름에서도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되었을 것 같아요. 프로덕션의 관점에서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iRPLAY: 저희에게만 이런 변화가 찾아온 것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팬데믹 이후로 단순 음원 차트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아티스트들의 팬덤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찾아왔는데, 전반적인 대중적 인지도는 넓다고 보기 어렵지만 이 팀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진, 두터운 팬층을 가지게 되기도 했고요. 오히려 반대로 코로나가 줄어들면서 돌아오는 것들은 콘서트와 물리적인 음반 발매의 활성화라고 생각합니다.



GL: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iRPLAY: 어릴 때 제가 NBA를 좋아했어요. 당시 주한미군 관할 방송국이던 ‘AFKN’에서 NBA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었는데, 중학교 시절에 우연히 NBA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방영된 엔터테인먼트 방송에서 힙합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고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웃음) 그때 처음 접한 뮤지션이 LL 쿨 J였고요. 제 프로듀서 네임인 'AiRPLAY'는 LL 쿨 J의 “No Airplay”라는 곡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이름입니다. 

그 이후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나 GMV 매거진 등을 항상 곁에 두고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끌어모았죠. 어느 순간부터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보다 프로듀서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게 저를 여기까지 끌고 왔네요.


GL: 과거엔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미디어에 얼굴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뮤지션 위주의 콘텐츠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상대적으로 무대 뒤에서 뮤지션을 서포트하는 역할, 특히 프로듀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AiRPLAY: 앨범을 사면 앨범 재킷을 보고, 재킷에 쓰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다 확인했어요. 당시엔 그 앨범에 포함된 무엇 하나도 빼먹고 싶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LL 쿨 J나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을 샀을 때, ‘말리 말(Marley Marl)이라는 프로듀서가 있네?’하면 말리 말의 작업물들을 모두 찾아보고, ‘트랙마스터스(Trackmasters)가 크레딧에 있네?’하면 그의 작업물을 모두 찾아보는 식이였어요. 마음에 드는 뮤지션이 있으면 그 프로듀서의 트랙들도 모두 찾아 듣게 되었고, LL 쿨 J에서 나스까지 자연스럽게 힙합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프로듀서를 꿈꿔왔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순수한 열정이었지만 당시엔 아버지가 공부 말고 다른 것만 한다고 많이 혼내시기도 했죠. (웃음)


GL: 프로듀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게 된, 프로듀서로서의 초창기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iRPLAY: 고등학교 시절에 ‘유니텔’이라는 PC 통신 서비스가 있었어요. 거기에 흑인 음악 동호회가 있었는데,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프로듀싱에 대한 개념이나 정보들을 배우게 된게 첫 시작이죠. 이후, 프로듀싱과 관련된 쪽으로 진학을 목표로 하다가 가족의 반대로 클래식 작곡을 전공을 하게 되었어요. 나중에 군대를 다녀와서 힙합과 R&B의 본 고장인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을 제대로 시작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당시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을 병행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해서 한국에 남게 되었고, 지금 YG에 같이 있는 강욱진 프로듀서와 상수동 지하에 작은 작업실을 만들게 되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GL: 세븐의 ‘Make Good Love’을 통해 YG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로 데뷔하게 되셨는데요, 프로듀서로서 소속사가 생기기 전과 이후의 작업 스타일이나, 환경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AiRPLAY: 그전까지는 ‘벽만 보고 음악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회사의 니즈를 알고 작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죠. 제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실력 있는 작곡가들이 즐비했어요.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고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뭐 하나 대충 하는 게 없더라고요. 디테일한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프로듀싱에 대한 개념을 다시 잡았던 것 같습니다.


