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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확고한 사운드 캐릭터로 제시하는 K-Pop 트렌드, JYP 엔터테인먼트 치프 엔지니어 이태섭

2024.04.01. Artists

이태섭은 JYP 엔터테인먼트의 치프 엔지니어이자 JYPE Studios의 리더로서 박진영, 트와이스, 2PM, ITZY, 스트레이키즈, DAY6, 원더걸스, GOT7과 같이 K-Pop 시장을 선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믹스해오고 있습니다. 다른 음악과 차별화되는 유니크한 사운드 캐릭터를 트렌디한 팝, 댄스, 힙합, 발라드, 밴드 음악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 담아내며 더욱 견고한 JYP의 사운드를 구축해가고 있는 그를 기어라운지가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GL Interview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태섭: 안녕하세요. 저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치프 엔지니어로서 일하고 있는 이태섭입니다.


GL: 펜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간소화하여 진행되었지만, 지난 GLMC21 x IMSTA FESTA Seoul 2021에 마스터로 참여하여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눠주셨어요. 마스터클래스와 같은 콘텐츠에 처음 도전하신 느낌은 어떠셨나요?

이태섭: GLMC21 x IMSTA FESTA Seoul 2021에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 많이 나오셔서 개인적으로 영광이기도 했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나 걱정과 고민도 많이 되었던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안 이렇게 음악 얘기를 할 만한 매체나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배울 수 있고, 서로 좋은 대화와 영향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기어라운지에게도 감사했습니다. 물론 저 혼자서 이런 콘텐츠에 나왔더라면 약간 부담스러웠겠지만, 다음에도 주변의 엔지니어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음악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GL: 당시는 팬데믹 상황이었는데 이후 프로덕션이나 작업에 있어 변화가 온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태섭: 같은 JYP 직원들과의 작업은 보통 같은 건물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큰 차이는 없지만, 외부 프로듀서, 작가님들의 경우는 전, 후가 달라졌어요. 특히 찾아오시는 빈도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누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상으로 소통하고 사운드에 대해 디테일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대면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죠. 


GL: JYP 외부 콘텐츠에 출연하신 적이 많이 없으셨는데 GLMC 이후 해외 프로 오디오 전문 매거진, SOS의 인터뷰 콘텐츠로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셨어요.

이태섭: 어느 날 출근을 했는데 자신이 SOS 에디터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인스타그램 DM이 왔어요. 저는 당연히 거짓말인 줄 알았죠. (웃음) 평소에 이런 외부 콘텐츠에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제가 갑작스럽게 취재되는 게 의아하기도 해서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자꾸 레퍼런스를 보여주더라고요. 확인해 보니 진짜 SOS 에디터였고, 그렇게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죠. K-Pop에 관한 이야기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트와이스의 "SCIENTIST"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GL: 최근엔 어떻게 지내셨나요?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태섭: 안타깝게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고, 최근에 작업해서 발매된 곡 중 말씀드릴 수 있는 곡으로는 골든걸스의 “THE MOMENT”가 있습니다.


GL: 인순이 님부터 이은미, 박미경, 신효범 님까지, 국내 최고의 디바라 불리는 4인의 프로젝트인데요, 평소 작업과는 믹스하는 방식이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THE MOMENT”는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믹스하셨나요?

이태섭: "THE MOMENT"의 레코딩과 믹스는 모두 JYP에서 진행했어요. 네 분 모두 ‘한 획’을 그으신 분들이잖아요? 엔지니어로서 제가 받은 느낌으로는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정립한, 완성형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부르시는 스타일에 있어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느낌으로 너무 확실하게 표현해 주셔서 믹스를 할 때 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개성이 강한 네 분의 스타일을 K-Pop 스타일에 담아내려다 보니 조화로운 밸런스를 찾는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쓴 작업이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이은미 님과 친분이 있는데, 작업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신경도 많이 쓰면서 한편으론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웃음)



GL: 이태섭 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볼게요.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태섭: 음악은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던 제 친형이 멋져 보여서 따라다니게 된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로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밴드도 했었고요. 교회를 다니다보니 기타와 같은 악기를 연주할 기회도 많이 접했습니다.


GL: 학창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음악과 관련된 유학이었나요?

