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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음악을 시각화하는 예술가, 콘서트 디렉터 심재원

2022.06.07. Artists

SM 엔터테인먼트의 콘서트 디렉터 심재원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EXO, 레드벨벳 등 여러 K-Pop 스타의 안무, 영상, 무대, 콘서트를 직접 연출, 감독 및 제작해왔습니다. 아이돌 출신 안무가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한국에서 ‘퍼포먼스, 콘서트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처음 사용하며 K-Pop 문화의 발전과 성장을 직접 이끌었습니다. 최근 ED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과 TAPAHA를 운영하며 교육자의 길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그를 기어라운지가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심재원: 안녕하세요. SM 콘서트 디렉터 심재원입니다.


GL: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심재원: SM에서 콘서트 디렉팅을 주로 하면서 퍼포먼스 디렉팅과 함께 후배 양성도 하고 있고, 제 회사인 카운터컬쳐 컴퍼니의 ‘ED’라는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재미있는 도전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웃음)


GL: ‘ED’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은 무엇인가요?

심재원: K-Pop 연습생들이 실제로 받는 커리큘럼과 트레이닝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은 아니고요, 북미나 남미, 유럽 등 해외를 베이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재능을 가진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저와 K-Pop 씬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여러 크레이터들과 함께 안무나 노래, 메이크업 등 다양한 요소를 공유하고 가르치고 있어요. 사실 나라마다 빈부격차가 있는데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ED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고요, 현재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GL: 이 스튜디오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시나요?

심재원: 네. 대부분의 콘텐츠를 여기서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교육 콘텐츠나, 안무 영상 등 이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보니 직접 촬영도 하며 여러 기술을 연구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CG를 입혀서 학생들과 함께 안무 콘텐츠를 진행하는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 보여주는 일을 좋아하고 그게 제 업이다 보니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GL:  TAPAHA라는 댄스 스튜디오도 함께 운영하시고 계시죠. 

심재원: ED가 온라인이라면 TAPAHA는 오프라인이에요. 한국에 재능 있는 친구들을 직접 만나서 좋은 선생님을 연결해 가르치기도 하고, 서포트하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단순 교육 시스템이라기보다 좀 더 전문적인 것을 가르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실제 프로 안무가들이 함께 모여 작품을 공유하고 호흡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TAPAHA를 만들게 되었죠. 

작년까지는 아티스트의 콘서트 연출이나 영상 디렉팅에 비중을 많이 두었는데, 올해는 아티스트, 댄서, 크리에이터 양성과 함께 제가 음악과 춤을 통해 배운 노하우나 좋은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자 라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GL: 심재원 님 커리어의 첫 시작점을 좀 들여다 볼게요. 15살 어린 나이부터 아이돌 그룹 멤버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심재원: 저는 마냥 춤을 추는 것과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아이였어요. 초등학생 때, 무대에 너무 올라가고 싶어서, 듀얼 오디오 데크를 번갈아 레코딩해 무대에 사용할 음악을 직접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시락은 두고 다녀도 항상 듀얼 데크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녔어요. (웃음) 그때 음악들을 데크로 직접 믹스하고, 그 음악으로 무대를 구성하고 또 무대에 오르게 되면서 자연스레 음악과 춤에 점점 더 호기심과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시 ‘문화체육부장관배 댄스경연대회’ 비슷한 이름의 큰 대회가 있었어요. 제가 그 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했는데, 그 무대가 끝나고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연습생 생활을 하고 이글 파이브라는 그룹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경험들이 제 음악적 커리어의 첫 시작점이라 할 순 없지만, 그때의 호기심이 큰 원동력이자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GL: 이글 파이브 이후 블랙비트로 활동 중에 본격적인 안무가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압니다. 무대 위에 서는 퍼포머에서 무대 뒤 안무가로의 방향 전환이 좀 특별해 보입니다. 

심재원: 제가 처음 춤을 시작했을 때는 제대로 된 교육 기관이나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었어요. 다른 가수들의 무대나 외국 자료를 보며 따라 하는 수준이었죠. 또, 이글 파이브와 블랙비트로 활동했을 시기에는 안무가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적으로 익숙하지 않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그 당시 같이 춤을 췄던 동료들이 만든 안무가 인기를 얻어도 안무가에게 조명이 가지 않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안무가로서의 제 첫 작품을 다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 첫 작품은 블랙비트 활동 시기에 만든 보아의 ‘ID; Peace B’예요. 블랙비트 멤버들과 함께 만들고 무대도 같이 했었습니다.

