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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전자 음악과 영화 음악의 만남, 뮤지션 Casker 이준오

2021.12.03. Artists

일렉트로니카 씬의 초창기부터 20여 년간 Casker의 프로듀서이자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음악감독을 맡은 이후로 왕성하게 영화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준오는 자신만의 우울한 감성의 사운드와 서사로 본인의 음악 외에도 여러 대중가요 작·편곡에도 참여하여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기어라운지가 그의 작업실을 찾아, 본인의 장점인 전자 음악과 사운드를 영화 음악과 연결하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를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기어라운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준오: 안녕하세요. 음악을 만드는 이준오라고 합니다. 20여 년간 Casker라는 팀으로 활동해왔고, 10년 가까이 영화 음악감독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기어라운지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과 만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GL: 2년 가까이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음악 분야도 그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준오: 원래 자가격리나 다름없는 라이프 사이클을 갖고 있어서 삶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확실히 얼어붙은 영화 씬의 이런저런 변화를 점점 체감하게 됩니다. 하루빨리 제반 상황이 호전되었으면 합니다. 


GL: 맨 처음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준오: 부끄럽지만 Casker라는 이름으로 처음 컴필레이션에 참여했을 때는 MIDI라는 걸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네요. 그전까진 밴드의 기타 플레이어였어요. 헤비한 음악이 꽤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도 저는 좀 모던하고 음울한 영국 음악들을 좋아했던 듯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직접 하는 꿈을 가지게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GL: Casker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음악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밴드 음악에서 전자음악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준오: 포티스헤드의 <dummy>라는 앨범을 듣고 부터입니다. 전자음악 메이킹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그 앨범의 모든 소리가 경이로웠고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홈 레코딩을 하게 되고 신스와 샘플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GL: 올해 2월 발매된 Casker의 “소인”이라는 곡의 가사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데요, “소인”은 어떤 곡인가요?

이준오: 지난겨울에 어쿠스틱 기타로 만들었던 심플한 데모에서 빠르게 완성한 곡입니다. 겨울에 동해를 꽤 자주 가는 편인데, 다니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이 사운드로 완성된 것 같아요. 제가 쓰는 가사들은 모두 그간의 인생 경험에서 다양하게 각색이나 윤색되는 것들입니다.



GL: 한 인터뷰에서 ‘이전이 밤과 도시였다면 지금은 웅장한 자연’이라고 말씀하신 걸 본 적이 있는데, 음악적으로 큰 변화를 겪으신 것 같아요.

이준오: 아이슬란드를 다녀와서 만든 7집 앨범 <ground part 1> 발매 후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 같습니다. 저에게 많은 영향과 변화를 주었던 여행이었어요. 영화 음악 작업을 하면서 Casker보다 스케일이 큰 음악도 하게 되고,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해야 하는 일이 늘어가면서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음악적 접근을 시도하고 노력하는 중이고요, 과거보다 조금씩 미니멀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GL: 사운드를 만드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이준오: 자가 복제에 빠지지 않으려고 많이 고민하고 이런저런 악기나 작업 방법을 시도하고 실험합니다. 저는 뭉툭하고 몽환적인 소리를 좋아해요. 새츄레이션 하모닉스 계열의 이펙트를 많이 쓰는 편인데 왜곡을 만들 수 있는 기타 페달, 테이프 에뮬레이터, 튜브 에뮬레이터 등을 통해 하모닉스를 만든 후, 필터 가공을 하고 공간계를 추가한 아련하면서 로우파이한 사운드죠. 이런 사운드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GL: 요즘 많이 사용하시는 리버브 플러그인은 무엇인가요?

이준오: 최근에는 LiquidSonics <리퀴드소닉스>의 Seventh Heaven <세븐스 헤븐>을 많이 사용합니다. M7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너무 비싸서 선뜻 구매하지 못했고, 소프트웨어가 나왔다고 해서 데모를 들어 보니 프리셋이 하드웨어 그대로인데다 퀄리티도 좋아서 바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GL: “소인”의 마스터링을 GLAB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셨습니다. GLAB 스튜디오에서의 마스터링 작업은 어떠셨나요?