이태섭: 음악 공부를 위해 해외를 간 것은 아니고, 어린 시절 가족이 모두 카자흐스탄으로 가서 살았어서 거기서 중,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모스크바로 대학을 가게 되었어요. 대학에서도 음악과 관련된 전공을 배우진 않았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있던 중학교 때부터 형, 친구들과 함께 스쿨 밴드를 했고, 대학교 시절에는 한국 출신의 유학생들과 밴드를 하기도 했었죠. 당시에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본격적인 앨범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록, 메탈과 같은 매우 센 음악을 많이 했습니다. (웃음)



GL: 이후 밴드의 연주자와는 다른, 좀 더 테크니컬한 분야인 레코딩과 믹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나 진로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태섭: 밴드를 할 때 기타를 치긴 했었는데 또래에 비해 엄청 잘 치는 정도는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스윕 피킹을 잘 못했어요. (웃음) 그때는 속주의 시대였으니 당연히 익혀야 할 테크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안되니 기타로 먹고살기는 힘들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기타도 치면서 끊임없이 앰프나 이펙터들을 만져야 했고, 또 배킹 보컬도 겸하고 있었으니, 공연장 엔지니어와의 소통도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기타를 포기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자연스럽게 엔지니어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GL: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엔지니어링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던 시절이었을 것 같아요.

이태섭: 특히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지내다 보니까 한국 내 정보가 저에게는 완전히 없다시피 했어요. 엔지니어링을 배우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처음엔 유학밖에 답이 없는 거예요. 일단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군대를 간 뒤에 전역할 때 즈음 유학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때 우연히 버클리와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후 서울 재즈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엔지니어링에 대한 지식을 배웠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여러 스튜디오를 소개받게 되었죠. 그렇게 스튜디오 인턴으로 첫 시작을 하게 되었고 TONE Studio를 거쳐, 현재는 JYP의 치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GL: TONE Studio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엔지니어링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TONE Studio는 특히 밴드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잖아요.

이태섭: 당시엔 레코딩 작업을 더 많이 했고 처음엔 어시스턴트로 시작했어요. 제가 TONE Studio에서 오래 일할 수 있던 이유는 밴드 음악을 좋아했고, 그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밴드들도 좋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GLAB Studios의 치프 엔지니어인 신봉원 감독님을 여기서 처음 만나기도 했습니다. 

언니네이발관,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노브레인, 크라잉 넛, 김창완 밴드, YB와 같은 밴드 음악 뿐만 아니라 이은미, 임형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뤘었고, 사운드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까요? 그만큼 열정적이신 실장님을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해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실장님과 함께 마이크, 악기, 장비, 마이킹 방식, 전기, 케이블부터 많은 분들이 소위 유사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많이 실험했는데, (웃음)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알아가고 경험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한전에 전화해서 전기 문의해보고, 변압기를 가져다 두고 1V씩 바꿔가며 테스트해 본 스튜디오는 당시에 많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심지어 벽전기 전선까지 바꿔가며 테스트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웃음) 당시 실장님이 워낙 자신이 궁금한 것에 대해 직접 알아내지 못하면 스스로 답답해하시던 스타일이셨어서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이제는 즐겁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GL: 여러 실험을 했을 때 효과는 어땠나요?

이태섭: 이런 부분은 아주 논란이 많은 사항이라… 큰 여파가 있을 것 같아 걱정되는데요. (웃음) 여러 테스트를 해보면서 무엇이 좋고 나쁘다 말할 순 없지만 효과 또는 변화라 부를 수 있는 차이들이 있었습니다.

이 룸에도 Acoustic Revive /어쿠스틱 리바이브/ RR-777이 있는데, 저 제품도 TONE Studio에 있을 때 처음 써봤거든요. 그때도 실장님과 계속 껐다 켜보면서 '이게 소리가 바뀌는 거야 안 바뀌는 거야'하곤 했었죠. (웃음) 그러다 어느 날 꺼두고 작업했는데 켜둘 때에 비해서 확실히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처음엔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 데 없는 것보단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지금도 항상 켜두고 있어요.



GL: 2013년부터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새롭게 시작하게 되셨는데요, 합류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이태섭: TONE Studio에서 일이 정말 즐겁고 신나기는 했지만 거기서도 꽤 오래 일한지라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당시에 먼저 JYP에서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던 신봉원 감독님이 연락을 주셔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죠. 


GL: 많은 분들이 JYP 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는 어떨까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JYPE Studios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태섭: 현재 JYPE Studios에서는 저를 포함한 총 10명의 인하우스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어요. JYPE Studios는 세계 최고의 장비, 뛰어난 환경으로 조성된 6개 레코딩, 믹스 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가 있는 BLUE 룸과 바로 옆인 RED 룸은 믹스를, 나머지 4개의 룸에선 레코딩과 에디팅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업계의 리더답게 뒤처지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무 환경은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회사답게 훌륭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죠.