블랙비트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SM 신인 트레이닝팀에서 후배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고, 소녀시대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안무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저는 무대 전체를 만드는 게 꿈이었고, 단순히 춤만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 각각의 곡을 ‘작품’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소녀시대가 작품들을 통해 성장하고 팀이 하나가 되길 바랬고, 나중에는 소녀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안무가의 일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GL: 소녀시대, 동방신기, 엑소, 레드벨벳, 보아 등 K-Pop 스타들의 안무를 만드셨는데, 초창기에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안무를 특히 많이 하셨어요. 

심재원: 맞아요. 제 춤의 베이스가 스트릿 댄스와 강렬한 팝핑이라 여성적인 춤을 디자인하는 게 처음엔 쉽진 않았습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춤 수업을 들을 때 ‘재즈 펑크’를 배운 적이 있는데, 지금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한국에 없던 장르라 저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소녀시대에게 알려주면 너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죠. 발레, 현대무용, 재즈 스타일 등 클래식 장르를 바탕으로 하는 재즈 펑크는 제가 소화하기 쉽지 않았고, 같이 춤추던 동료들도 베이스가 완전히 달라서 완전히 표현하지 못할 거라고 했었는데 어떻게든 표현해 내려고 미친 듯이 연습했었어요. (웃음) 

춤의 성질과 감성, 표현 방식이 저와 달라 끊임없이 이해하고 몸으로 표현하려고 많은 연구를 했고, 연습실 불을 끈 채 제 모습을 보지 않고 표현해 보기도 했습니다. 마침 그때가 유튜브가 보급되던 시기였는데, 희귀하고 재미있는 자료들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매일 연구하고, 연습에 연습을 더해 만든 춤을 아티스트들과 공유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GL: ‘Sorry Sorry’, ‘Lucifer’, ‘소원을 말해봐’처럼 안무 덕분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 곡들이 적지 않은데요, 음악과 춤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심재원: 제 인생에 있어 춤과 음악은 절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들인데요, 개인적으로 음악이 리드하고 춤은 흐름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소리 질감과 가사의 의미, 품은 감성과 느낌을 춤이라는 시각적 표현과 구성으로 풀어내면서 조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그것을 보고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이나 행복을 주는 힘을 갖고 있음을 경험할 때마다 보람도 느끼고요.



GL: 현재 SM의 퍼포먼스, 콘서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시죠.

심재원: 가수가 되기 전부터 제 꿈은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어린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 콘서트를 VHS로 여러 번 돌려보면서 제가 콘서트에 오르거나 무대를 만드는 상상을 많이 했었죠. (웃음) 

저와 함께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나 무대의 데이터로 재미있는 도전도 많이 했고, 그렇게 성장하면서 제 길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춤 선생님에서 안무가로, 안무가에서 퍼포먼스 디렉터란 직업을 만들었고, 오랫동안 아티스트와 호흡을 쌓아온 덕분에 콘서트 스테이지 디렉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스테이지 디렉팅 경험을 하다 보니 지금은 콘서트 총괄 디렉터가 되었네요. (웃음)


GL: 전체적인 공연을 기획하는 것은 안무보다 더 넓은 영역인데요, 공연 연출과 안무 창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다를 것 같습니다.

심재원: 안무는 3-4분 이내에 기승전결을 담아야 해요. 시각적 표현을 극대화해서 노래 한 곡이 담고 있는 핵심 스토리나 의미를 담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멤버가 많은 팀인 경우에는 짧은 시간에 멤버 각자의 캐릭터와 매력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도 해야 하고요.

그에 반해 공연은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관객과 아티스트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좀 더 나아가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포스터나 콘서트 제목 등 공연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수의 세계관과 연결하기도 합니다. 관객들이 그 정보들의 의미를 유추하게 하고,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부터 공연 종료 후 귀가하는 순간까지를 하나의 긴 스토리로 바라보고 기획합니다.


GL: 어떤 퍼포먼스를 지향하세요?