이준오: 무엇보다 모니터링 환경이 훌륭한 곳입니다. 저는 거의 모든 작업물의 믹스를 작업실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마스터링의 객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트렌디한 사운드만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의사소통도 중요했고요. 저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생각해보면 제가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GL: 많은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했던 작업 중 정말 어렵다고 느끼셨거나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세요?

이준오: 모든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음악 감독으로서의 첫 작품이었던 <더 테러 라이브>가 당시 한국 영화에선 거의 쓰이지 않던 타협 없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만 채웠던지라 많은 분의 우려와 걱정을 샀던 게 기억에 남아요. 같은 감독의 차기작이었던 <PMC:더 벙커>는 전작 음악의 확장판 같은 개념으로 한국과 LA를 오가며 작업했어요. 전자음과 오케스트라가 합쳐진 스케일이 큰 음악이었는데, 힘들고 어려웠지만 의미 있고 많은 공부가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GL: 앞으로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의 영화가 있다면요?

이준오: SF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SF 장르의 팬이기도 하고 제 특기를 많이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GL: 그렇다면 가장 인상 깊게 본 SF 장르의 영화나 영화 음악은 어떤 게 있나요? 

이준오: 드니 빌뇌브 감독의 <Arrival>입니다. 요한 요한손이 음악을 맡았는데, 저는 그 영화가 모든 면에서 정말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가인 요한 요한손이나 트렌트 레즈너 같은 분들이 지금 할리우드에서 하는 스코어링이나 오케스트레이션 위주의 영화 음악의 안티테제 같은 사운드를 제시해줬고, 제가 하는 영화 음악을 분류하자면 이쪽 계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영화 음악가들을 늘 동경해왔고 저도 그런 것을 하려는 사람이다 보니 제가 해왔던 심도있는 부분들을 SF 같은 장르에서 영화 음악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GL: 영화 음악과 대중 음악에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이준오: 영화 음악을 만들면서 알게 된 것인데,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대부분은 영화 전공자이거나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인데, 영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대중 음악을 해온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영화를 생각하는 접근 방법이나 자세가 서로 다릅니다. 대중음악은 한 곡에 기승전결이 있고 서사가 있지만 영화에 들어가는 곡은 각각의 곡이 서사를 갖지 않습니다. 2시간의 영화가 하나의 서사이고 음악은 CG나 미술 같이 영화를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됩니다. 신입 작곡가가 처음부터 한 편의 영화 음악을 모두 작곡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 보니, 어느 한 부분의 음악을 맡게 되면 하나의 완성된 음악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 안에 기승전결이 있고 그것만 들으면 좋은 음악이에요. 하지만 그건 좋은 '영화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음악이 영화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가 중요하고, 저도 처음엔 그런 부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영화 음악을 만들 때는 그런 부분에서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GL: OP-1, Minitaur, Super 6는 이준오 님의 SNS에서도 자주 보이는데요, 실제로 좋아하시고 많이 사용하시는 악기들인가요? 

이준오: 네. Moog <무그>는 Voyager <보야저>를 비롯해 4대 정도 가지고 있으니 좋아한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저음역의 존재감 있는 프리퀀시가 필요할 때 늘 무그에 제일 먼저 손이 갑니다. 최근에 산 Super 6 <슈퍼 6>는 국내에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샀는데, 제가 국내 1호 구매자입니다. (웃음) 

구매해서 그때 작업하고 있던 영화의 엔딩크레딧 곡에 바로 사용했어요. 액정화면 하나 없는 직관적인 정직한 인터페이스와 하이브리드한 소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OP-1은 아주 긴 시간 써온 악기예요. 컴팩트한 사이즈 덕분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음악 작업을 할 때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잘 사용했습니다.


GL: Super 6 국내 1호 구매자셨군요!