Stevie Wonder
James Brown
Prince
Whitney Houston


GL:  JYPE Studios의 룸은 BLUE와 RED를 제외하면 실제 아티스트 이름으로 작명된 것으로도 유명해요. 특별히 아티스트의 이름을 따온 이유나 특별한 콘셉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태섭: 스티비 원더부터 제임스 브라운, 휘트니 휴스턴, 프린스까지, 전설적인 뮤지션의 이름을 딴 4개의 레코딩 룸이 있어요. 각 룸마다 장비나 시스템이 다르거나 하진 않지만, 스티비 원더에는 천장 디자인이 건반처럼 되어 있고 프린스에는 보라색 디자인을 테마로 꾸미는 등 각 룸마다 확실한 디자인 콘셉트가 있습니다. 처음 이렇게 디자인을 결정한 이유는 박진영 대표님만이… (웃음) 사실, 저희 소속 아티스트들이 전설적인 뮤지션을 연상시키는 룸 디자인으로 작업에 영감을 얻거나 예술적인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성하셨다고 해요.


GL: 총 10명의 인하우스 엔지니어가 있다 말씀해 주셨는데, 각 엔지니어마다 담당하는 파트가 있나요?

이태섭: 특별히 정해진 파트는 없지만, 각 엔지니어들의 역량에 따라 믹스, 에디팅, 레코딩 등 주로 담당하는 포지션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저는 예전에 축구에서 유행했던 전술 중 하나인 ‘토탈 사커’처럼, 구성원 전체가 모든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인원들을 이끌어주고 있고,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GL: K-Pop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메이저 엔터테인먼트를 떠올린다면 JYP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JYP가 추구하는 사운드, 혹은 JYP만의 스타일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제가 전체 회사의 스타일을 대변할 수는 없겠으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로는 단순히 좋은 사운드, 소위 말하는 빵빵하게 모든 것이 잘 들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매번 새로운 곡 해석을 통해서 들려주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히 설정하여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쉽게 말해서 주연과 조연이 확실하게 구분된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가 음악으로 들려주고자 하는 핵심 요소를 주연이라 생각하고 큰 틀을 만든다면, 나머지 조연들은 사운드를 차지하는 전체 부분에서 약간 빼두거나 어느 정도 중요도를 낮추는 등 캐릭터나 방향성이 확실한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GL: 많은 분들이 JYP에서 곡이 완성되는 과정에 대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곡을 선정하고 레코딩과 믹스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이태섭: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아마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과 동일할 것 같아요. 작가들로부터 곡을 수집하고 관련 임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제작을 결정합니다. 녹음실에서는 곡에 어울리는 장비들을 초이스하고 레코딩한 뒤 편집, 믹스가 진행됩니다. 소통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게 메인 프로듀서가 방향성을 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음악을 수정하고 있어요. 다만 이 과정에서 저희가 추구하는 방식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는거죠.



GL: 가급적 JYP 내부에서 모든 프로덕션을 마무리하려 노력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태섭: 일단은 데이터 관리의 편의를 위함이 가장 큽니다. 외부로 나가고 다시 받고 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누락의 가능성도 있으니 웬만하면 내부에서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 엔지니어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JYP만의 색깔을 좀 더 공고히 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해 단점도 있겠지만요.


GL: 매일 클라이언트가 바뀌는 외부 스튜디오와 달리 인하우스 엔지니어로서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인하우스 엔지니어로 있으면서 아티스트들과 소통할 때 편한 부분이 많아요. 몇 년 동안 꾸준히 보다 보니까 그들과 대화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특히 작업을 하면서 오해가 쌓일 수도 있는 소지도 적은 것도 좋고요.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나 컨디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 보니 그에 대한 대응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GL: JYP 엔터테인먼트는 대표자인 박진영 님이 직접 아티스트로서 활동하시기도 해요. JYP 소속 아티스트의 작업과 박진영 님의 작업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대표이시다 보니 긴장감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이태섭: 특별히 그렇진 않습니다. (웃음) 사실 저희만의 내부 시스템이 있다 보니 대표님도 음반을 마음대로 내실 수 없거든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내부 회의를 모두 통과해야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박진영 대표님이 무언가 준비한다고 하시면 저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응원하는 편입니다. (웃음) 



GL: 엔지니어가 가져야 할 능력이나 덕목,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엔지니어는 예술가이자 기술자, 서비스 제공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아티스트들의 베스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뒤에 이어지는 예술성과 기술도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겠지만요. 

지금은 인하우스 엔지니어로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저는 처음에 렌탈 스튜디오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의 고객이었던 상황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서비스 마인드를 중요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왜?’라는 반응이 생기지 않게 친절하게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많이 배웠었고, 지금까지도 그 마음가짐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아요.


GL: 만약 믹스를 할 때 이태섭 님이 해석하는 사운드와 프로듀서가 원하는 사운드에 차이가 있을 땐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시나요?