GL: K-Pop 뿐만 아니라 힙합, R&B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있어 YG는 매력적인 기획사이자 클랜일 텐데요, YG만의 스타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iRPLAY: 명확하게 ‘어떤 게 다르다!’라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웃음) 다른 곳에서 좋다고 하는 음악들이 저희 쪽에서 내지 못하는 스타일이 있고 반대로, 저희는 좋다고 느끼지만 다른 곳에서 내지 못하는 그런 곡들이 있어요. 약간 저희가 직관적인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같은 K-Pop의 범주 안에 있고, 모두 좋은 음악들이지만 니즈가 조금씩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약간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외부 프로듀서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고 저희 YG의 프로듀서들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GL: AiRPLAY 님은 작사와 작곡을 모두 겸하시고 계세요. 가사를 먼저 쓰고 영감을 얻는 방식과 기본적인 음악을 스케치하고 아이디어와 가사를 써 내려가는 방식 중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iRPLAY: 제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이미지화하는 게 가장 먼저인 것 같아요. 가사를 미리 써두거나 하지는 않고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가사 작업 시에 꺼내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잡히는 경우가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만, 음악적인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 놓고 가사를 붙일 때가 더 많아요.


GL: 작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시지나,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 있나요?

AiRPLAY: 메시지라기보다 제가 원하는 느낌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가사를 쓸 때 우리가 평상시에 대화할 때 사용하는 일상적인 언어, 어투로 만드는 것을 선호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YG 엔터테인먼트에는 싱어송라이터가 많아서 가사에 대해 뮤지션들과 의견을 나눌 때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제가 작사에 대해 완전히 관여하는 것보단 단어나 표현, 느낌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GL: 힙합, R&B부터 칠 트랩 기반의 팝 음악, 블루스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고 계시는데요, 영감은 보통 어떻게 얻으시나요?

AiRPLAY: 주로 제 작업실에서 영감을 얻으려 노력하지만, 항상 의외의 공간에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방심하고 있을 때요. (웃음) 예를 들자면, 집에 들어가기 직전의 주차장 이라던지… 많은 뮤지션 분들이 공감해 주실 것 같네요. (웃음) 집에서는 확실히 쉬는 스타일이라 휴대폰으로 악기와 함께 레코딩을 한다던지 메모를 해둔다던지 남기는 정도입니다.


GL: 의외로 어쿠스틱한 구성이나 록 세션으로 구성된 음악도 많이 선보이셨는데, 장르마다 가진 특유의 느낌을 살리는 AiRPLAY 님만의 팁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iRPLAY: 장르마다 확실한 기준을 두고 톤을 잡으려고 하는데, 포인트는 악기의 뉘앙스를 잘 살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로 어릴 때, 한참 음악을 열정적으로 들었을 당시의 아티스트들을 많이 떠올려요. ‘그 사람들이 이곡을 연주하면 어떤 느낌일까?’하면서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GL: 직접 연주하신 소스를 곡에 사용하신 경우도 있나요?

AiRPLAY: 피아노는 직접 연주하는 경우가 많고요, 트럼펫도 연주할 수 있지만 아직 소스로 활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모든 악기를 직접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군악대를 나와서 이런 어쿠스틱 악기나 밴드 사운드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편이에요. 군악대 생활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었죠. 

기타의 경우는 제가 정말 MIDI로 잘 만들어내요. (웃음) 정말로 ‘이게 찍은 거라고?’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주변에서 놀라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어릴 때 기타를 정말 배우고 싶었는데 어머니는 피아노를 가르쳐주셨거든요. 하고 싶었던 것을 못했던 마음에 MIDI로 기타를 잘 표현하는 법을 계속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더라고요. (웃음) 저와 함께 오래 작업해 왔고 호흡도 잘 맞는 기타리스트분이 계셔서 가이드 정도만 제가 써 내려가지만, MIDI로 완성된 기타 소스가 앨범에 사용된 경우도 있습니다.


GL: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타 플러그인은 무엇인가요?

AiRPLAY: 보통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라이브러리 기반의 기타 플러그인을 주로 사용하지만, 한 가지 팁으로 Spectrasonics /스펙트라소닉스/의 베이스 엔진, Trillian /트릴리안/의 톤을 올려서 연주하면 정말 좋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현악기에 대한 묘사가 잘되어 있는 편이고, 피치나 EQ를 조금만 만져주면 매력적인 기타 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타 톤을 만들 때, 구구돌스나 U2 같은 밴드의 사운드를 너무 좋아해서 어쿠스틱, 일렉 등 다양한 주법이나 톤을 참고하여 만들기도 합니다. 