이준오: 슈퍼 6가 발매되기 전에 공개된 인터페이스를 보자마자 롤랜드의 80년대 신스들이 생각났습니다. 복각의 느낌이 있었고 제 Juno-106이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대체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어라운지에서 수입하자마자 구매했죠. 처음 신스를 받고 ‘지금 시대에 VCO 신스가 가지는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VCO 신스를 쓰고 있지만, 오히려 DCO 신스이면서 웨이브테이블 기능까지 있는 슈퍼 6를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필터의 느낌이나 내장된 코러스의 컬러가 확실히 80년대 롤랜드의 느낌이 있었고 빈티지 신스와 모던 신스의 장점들이 매우 잘 혼합된, 하이브리드 신스 중에서도 빈티지의 성향이 좀 더 짙은 신스라고 생각해서 지금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GL: 그렇군요. Super 6를 주로 어떻게 사용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준오: 저는 어떤 악기가 특정한 소스에 좋으니 어디에 사용한다고 정해놓고 쓰지는 않습니다. 어떤 악기든 제가 원하는 대로 쓰는 편이고, 원래 신시사이저가 그러라고 나온 악기라고 생각해요. 무그 같은 경우, 모노포닉 신스이기 때문에 베이스에 자주 쓰이지만, Moog One <무그 원> 같은 악기를 베이스에만 사용한다고 하면 엄청난 자원 낭비이고 스펙이 허용하는 한 어떠한 소리로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슈퍼6 역시 베이스로도 많이 쓰고 패드나 스트링 외에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GL: JUNO-106이 보입니다. 요즘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신스인데 자주 사용하세요?

이준오: 요즘에는 좋은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가 많습니다. Softube <소프튜브>의 Model 84도 JUNO-106의 에뮬레이터인데 출시하자마자 샀어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도 하고 에뮬레이션 기술이 하드웨어를 대체할 정도로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GL: 그 외에 좋아하는 신시사이저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준오: 80~90년대의 롤랜드 신스들과 Access Music <액세스 뮤직>의 Virus TI2 <바이러스 TI2>, Dave Smith의 OB6를 좋아합니다. 윤상 선배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구매했던 Elektron <일렉트론>의 Digitakt <디기탁>도 즐겨 사용합니다. 



GL: 하드웨어 신시사이저 외에 가상 악기도 사용하세요?

이준오: 신시사이저는 Ableton <에이블톤>의 Operator <오퍼레이터>, TAL의 U-No-Lx 등에 습관적으로 손이 갑니다. 신스에서 원하는 소리를 찾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게 좀 더 빠른 편이라 직관적인 악기들을 선호하는 편이고 좀 더 복잡한 소리를 원할 땐 U-he <유-히>의 Zebra2 <지브라 2>, Spectrasonics <스펙트라소닉스>의 Omnisphere 2 <옴니스피어 2>를 자주 찾습니다. 지브라 2는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자유도가 엄청난 악기입니다. 


GL: Barefoot 스피커를 메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준오: Barefoot <베어풋>하면 강력한 사운드를 떠올리는 분이 많은데, 청력 유지에 신경을 쓰는 편인 저로서는 동급의 스피커와 비교했을 때 작은 볼륨에서도 부족함 없이 전대역을 다 들려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도로 추가할 것 없이 내장된 서브우퍼만으로도 충분한 저역이 나오는 점도 훌륭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모델이 지금은 단종된 MicroMain35 gen2 <마이크로메인35 gen2>인데, 사실 마이크로메인26의 소리를 더 좋아하지만 제가 있는 작은 공간을 고려하면 적당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GL: UA의 하드웨어와 플러그인도 많이 사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즐겨 사용한다든지 이것만큼은 꼭 필요하다는 플러그인이나 제품이 있을까요?