이태섭: 저도 이 모든 프로덕션 과정 중 하나, 일부이기 때문에 100% 그들의 의견에 맞추어 진행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 색깔을 완전히 배제해서 믹스한다기보다, 프로세스 자체가 일단 믹스를 해야 수정할 부분들이 생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1차로 보낼 때 제가 해석하는 느낌, 원하는 스타일을 모두 포함해서 제시를 하는 거죠. 거기서 빠질 부분은 빠지고, 강화되는 부분은 더 강화시키면서 믹스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GL: 전체 프로덕션 중 어느 단계가 최종 완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저는 어쩌다 보니 믹스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순서대로 시작하되 역순을 생각하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녹음을 시작할 때 최종 완성되어 나올 음원을 생각하며 장비 초이스부터 편집, 튠 등을 생각해야 하고 믹스를 하다 보면 녹음에 대해 더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마스터링을 하다 보면 또다시 녹음과 믹스에 관심이 더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것 하나 우선순위에 넣기 애매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엔지니어들이 녹음부터 마스터링까지 다 어느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믹스 뿐만 아니라 레코딩 세션도 참여하는데 매번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마이크 초이스, 마이킹 테크닉, 프리앰프나 컴프레서와 같은 장비 선택 등, 장비 값 설정등에 참여를 하고 있고 직접적인 오퍼레이팅은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GL: 가장 선호하는 레코딩 체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이태섭: 아무래도 보컬 레코딩을 많이 하다 보니 그 기준으로 봤을 때, Sony /소니/ C800G, AMS Neve /AMS 니브/ 1073, Universal Audio /유니버설 오디오, UA/ 1176으로 구성된 체인을 제일 좋아합니다. 마이크는 Telefunken /텔레펑켄/ ELA 251과 같은 다른 장비도 사용해보며 곡에 맞추어 사용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레코딩 체인의 핵심은 1176인 것 같아요. 믹스할때도 플러그인 버전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Go-To라고 하죠? (웃음) 일단 걸어보고 시작하는게 1176입니다. 


GL: 보통 레코딩 체인으로 옵티컬 컴프레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인의 핵심으로 1176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태섭: 저는 1176의 엄청난 광이에요. (웃음) 정말 팬입니다. 옵티컬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1176의 공격적인 캐릭터를 더 좋아해요. 근데 개인적인 것을 떠나서, K-Pop이라는 장르 자체도 몇 가지 곡을 제외하면 강렬한 비트, 또는 댄서블한 음악이 많기 때문에 1176의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GL: K-Pop은 다른 장르들과 달리 하나의 곡에서 여러 명의 보컬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트랙을 레코딩하거나 믹스하실 때는 어떤 부분을 중점을 두고 작업하시나요?

이태섭: 기본적으로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비슷하게 들리는 것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개개인의 색깔과 보컬 스타일이 다 드러날 수 있도록 믹스를 하고 있습니다. 녹음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튜닝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 레코딩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었느냐를 떠나서 더욱 완벽한 느낌과 뉘앙스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더블링이나 코러스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트랙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매우 오래 걸리는 작업이지만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해요. 저희는 보통 Celemony /셀레모니/의 Melodyne /멜로다인/을 많이 쓰고 있고, 튜닝 작업을 할 때도 아티스트와 의견을 많이 주고받습니다. 


GL: 아티스트의 목소리에 맞는 마이크, 장비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태섭: 노래를 가장 큰 기준으로 잡아요. 아티스트 개별적으로 장비를 변경한다기보다 트랙의 성향이나 느낌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꼭 스타일이나 장르에 따라 정해져 있는 장비가 있는 것은 아니고, 곡과 붙여봤을 때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선호해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인하우스 엔지니어다 보니 아티스트의 컨디션에 따라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었고, 어느 정도의 ‘프리셋’이 생긴 것이겠죠.



GL: 장르나 프로덕션이 다르다 보니 지금의 레코딩 세션에선 보컬 위주의 작업이 많을 것 같은데요, 가끔 밴드 세트를 포함한 악기 레코딩이 생각날 때도 있으실 것 같아요.

이태섭: 그래도 JYP에는 DAY6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2팀의 밴드가 있어서 아쉽진 않아요. 하지만 지금 저와 같이 일하는 신입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악기를 레코딩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가 잦지 않으니 약간 안타까운 마음은 있죠. 최대한 회사 내부에 레코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의 사내 레코딩 룸이 아주 넓지 않다 보니 밴드 레코딩의 경우 GLAB Studios처럼 큰 룸이 있는 외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추후 지어지는 신사옥에서는 밴드 레코딩도 직접할 수 있는 룸도 계획하고 있어요.