심재원: 퍼포먼스는 우선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가 만드는 퍼포먼스가 여운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티스트 개인의 실력, 음악과 춤, 의상, 무대 미장센 등 모든 요소가 더해져서 좋은 퍼포먼스를 만드는데, 저는 이 요소들을 색다르게 조합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서 보는 이들에게 새로움을 준다는 것에 큰 설렘을 느껴요. 늘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GL: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심재원: 모든 프로젝트가 아티스트와 함께 공들인 시간과 추억이라 하나만 뽑기는 어렵지만, 가장 최근에 작업한 극장 라이브 ‘KAI : Kloor’가 생각납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오프라인 콘서트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이라는 테마로 온라인이라서 가능한 장점을 가득 담은 공연으로 만들었습니다. 관객이 각자의 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공연을 보는 새로운 방식이라 아티스트도 저도 재미있게 도전했어요.



GL: 가수 활동 경험이 있으셔서 가끔은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도 있으실 것 같아요.

심재원: 무대가 정말 그리워서 아티스트를 통해 대리 만족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대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로는 자유롭게 춤추고 음악을 틀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무대보다 퍼포먼스 영상 제작에 집중하고 있는데, 온라인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또 많이 들어요.(웃음) 이런 저의 생각들을 이 스튜디오에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GL: 일렉트로닉 그룹 비트버거로 활동하셨고, DJ로도 활동하고 계시죠.

심재원: 재미있는 게, 처음엔 힙합이나 R&B 등 블랙 뮤직 베이스로 춤을 췄고 음악은 록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일렉트로니카에 관심이 생겼는데, 테크노(Techno), 레이브(Rave), 브레이크 비트(Breakbeat) 등 전자 음악 특유의 사운드에 매료되었죠. 당시 유행하던 음악들을 닥치는 대로 모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은 음악들을 믹스하고 혼자서 춤추고, 즐기고, 그런 무대를 상상하곤 했었죠. 클럽 문화를 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DJ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디제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내가 음악 틀고, 놀자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던 게 좋은 기회가 닿아 큰 무대도 서보면서 정식으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비트버거는 단순히 일렉트로닉을 지향하는 음악 그룹이라기보다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음악과 퍼포먼스, 영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던 크리에이티브 집단의 형태였어요.


GL: GLMC21(Gearlounge Masterclass 2021)에 출연하셨던 구종필 엔지니어 님도 비트버거 멤버세요.

심재원: 서로의 음악 철학이 비슷하기도 했고, 구종필 엔지니어 님이 SM에 처음 입사했을 때 동고동락을 많이 했어요. 댄스 스튜디오가 2층이고 믹싱 룸이 3층이었는데 제 연습실을 두고 믹싱 룸에서 안무를 짜곤 했습니다. 소녀시대 태티서의 ‘Twinkle’을 구종필 기사님이 믹스하셨는데 그때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옆에서 안무를 짰어요. 어떤 소스를 키워달라고 요청드리고, 바뀐 믹스에 맞춰 안무를 구성한다든가 하면서 재미있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그러면서 구종필 엔지니어 님과 친해지게 되었고 비트버거 활동도 같이 하게 되었죠. 

여담으로 구종필 기사 님은 잔잔한 음악을 좋아하셨는데 당시 저를 만나고 덥스텝에 빠지게 되셨습니다. (웃음)



GL: 우리나라의 아이돌 문화 초창기부터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까지 K-Pop의 성장을 직접 지켜보셨고 실제로 이끌고 있는 주역이기도 하십니다. K-Pop만의 특징이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심재원: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가진 캐릭터들이 실체화 된다는 것, 희망을 노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 비주얼뿐만 아니라 아티스트가 갖춘 실력과 그 실력을 빛나게 해주는 스텝들, 그리고 다양한 기술이 하나 되어 새로운 문화로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K-Pop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서로 소통하며 이 문화를 공유하고 즐긴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해외 작품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 장르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K-Pop 시장에서 활동하시는 작곡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디렉터 모두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해서 얻은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회사에 가면 매번 스튜디오를 찾아가는데 특히 사운드 쪽에서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K-Pop을 완성하는 엔지니어 님들의 테크닉은 정말 엄청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GL: 아이돌 그룹, 안무가, 연출가, 프로듀서, 음악 및 영상 제작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도전 정신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GL: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마다 항상 어렵고 망설이게 되지만, 어려움과 힘듦 속에서도 설렘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어떤 일이든 작업할 땐 죽을 것 같이 힘들어요. 그런데 저와 오래 작업해온 지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매번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면서 말은 “재미있다.”고 한다더라고요. (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상상하던 것들을 실제로 구현해 내고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항상 재미와 설렘을 느낍니다.