GL: AiRPLAY 님이 존경하거나 본받고 싶은, 혹은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AiRPLAY: 이건 제가 주변에도 많이 말하고 다니는 이야기인데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프로듀서는 피제이 형(PEEJAY), 초이스 형(CHOICE37)입니다. 물론 대단한 뮤지션들이 너무 많지만, 제가 음악적으로 배울 점을 가장 많이 느꼈고, 형들이 음악에 접근하는 자세나 마인드 등 본받을 것이 많다고 느껴지는 프로듀서입니다. 제가 ‘초짜’ 프로듀서인 시절부터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많이 이끌어주었고, ‘이 사람들은 무언가 다르다’라는 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GL: 음악 작업에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재충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iRPLAY: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DAW를 닫아놓고 다른 것들을 합니다. 한참 동안요. 그냥 작업실에서 놀고 있다고 봐도 되는데, 그러다 보면 다시 작업이 하고 싶어지는 타이밍이 오더라고요. 억지로 트랙 붙잡고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막힌다 싶으면 바로 접는 스타일입니다. 오히려 이런 방식이 작업을 하는 데 효과적인 것 같아요. 



GL: 위너, 태양, 이하이, 세븐 등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나 아티스트가 있나요?

AiRPLAY: 같이 작업한 모든 아티스트들이 훌륭했고 그들과 좋은 기억이 많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위너의 <EVERYDAY>가 아닐까 싶네요. 위너 동생들과 으쌰으쌰 하면서 서로가 힘이 되어주며 작업한 앨범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또, 이 앨범을 통해서 제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했고요. 앨범 절반 정도의 트랙을 제가 작업하다 보니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쏟았는데 주변에서 이 정도면 AiRPLAY 1집이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웃음) 


GL: 많은 히트곡을 제작한 프로듀서이신 만큼, 대중들의 공감대를 파악하는 AiRPLAY 님만의 팁이 있을까요?

AiRPLAY: 글쎄요. 아직도 이 부분은 저에게도 어려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리스너 입장에서 단순하면서 직관적이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곡들이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프로듀싱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솔직히 저도 그렇고, 대중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뮤지션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다만, 제가 곡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나 느낌들이 리스너들에게도 똑같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항상 사운드에 고민을 많이 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단순한 피아노 선율 하나더라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써서 만드는거죠. 나중에 ‘난 이 노래에서 피아노 파트가 너무 좋아’ 이렇게 표해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제가 프로듀서로서 넣어둔 ‘장치’가 적용되고 리스너들이 알아주었을 때, 그들과 소통하며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GL: 최근에는 샘플팩도 다양하게 출시되었고, 플랫폼도 다양하다 보니 소스를 디깅하기 쉬워졌지만, 그만큼 카테고리가 복잡해졌는데요. 소스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AiRPLAY님 만의 방식이 있나요?

AiRPLAY: 저는 샘플들을 활용할 때 장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제 라이브러리는 힙합, EDM 등 장르로 구분되어 있고 그 안에 각 스타일의 키트들이 있는데, 이렇게 키트를 모두 가져다 쓰지 않고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 때까지 샘플을 조합해 가며 ‘소스를 찾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샘플 플랫폼을 이용할 때에도 필터 옵션을 랜덤으로 설정하고 찾습니다. 소스를 선택하고 이큐잉이나 이펙팅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소리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기초가 완벽해야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GL: 최근 K-Pop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AiRPLAY 님도 그러한 문화의 흐름에 중요한 위치에 계시는데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국내와 해외 프로덕션에서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iRPLAY: 해외 작곡가들이 K-Pop에 대거 유입됨으로 인해서 기존보다 더 다양해진 스타일과 느낌이 생겨났고, 송캠프를 통한 집단 프로듀싱 크레딧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죠. K-Pop 콘텐츠는 해외로 나가는데 시스템은 그 반대인 재미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해외와 국내 작업 방식엔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송캠프나 팀 단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단시간에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라인에 진행이나 스토리 등을 빌드업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특징인 것 같습니다. 