GL: 특히 밴드 레코딩 세션은 사운드와 톤을 만드는 과정에서 프리-프로덕션의 경계가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요, DAY6와 Xdinary Heroes의 레코딩에 있어 트래킹과 믹스의 경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태섭: 저는 밴드 음악의 경우는 레코딩이 전체 프로덕션의 7, 80%를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믹스를 할 때 만질 게 많이 없다면 그만큼 레코딩이 잘 된 거잖아요? 믹스에 여러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녹음할 때 더 신경 써서 담아내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트래킹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딜레이 같은 공간계 이펙트로 예를 들자면 플러그인으로 걸 수도 있지만 연주자가 스톰프박스로 만진 톤을 그대로 담아내는 게 소리도 좋고, 플레이어가 연주하는 느낌, 체감도 달라지다 보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공간계는 수정이 어려워서 이런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EQ나 컴프레서같은 프로세서는 미리 걸어두고 레코딩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기타 뿐만이 아니라 베이스, 드럼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GLAB Studios에서 레코딩을 한 적이 있는데, 신봉원 감독님께 가능하다면 EQ나 컴프를 미리 걸어달라고 했어요. 실제 레코딩을 할때 이렇게 사운드가 형성되면 연주자가 듣고 치는 느낌이 달라지다 보니까 트래킹, 프리-프로덕션에서 만질 수 있는 건 모두 만지고 레코딩하는 게 가장 베스트라 생각합니다. 꼭 밴드 음악이 아니더라도요.



GL: 현재 이태섭 님이 계시는 BLUE 룸은 믹스 작업 위주로 진행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BLUE 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태섭: 기본적으로 AVID /아비드/ Pro Tools /프로 툴즈/ 시스템을 메인으로 Neve 33609, The Culture Vulure /컬쳐 벌쳐/, Solid State Logic /솔리드 스테이트 로직, SSL/ 같은 여러 아웃보드, 플러그인 컨트롤러 등을 함께 사용하고 있고, 이 룸에서 믹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LUE 룸은 JYPE Studios의 가장 앞인 문간에 있고요, 특징이라 한다면 조명의 조도도 어둡고 벽지도 어두운 편이라 상대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웃음) 저는 밝은 것보다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해서 이 부분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웃음)


GL: 최근엔 기술의 발전으로 ITB 방식으로만 믹스하는 스튜디오도 많아졌는데요,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를 사용하시는 입장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프로세싱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우선 ITB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아웃보드에 대한 관리나 리콜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또한, 언제 어디서든 일정 수준 이상의 모니터 환경만 확보되면 바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날로그로 엔지니어링을 시작해서 그런지 그런 하드웨어들이 주는 특유의 따뜻함을 좋아해서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실제 하드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작업하는 과정에서 딱히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 모두 비교해 보고 좋은 방향으로 진행을 합니다만, 반드시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녹음실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정도인 것 같습니다.



GL: 가지고 계시는 하드웨어들 중 플러그인 버전으로도 출시된 제품들도 많은데요, 하드웨어 대신 플러그인으로 대체해서 사용하는 프로세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태섭: Manley Massive Passive EQ /맨리 매시브 패시브 EQ/는 플러그인으로 대체해서 사용해요. 평소 하루에도 2~3곡씩 여러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드웨어 버전의 Massive Passive는 수정 요청이 들어왔을 때 노브가 스텝 방식이 아니라서 리콜이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어요. UAD 버전의 플러그인으로 쓰고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느낌과 가장 비슷한 프리셋을 찾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Massive Passive처럼 완전히 대체해서 쓰는 것은 아니지만 33609와 Zener Limiter /제너 리미터/도 각각 UAD, Softube /소프튜브/ 버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러그인이 하드웨어를 복각했다고 해서 완전히 같지 않아요. 하드웨어는 하드웨어대로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대로 완전히 다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대체하여 사용하는 이유는 색깔 때문인 것 같아요. 특정 노브를 똑같은 위치에 세팅했을 때 같은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파라미터를 돌려보면서 변화하는 사운드의 색깔은 하드웨어와 비슷합니다.