GL: 본인의 예술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심재원: 수많은 아티스트와 가까운 프로듀서들이 계시지만, 아무도 저를 믿어주지 않을 때 제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어주신 SM의 메인 프로듀서 유영진 님과 미국의 프로듀서 내피탭스를 꼽고 싶어요. 내피탭스는 비욘세의 댄서로 시작해 안무가, 슈퍼볼 디렉터, 아메리칸 아이돌 비주얼 디렉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부부입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그들과 함께 5개월 동안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활동 분야나 작품 가치관에 있어 저와 매우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 외에 영화 <her>의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의 영상과 위켄드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GL: 영상 연출도 하시죠? 

심재원: EXO의 ‘으르렁’ 뮤직 비디오나 아이린&슬기의 ‘놀이’ 뮤직비디오를 제가 직접 연출했습니다. 워낙 시각화 작업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 또는 일종의 판타지를 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짧은 퍼포먼스나 안무가 담긴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카메라 워킹이나 구도, 시점의 변화 등을 연구하기도 하고 최근엔 VFX에 대해 배우면서, ED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 콘텐츠 제작에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GL: 영상이나 음악 작업을 하실 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세요? 

심재원: 영상은 Premiere Pro나 After Effects로 작업하고, 음악은 Ableton Live <에이블톤 라이브>를 사용합니다. 거의 모든 스튜디오에서 Pro Tools를 사용하고 같이 오래 작업한 숀이 Logic Pro를 써서 다른 DAW도 익숙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에이블톤이 가장 가지고 놀기 편하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제 베이스가 댄서고 DJ를 겸하다 보니 음원을 편집, 믹스를 할 때 제가 만지는 대로 즉각적으로 반응해주는 에이블톤의 UI를 가장 편하게 느낍니다. 디렉터의 입장에선 제 머릿속 사운드를 스케치하고 레퍼런스 트랙을 만드는데 가장 좋은 툴이라 생각해요.


GL: 공연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음악도 직접 프로듀싱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재원: 그런 경우는, 제 생각과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 줄 뮤지션과 협업을 통해 진행합니다. 트래킹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니기에 다른 훌륭한 뮤지션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데, 저의 뮤즈인 숀과 가장 많이, 오래 작업했고 최근엔 Pure 100%라는 일렉트로닉 뮤지션과도 자주 작업합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분위기와 표현하고 싶은 그림이 제 머릿속에 정확히 있고, 수년간 제가 경험했던 음악들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연에 올라갈 아티스트에게 가장 잘 맞는 사운드가 무엇일지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데, 그것을 찾기 위해 시간을 길게 두고 실험적인 시도도 많이해요. 공연을 경험한 관객이 다른 장소에서 공연 때 들었던 음악을 들었을 때 그때의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향수를 만들고 싶습니다.


GL: 무대를 위한 음악 외에 아티스트의 앨범 수록 곡도 직접 프로듀싱하시나요?

심재원: 주업으로는 아니고 가끔 콘서트와 연계해 작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지막으로 했던 작업은 아이린&슬기 앨범에 실린 ‘Uncover’입니다. 레드벨벳 콘서트 ‘La Rouge’ 때 슬기 솔로 무대로 기획되었다가 앨범에까지 실리게 되었어요.



GL: 스튜디오의 메인 스피커로 HEDD Type 20 MK2를 사용하시는데 어떠세요?

심재원: HEDD <헤드>라는 브랜드는 여러 엔지니어 님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Barefoot <베어풋> 같은 다른 스피커도 추천을 받았지만 제 스튜디오 조건에는 Type 20 <타입 20>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스피커가 원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들려주어야 완벽한 퍼포먼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테레오 이미지가 잘 구분되고 해상도가 높은 스피커를 선호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헤드 스피커는 제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훌륭한 스피커라 생각합니다. 물론 디자인도 매우 훌륭하고요.