GL: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레코딩을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AiRPLAY: 레코딩은 회사의 스튜디오에서 레코딩 팀이 따로 받는 방식이라 제가 직접 소스를 받지 않고, 옆에서 함께 참여하는 느낌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보컬의 뉘앙스입니다. 튠이나 박자는 나중에 보정이 가능하지만, 뉘앙스는 어떤 소프트웨어로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신경을 쓰죠. 



GL: 스튜디오에 reProducer Epic 5를 사용하고 계시는데요, Epic 5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계시는가요?

AiRPLAY: Epic 5는 현재 서브 모니터링 스피커로 사용 중입니다. 제 작업실 공간이 어느 정도 크기가 있다 보니 메인으로 단독 사용하기에는 작은 사이즈이지만, 다양한 모니터링 환경을 갖추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믹스 밸런스를 여러 가지 모니터로 반드시 체크하는 편인데,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GL: Epic 5는 패시브 라디에이터, 아이솔레이션을 위한 빌트인 스파이크, 드라이버 레이턴시를 컨트롤하기 위한 독특한 디자인 등 일반적인 5인치 모니터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니터와 비교했을 때, Epic 5가 가진 장점이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iRPLAY: 이전에도 다른 5인치 스피커들을 종종 사용했었는데, 개인적으로 해당 가격대, 해당 플랫폼을 채택한 스피커들 중에서는 Epic 5가 가장 안정적인 사운드를 재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스피커 브랜드마다 특정 영역대의 ‘캐릭터’가 확실히 느껴지는데, Epic 5의 경우는 상당히 플랫하게 들립니다. ‘과함이 없는 사운드’랄까요? 꼭 밸런스 체크뿐만 아니라, 작업하면서 꾸준히 크로스체크하면서 듣기 좋은 모니터입니다. 

그리고 Epic 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믹스나 마스터링 결과에 따라 들리는 베이스의 차이가 느껴져요. 예를 들어서 카디 비의 "Bodak Yellow"을 재생하면 평범한 저역대 사운드가 나오는데, "WAP"을 재생하면 5인치 스피커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베이스를 뽑아냅니다. 음악마다 사용된 베이스 소스의 톤 차이인지 다른 스피커로 들으면 차이를 못 느끼는 게 Epic 5로는 느껴진다는 게 신기합니다. 이러한 특성이 사용자에게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밸런스를 확인하고 소스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GL: 활동 경력이 기신만큼, 여러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종류의 모니터들을 접해보셨을 것 같아요. 스튜디오 모니터를 선택하는 AiRPLAY 님만의 취향이나 노하우가 있나요?

AiRPLAY: 저는 저역대 사운드에 예민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듣고, 인식하는 것도 그렇지만, 몸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저역대 사운드가 잘 나오지 않으면 귀가 먹먹해지거나 심장이 반응합니다. (웃음) 좀 더 정리된 표현으로 말하자면, 저역대가 완벽하게 나와주면서도 과함이 없는, 단순히 소리만 크게 들리는 게 아닌 명확한 사운드를 선호합니다. ‘클리어한 베이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GL: 만약 Epic 5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시나요?

AiRPLAY: 우선 스피커의 성능에 비해 아주 높은 가격대가 아니다 보니, 입문자분들이나 이제 어느 정도 작업 공간을 마련하는 분들께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작은 사이즈의 룸을 가진 뮤지션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만약 특정 장르로 따져서 ‘이런 장르에 좋다!’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제 생각엔 올라운드 비기너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GL: 좋은 스피커를 통한 좋은 모니터링이 프로듀싱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AiRPLAY: 트랙 프로듀싱과 동시에 퀄리티 있는 데모믹스를 해야 하는 요즘과 같은 추세에서는 좋은 밸런스의 모니터 스피커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본인의 성향에 맞는 모니터링 환경을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평가가 좋은 스피커라 해도 내 귀에 맞지 않는 스피커를 가지고 억지로 귀에 맞춰가며 작업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GL: Barefoot 스피커도 오랜 시간 동안 메인으로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AiRPLAY: 네. 맞습니다. Footprint의 사운드를 좋아해서 YG 구사옥 시절부터 긴 시간동안 사용했었는데, 지금 제가 사용하는 신사옥 작업실이 그렇게 큰 공간은 아니지만, 아주 좁은 공간도 아닌 약간 애매한 구조라 저역대가 너무 심하게 울렸었어요. 룸 어쿠스틱 문제였는지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옆 작업실의 동생에게 주었었다가, 이번에 어쿠스틱을 새로 조정하면서 테스트로 데스크에 올려봤는데, 다시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주더라고요. (웃음) 