GL: 앞서 UAD 1176를 Go-To 플러그인으로 사용한다고 하셨어요, 1176외에 항상 손이 가는 플러그인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이태섭: 처음 엔지니어링을 배울 때부터 항상 콘솔로 사용했던 SSL 채널스트립 플러그인입니다. SSL 채널스트립은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버전을 사용해 왔었는데, 최근에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SSL에서 직접 제작한 Native Channel Strip 2 /네이티브 채널 스트립 2/도 사용해보고 있어요. ‘SSL 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GL: 콘솔부터 아웃보드, 플러그인까지, 긴 시간 동안 SSL 프로세서를 사용해 오셨는데요, SSL 프로세서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이태섭: SSL을 오래 써서인지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입니다. 그래픽이 그려지지 않고 작은 노브로만 직관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부스트, 혹은 커팅하는 양에 대한 죄책감도 덜하고요. 콘솔도 그렇고 플러그인도 그렇고 사용하기에 레이아웃도 편하게 짜여 있고 한 채널에 컴프레서, 게이트, 익스팬더, EQ 등이 다 들어있어서 뭔가를 시도해 보기에 좋습니다. 저희도 SSL AWS 콘솔을 가지고 있고, 사용해 왔지만, 지금은 수정에 대한 리콜 시간을 단축하려다보니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GL: 플러그인 컨트롤러인 UC1도 사용하고 계세요. 실제 콘솔 믹스 방식과 비교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이태섭: UC1과 같은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 콘솔과 얼마나 흡사하냐를 떠나서, 같은 플러그인을 쓰더라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게 변하죠. 예를 들어 플러그인을 사용할 때 마우스로 파라미터를 돌리면 돌아가는 양과 수치가 눈에 보이잖아요? 이게 가끔은 시각적으로 장애물이 될 때가 있습니다. 너무 많이 걸진 않았나? 너무 적게 한 것 같은데?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실제 콘솔에서 믹스를 할 때에는 아무도 이 수치를 보면서 돌리지 않아요. 변화하는 사운드를 들으면서 만지는 거죠. 단지 끝과 끝, 중간에 걸리는 부분을 통해 대략적으로 짐작만 하면서 사운드를 만지게 됩니다. 이런 측면으로 보면 컨트롤러를 사용했을 때, 마우스와 화면을 보는 것보다 더 직관적인 믹싱이 가능한 거죠. 어쩌면 현대의 수많은 플러그인의 장점이자 단점이 어쩔 수 없이 숫자, 수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GL: 이태섭 님만의 사운드 시그니처, 혹은 추구하는 사운드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위에서 JYP의 사운드라고 소개를 했지만 그것은 제 입장에서 말씀드린 것이라서 그 사운드가 제 시그니처 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주연과 조연이 구분된 사운드, 특히 록 스타일의 믹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캐릭터가 확실한 사운드를 선호합니다. 무난한 것보다는 확실하게 개성을 들려주는 음악이 좋고, 어떻게 보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확실하게 방향성이 잡힌 사운드가 좋더라고요. 중립적인 사운드, 캐릭터가 강한 사운드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캐릭터가 강한 것을 선택할 것 같아요, 박진영 대표님도 그런 방향성을 선호하시기도 하고요. 

그리고 추구하는 사운드로는 청취자가 좋아하는 사운드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사운드라기보다 말씀드린 것처럼 캐릭터가 강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죠. 물론 적당한 사운드는 모두에게 만족스럽겠지만, 확실한 캐릭터가 JYP의 사운드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팬분들의 커뮤니티를 많이 보는데, (웃음) 팬분들도 너무 무난한 것보다는 색깔이 확실한 음악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GL: 록 사운드의 믹스라는 단어 자체를 보면 K-Pop과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보여요.

이태섭: 어디까지나 록 스타일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아무래도 록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간혹 믹스가 자연스럽게 그런 뉘앙스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부분의 과정에서 첫 결과물에 완성되는 경우는 없고 수많은 수정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의견이 더해져 스타일이 중화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록 스타일 믹스에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청자에게 들려주는 것을 확실하게 들려주는 스타일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리듬이 강조된 록 음악의 경우에 극단적으로는 보컬이 거의 안 들리는 경우도 많고, 기타 솔로가 강조된 음악은 다른 악기들보다 훨씬 크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록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스타일이 좋다고 느끼며 자랐던 것 같아요. 내가 들려주고 싶은 소리가 있다면 나머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압도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GL: 어떻게 보면 앞서 말씀해 주신 ‘주연과 조연’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이네요.

이태섭: 그렇죠. 예를 들어서 악기 100개가 있다고 해서 이 모든 악기를 골고루 펼치는 믹스도 좋지만, 저는 주인공에게 확실한 에너지를 쥐어주면서 구분해 주는 믹스도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러 악기를 골고루 펼치는 믹스도 보통 일이 아니긴 하지만요.


GL: 만약 지금까지 만들어온 믹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음악, 혹은 뮤지션이 있다면요?

이태섭: 사실 아티스트를 꼽으라 하면, 누가 최고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수많은 뮤지션을 만나왔고, 각자 성공한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아티스트들이 그들만의 방식대로 끝없이 노력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것을 지켜봤어요.

하지만, 인상깊었던 믹스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바로 트와이스의 "SCIENTIST"에요. (웃음) 처음으로 Billboard 200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마 Hot 200 진입이 아주 처음이 아닐 수도 있는데 굉장히 높은 순위에 올라갔었죠. 이 트랙으로 앞서 말씀드렸던 해외 매거진 SOS 인터뷰도 했으니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 되어버렸죠.