GL: 그동안 안무가, 디렉터, DJ,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스피커들에 비해 헤드만이 가지는 장점이 있을까요?

심재원: 사람마다 성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안무가들은 플랫한 스피커보다 전달력이 강한 스피커를 선호합니다. 음악이 표현을 이끌어 주는 것처럼 사운드가 몸에 와닿아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음 표현이 강한 KRK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타입 20의 저음이 더욱 단단한 것을 듣고 놀랐어요. 제 기준에서는 타입 20의 선명도나 밸런스가 훨씬 더 뛰어나고, 이 스튜디오의 룸 어쿠스틱이 훌륭한 편이 아닌데도 공간을 뚫고 음악을 들려주는 매우 훌륭한 전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브 우퍼를 따로 쓰고 있지 않는데도 가슴이 울리는 듯한 깊은 소리를 내주는 게 큰 장점입니다.

안무 작업을 하다 보면 매우 높은 볼륨으로 음악을 듣게 될 때가 있어요. 그때 다른 스피커들은 노이즈와 함께 소리가 깨지고, 버티지 못해서 우퍼가 나가거나 약간 탄 냄새가 날 때가 있는데(웃음), 제가 타입 20을 구매하고 가장 놀랐던 부분이 높은 음압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사운드를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GL: Wavebone Grand Gemini™도 사용하고 계세요.

심재원: 네, 보통 믹싱 스튜디오에 사용되는 고급 스탠드들은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스탠드를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비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빌드 퀄리티가 뛰어나더라고요. 다른 스탠드들은 불안하게 흔들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Grand Gemini™ <그랜드 제미니>는 매우 튼튼해서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사실 스피커 스탠드를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소리가 변한다는 이야기를 10년 전부터 엔지니어 님들을 통해 듣곤 했습니다. 제가 그런 방진 시스템에 대한 미세한 차이를 인식할 만큼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미니는 확실히 좋습니다. (웃음)



GL: SM 내에서 ‘심재원 디렉터의 손이 닿으면 데뷔를 하게 된다.’거나, ‘그의 결과물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계속 성공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신데요,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영감이나 에너지를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심재원: 새로움을 추구하려면 호기심과 알아가려는 자세, 배움의 기회와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경험하고 보는 것을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볼 때,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시점에 감정을 이입해 나의 생각과 세상이 작품과 뒤집히는 경험을 좋아해요. 시점 변화가 가져다주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저의 삶에 여러 가지 요소로 작용하여 영향을 주고, 이렇게 경험하는 새로운 느낌들을 제 작품에 투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GL: 이야기를 듣다보니 ‘도전'의 아이콘이신 것 같습니다.

심재원: 삶 자체가 도전인 것 같아요. 아이돌 출신 안무가에서 퍼포먼스/콘서트 디렉터라는 단어를 만들어 작품을 한 것도 저에겐 큰 도전이었죠.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이 선입견을 줄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제가 틀을 깨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쌓아가는 것들이 전문가의 길을 꿈꾸게 될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아닌 식상한 것을 보면 가슴이 뛰지 않기도 하고요. (웃음) 


GL: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되는데요, 이루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심재원: 춤과 음악으로 행복한 삶을 이루었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음악과 춤으로 이룬 자유로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고, 국가 간의 벽과 빈부격차를 뛰어넘어 교육의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음악과 춤으로 느낀 자유로운 희열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요.



GL: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안무가, 연출가 또는 아티스트를 준비하고 꿈꾸는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심재원: 무언가를 표현하고 보여주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의 삶은 눈부신 화려함 뒤에 마주해야 하는 깊은 공허함이 존재해요. 그 공허함, 혼돈과 마주하고 현명한 선택과 좋은 삶의 방향을 취하려면 제대로된 배움의 자세와 경험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가야 할 길을 잃어 혼란스러웠을 때,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사람이 없었을 때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사랑, 배움의 경험을 통한 스스로의 믿음, 제가 하는 일의 가치와 만족을 스스로 찾아냈을 때의 감정 때문입니다. 

스스로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매 순간 고민하고 실천해보는 시간이 많을수록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에 가까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보여준다는 것의 본질은 나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을 통해 소통을 이루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니까요. 

인터뷰를 통해 인사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재미있는 작품, 흥미로운 결과를 많이 만들어 낼 테니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