처음 측정을 했을 때 저역대에 깊은 딥이 있었는데, Artnovion의 베이스 트랩을 추가로 설치하고, 스피커 높이 위치를 수정하니 확실히 사운드가 많이 잡혔어요. 도와주신 기어라운지의 스튜디오 시공팀 덕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웃음)



GL: 사용하시는 악기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하드웨어나 가상악기 모두 포함해서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악기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iRPLAY: 개인적으로 따뜻한 EP계열의 사운드를 좋아합니다. 제방에 있는 유일한 하드웨어 악기가 Rhodes /로즈/인 것도 그런 이유죠.


GL: Rhodes는 프로듀싱에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AiRPLAY: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Rhodes는 MK 1 모델이고, 레코딩하기 어려워요. (웃음) 너무 오래되어서 노이즈도 많고, 바로 라인으로 입력해서 쓰기에 레벨을 맞추기도 어렵고요. 제 방에 앰프와 아웃보드가 있는 이유도 Rhodes를 어떻게든 활용해보려고 한 건데… 힘듭니다. (웃음) 실제로 활용한 것은 위너 트랙작업에 한번 정도 사용했었고, 소프트웨어 중에서 가장 퀄리티가 뛰어난 Keyscape의 라이브러리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새롭게 나온 MK8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관심이 생겼는데, 기어라운지 쇼룸에 있다고 해서 기회가 되면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GL: 인터페이스로는 Apollo를 쓰고 계세요.

AiRPLAY: 그렇습니다. UAD 플러그인들을 워낙 많이 사용해서 꽤나 예전부터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꽤나 구형인 Apollo /아폴로/ 모델인데, 고장이 나질 않아서 못 바꾸고 있네요. 큰일입니다. (웃음)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DSP 기반의 UAD 플러그인을 사용한다는 점이 저에겐 가장 큰 메리트였고, Satellite /새틀라이트/와 함께 조합해서 오랜 시간 동안 써오고 있습니다. 버릇처럼 자주 사용하는 UAD 플러그인으로는 Neve 1073이나 UA 1176 & Teletronix LA-2A /텔레트로닉스 LA-2A/가 있고요. 그리고 제가 새츄레이터도 많이 사용하고, 빈티지한 드럼 질감을 자주 쓰는데, 특유의 드라이브가 매력적인 Moog /무그/의 Multimode Filter 와 Raw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GL: 그 외에 AiRPLAY님의 워크플로우에서 빠뜨릴 수 없는 플러그인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iRPLAY: 오디오 샘플을 통한 미디 작업을 때가 많아서 가상악기 스타일로는 Ableton /에이블톤/의 Simpler /심플러/를 자주 사용합니다. 오디오 프로세서로는 앞서 말씀드린 UAD 플러그인과 Soundtoys /사운드토이/의 플러그인들이 있어요. 특히 Decapitator /디카피테이터/는 항상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late Digital /슬레이트 디지털/의 빈티지 스타일 플러그인에 손이 자주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iZotope Neutron 4 /아이조톱 뉴트론 4/도 자주 사용하는데, 자체 질감이 마음에 들어서 수동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AI 기능들을 쓸 때도 있습니다. 일단 AI가 제시하는 Q값이나 컴프량을 파악해보기도 하고 특히, 최종 믹스에서 닫혀있는 소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Unmasking 기능으로 밸런스를 조정할 때도 있죠. AI 기술에 대해 다양한 시선과 의견이 있지만, 저는 기술의 발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술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GL: 기술의 발달이 이어지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고, 뮤지션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뉘는 편입니다. 아날로그 워크플로우와 디지털 워크플로우에 대한 AiRPLAY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iRPLAY: 저 같은 경우는 어쿠스틱 세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업을 가상악기로 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사운드를 좋아하지만 K-Pop 씬은 아티스트나 클라이언트의 요청 시 빠른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으니까요. 비단 트랙메이킹뿐만 아니라 특히나 해외에서 믹스를 하고 국내 수정을 하는 경우에는 리콜이 용이한 100% ITB(In The Box) 믹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웃보드 쓰고 서밍믹서를 거치면 더 좋아지는건 잘 알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선택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중요한 건 결과물이고 그것은 대중 혹은 평단의 판단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지 그 기준이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GL: 작곡의 과정에서 사운드를 더 다듬기 위해 스스로 어느 정도 믹스를 직접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AiRPLAY 님은 어떤 방식으로 전체적인 음악의 밸런스를 체크하시나요?