GL: 엔지니어링에서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그 소리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BLUE 룸의 모니터 시스템이 궁금합니다.

이태섭: BLUE 룸은 Amphion /암피온/ Two18BaseTwo25 LF Extension System을 추가하여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스피커를 사용해 왔고, 현재 사옥의 스튜디오가 생기기 전에 여러 스피커를 테스트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Amphion이 가장 좋았어요. 저는 정보량이 너무 많아도, 소리가 너무 꽉 차도, 약간 비어있어도 적응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스피커를 듣자마자 좋아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한 번에 좋다고 느낀 건 Amphion 스피커가 처음이었습니다. 현재는 JYPE Studios의 룸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Two18을 사용하고 있어요. 

Amphion이 백지 같고 심심한 사운드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그래서 좋아요. ‘Amphion로 들었을 때 신난다면 다른 스피커로 들었을 때 얼마나 신날까!’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웃음) 단점이라 한다면 아무리 작업해도 제가 원하는 소리가 안 나오면 계속 고민하게 된다는 점이 있지만, 이 룸에서 들었을 때 제가 원하는 사운드가 나오면 항상 다른 데서도 그 이상은 보여주는 것 같아요.


GL: 보통 믹스 룸에서는 얼터너티브로 사용하는 서브, 세컨드 모니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BLUE 룸은 세컨드 모니터가 없는 것 같아요.

이태섭: 맞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여러 모니터로 듣는 것을 싫어했어요. 메인으로 듣다가 다른 스피커로 들으면, 그게 아무리 짧은 시간이더라도 적응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비교가 되는 게 아니라 소리가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있었죠. 그래서 하나로 듣고 있고, 굳이 다른 모니터가 필요하다 하면 가끔 AirPods Pro나 출, 퇴근길의 자동차에서 음악을 듣습니다. 공간계나 위상 체크 체크를 할 때 HEDDphone /헤드폰/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여러 모니터로 체크하면서 문제점을 찾으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아직까지 Amphion을 메인으로 두면서 불편한 점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여러 스피커로 모니터 시스템을 구성해 본 적도 있지만, 결국 저는 하나만 두고 쓰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GL: 아무리 뛰어난 스피커와 룸이라 하더라도 정확하고 완벽한 사운드라 정의하고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객관적인 모니터링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일 것 같아요.,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이태섭 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이태섭: 음… 저는 항상 다음번에 더 잘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믹스를 하는 거지, 솔직히 믹스를 하면서 한 번도 완전히 만족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완벽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점이 없잖아요. 기준점이 없다 보니 오늘의 내가 다르고 내일의 내가 다를 것이고, 이 음악을 믹스를 했던 나도 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믹스를 하면서 항상 ‘이 정도면 됐다’라고 확실하게 끝낸 적이 없어요. 어느 정도 사운드를 만들고 ‘이쯤에서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아보자’라는 생각은 나올 수 있는데, 완벽하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GL: 사운드에 대한 진중한 생각인 만큼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아요. 이런 고민에 대한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태섭: 이 스트레스는 제가 선택한 길인 만큼, 평생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래는 아니지만 저도 플레이어로서 밴드 음악을 했었다 보니 그동안을 생각해 보면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답이 없고 무엇이 좋을지 무엇이 나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조금 세게 말하자면 자신감 있게 들려준 믹스가 별로라고 처음부터 새로 작업한 일도 있었고, 아무리 해도 별로라 생각했던 믹스가 한 번에 컨펌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엇이 완벽한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결정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없어지기도 하죠. 왜냐하면 엔지니어로서 누군가의 컨펌을 받는다는 사실은, 제가 1차로 무언가를 만들면 그들의 능력을 끌어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더 이상 이 음악에 대해 해석이 안되고, 시도할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서 컨펌을 보내면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정 안되면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심지어 그들이 다른 스튜디오를 찾는다 해도 이게 스트레스라기보다 이게 음악을 하는 재미의 한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GL: 최근 멀티-채널 오디오 플랫폼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이제 일반 대중들도 이머시브 믹스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발매되는 K-Pop은 물론, 기존에 발매되는 음악까지 새롭게 믹스되곤 하는데, 직접 이머시브 작업을 하시기도 하나요?