AiRPLAY: 트랙을 만드는 동시에 데모 믹스를 같이 하는 개념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소스를 추가할 때 믹스를 염두에 두고 사운드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트랙이 완성되면 간단한 이큐잉이나 볼륨 레벨 조정으로 밸런스를 맞춥니다. 완전히 완성된 이후, 믹스는 대부분 리콜이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정에 관여하지만, 마스터링의 경우는 미국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에 마스터링까지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습니다.


GL: 최근 애플 뮤직처럼 세계적으로 유저층이 많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Dolby Atmos®와 같은 이머시브 오디오가 상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머시브 오디오에 대한 AiRPLAY 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iRPLAY: 제가 작업했던 위너의 <HOLIDAY-EP> 앨범도 이머시브 오디오 버전으로 발매되었는데요, 리스너들이 다채롭게 듣는 재미가 한층 더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작자 입장에서는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음향적 효과’가 생기는 것이라 볼 수 있기에 거부감이 들 때도 있어요. 창작자와 이머시브 오디오 엔지니어 간에 충분한 의견 교환으로 그러한 갭을 줄이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스트루멘탈 음악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보컬이 들어간 트랙의 경우에는 당연히 보컬에 믹스가 집중되기 마련인데, 보컬이 없는 트랙이라면 좀 더 재미있는 결과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GL: 앞으로는 어떤 프로젝트가 준비되어있나요? 

AiRPLAY: 앞서 말씀드렸던 YG의 새로운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꾸준히 준비해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음악을 하는 후배들을 끌어주려 노력하고 있기도해요. 저는 혼자서 음악을 공부해왔고, 데뷔를 늦게 했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으며 성장,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어느정도 있습니다. 많은 제자, 후배들과 협업 중이고 곧 이 친구들이 세상에 알려질 날을 바라고 있습니다. 


GL: 프로듀서 AiRPLAY로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AiRPLAY: 음악뿐 아니라 비쥬얼 컨셉, 뮤직비디오 같은 전반적인 분야에 디렉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먼 나중의 희망사항 정도고요, 여유가 있다면 틈틈히 준비해서 프로듀서로서 이름를 걸고 제 앨범을 발매하는게 작은 목표 중 하나 입니다. 



GL: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GL Interview를 읽게 될 팬분들, AiRPLAY 님처럼 프로듀서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iRPLAY: 우선 GL Interview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횡설수설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웃음) 저는 어릴 때부터 음반의 관심 집중되는 싱글컷 된 곡이나 타이틀 곡보다는 수록곡 들을 더 많이 들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 곡들이 더 가슴에 와닿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곡가가 되고 나서도 수록곡을 찾아서 들어주시고 음악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프로듀서 지망생 분들, 음악에 투자를 아끼지 마세요. 본인이 한 만큼 길을 온전히 보여주는 게 또 음악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되었든, 장비가 되었든 간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 최선의 투자를 하시기 바랍니다. 배우는 자세로 끝까지 도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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