이태섭: 아직은 공간의 한계로 Dolby Atmos® /돌비 애트모스/와 같은 이머시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대한 빨리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지금 JYP 발매되는 이머시브 음반은 GLAB Studios와 같은 외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고, 아직 회사에서 크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머시브 오디오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로는 일단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아서… 다른 건 다 참아도 유행에 뒤떨어지는 건 못 참죠. (웃음) 원래는 작년, 재작년부터 시도해보고 싶은데 지금의 룸으로는 공간이 되질 않아서 못하고 있습니다. 신사옥에서는 무조건 도전해 볼 겁니다. (웃음)


GL: K-Pop 시장에 최전선에 계시는 믹스 엔지니어로서, 이머시브 오디오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향후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저는 이머시브라는 시스템 자체가, 결국은 소비자가 음악을 소비를 할 때 사용하는 사용하는 기기, 헤드폰, 이어폰에서 얼마나 충실히 구현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실제 채널 포맷은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인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들을 땐 분리감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이 음원을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해 주는지에 따라 방향성이 바뀔 것 같아요. 문제는 이게 쉽게 구현이 되느냐죠. 서라운드의 개념을 넓게 보면 Dolby의 5.1 기술부터 시작된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대중화가 되지 않은 걸 보면 어떻게 보급화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GL: K-Pop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을 읽는 노하우가 있나요?

이태섭: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아 이거 좋다'라는 생각에서 머무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내 믹스를 의심해야 하고, 새로운 믹스 체인을 개발하고, 믹스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또 새로운 곡들과 유행하는 트렌드들을 공부하는 것만이 이 시대를 따라갈 수 있는 혹은 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잡지들을 많이 참고하기도 하고, YouTube 콘텐츠도 많이 보지만, 저는 평소에 Billboard 차트를 항상, 그리고 많이 들어요. 


GL: Billboard를 꾸준히 봐오셨다면 K-Pop 아티스트의 성장을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하셨을 것 같아요. K-Pop의 성공 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태섭: 그렇죠. 점점 빌보드에 보이는 한국의 아티스트의 이름이 늘어날 때마다 신기합니다. 트와이스의 "SCIENTIST"도 그렇지만, 특히 저는 JYP 아티스트의 해외 공연에 Pro Tools 플레이어로 따라가거든요. 처음엔 일본을 갔었는데 바로 이웃 나라고, 워낙 K-Pop 문화가 정착된 지 오래되다 보니 그러려니 했는데, 유럽과 미국에 갔을 때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들의 비중이 많아지는걸 직접 보면서 더 크게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K-Pop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어떻게 보면 집요함이죠. (웃음)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될 때까지 하는 집요함이 프로덕션을 부흥시킨 가장 큰 요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맵찔이입니다만, 우리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나라잖아요? (웃음) K-Pop 자체가 워낙 자극적인 음악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사랑받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GL: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시는지, 특히 존경하는 엔지니어나 뮤지션이 있다면요?

이태섭: 평소 록과 클래식을 많이 듣고, 특히 휴식이 필요할 때는 클래식을 많이 듣는데,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분 음악도 엄청 자극적이거든요. (웃음) 엔지니어의 경우는 예전엔 확실히 클래식하게 좋아하는 엔지니어가 정해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누구의 음악이 최고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거기다 또 바뀐 게, 만약 제가 이런 질문을 10년 전에 받았다면 나오는 이름은 모두 외국 사람이었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구종필 엔지니어님, 신봉원 엔지니어님처럼 스타일이 멋진 엔지니어가 한국에도 많아요. 예전처럼 믹스 자체에 대해 잘하냐 못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한국도 넘어선 것 같고, 그 엔지니어만의 색깔을 얼마나 잘 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GL: 엔지니어는 기술적인 직업이지만, 휴식이 영감을 주고, 영감이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지칠 때에는 어떻게 리프레시하세요?

이태섭: 저는 일하다가 막히면 될 때까지 일합니다. (웃음) 여기서 쉬면 지금 잡고 있는 실오라기마저 놓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시도해요. 그래도 컨디션 관리를 위해 리프레시를 할 때에는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대한 바쁘고 화려한 곳들에 가보면 사람들의 에너지를 볼 수 있고 그들의 표정과 소위 '바이브'를 보면서 에너지를 얻곤 합니다. 물론 정말 힘들 때는 최대한 아무것도 없는 곳을 선호하고요.



GL: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태섭: 위에도 언급했듯이 이머시브 믹스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완전한 아날로그 워크플로우로 믹스를 해보고 싶어요. 


GL: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태섭 님이 작업한 음악을 들으며 꿈을 키우는 엔지니어 지망생들에게, 그리고 이 인터뷰를 읽을 독자분들을 위해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태섭: 최대한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익히고 체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하지 않게 잊어버려야 합니다. 또, 어느 정도의 상냥함과 친절함을 키우시면 엔지니어의 삶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를 읽을 독자분들과 K-Pop 프로덕션을 사랑하는 팬분들에게는 가수들 뒤에도 이 프로덕션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모든 것을 바쳐가면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같이 응원해 주고 기도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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