이준오: 제가 UAD를 처음 접하게 된 게 2005년 UAD-1 PCI 카드가 나왔을 때부터였습니다. 당시에는 UAD가 거의 필수였어요. CPU 사양이 안 좋다 보니 ITB 믹스를 하려면 외부 DSP가 필수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현재는 LA2A 하드웨어를 사용하고 있고, UAD-2 Octa-Core Thunderbolt Satellite <UAD-2 옥타-코어 썬더볼트 새틀라이트> 두 대를 사용합니다. 다른 분들과 비슷하게 1176이나 Neve <니브>, Fairchild <페어차일드> 등의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있고, Thermionic Culture <써미오닉 컬처>의 Culture Vulture <컬처 벌처>나 Distressor <디스트레서>, 각종 테이프 시뮬, 페달 등의 새츄레이션 플러그인도 좋아합니다.  


GL: 사용하시는 장비 중 가장 선호하는 장비는 무엇인가요?

이준오: 거의 15년째 마스터 채널에 디폴트로 걸려있는 SSL의 G-컴프 (G-Series Compressor) 입니다. 작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걸려 있는 상태로 일해 와서 이제는 이 친구가 없는 소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GL: 윤상 님과 준오 님을 떠올리면 항상 앞장서서 신시사이저나 악기를 잘 다룬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악기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이준오: 음악을 처음 할 때는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체험해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구매를 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고민을 합니다. 가끔 기어라운지 쇼륨을 방문해서 신제품을 시연해보고 괜찮으면 데모를 받아보거나 구매하거나 하는 식이에요. 모든 악기를 다 살 수는 없지만, 요즘은 유튜브만 봐도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항상 찾아보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접근방식과 태도는 윤상 님에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2007년쯤 윤상 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서로 서먹한 상태로 카페에서 만나 2시간 동안 새로 나온 플러그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죠. 그때 저는 제가 그런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윤상 님이 저보다 새로운 정보에 대해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고, 지금도 노력하는 중입니다.


GL: 새로운 정보를 계속 찾고 받아들이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최근 관심이 가는 VSTi가 있을까요?

이준오: 스펙트라소닉스 옴니스피어 2 Sonic Extensions <소닉 익스텐션>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도 윤상 님이 이미 4개를 다 사셨다고 해서 저도 구매할 예정입니다.(웃음)


GL: 이준오 님 하면 떠오르는 DAW는 Ableton Live입니다. Ableton Live를 처음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준오: 오랫동안 Cubase <큐베이스>를 사용하며 라이브나 디제잉을 위해 에이블톤을 병용했는데, 한 9년 전부터는 모든 작업환경을 Ableton Live <에이블톤 라이브>로 통일시켰습니다. 최근에 나온 DAW는 모두 훌륭하지만, 특히 오토메이션과 라우팅이 간단하고 내장 이펙트들도 가볍고 좋아요. 무엇보다 Max For Live <맥스 for 라이브, M4L>를 통한 아이디어 확장성이 에이블톤의 매력 아닐까 합니다. 



GL: Max for Live는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조금 더 자세하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준오: M4L는 원래 Max/MSP <맥스/MSP>라는 미디어 아트에 특화된 프로그래밍 언어이자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여 맥스가 제공하는 모듈화된 명령어를 이용해 에이블톤에서 사용 가능한 이펙터, 매크로, 악기 등의 디바이스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M4L을 사용하는 유저층이 많아지다 보니 수많은 디바이스를 공유하는 maxforlive.com이라는 사이트가 생겼고, 디바이스를 일반적인 플러그인처럼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에이블톤 네이티브 플러그인의 어떤 파라미터를 신시사이저의 LFO섹션 처럼 부드럽게 모듈레이팅하고자 한다면 LFO를 M4L로 프로그래밍해서 해당 플러그인에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내가 사용하는 신스가 조금 멀리 떨어져 있을 때, 해당 신스의 에디터 기능을 만들어 공유한 사람이 있다면 그걸 다운받아 직접 신스의 노브를 만지지 않아도 컨트롤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M4L을 공부해서 직접 디바이스를 제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maxforlive.com에 공유된 디바이스를 받아서 사용하는 건 간단합니다. 


GL: 작업하실 때 Push를 많이 사용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Push와 함께 사용하는 Ableton Live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이준오: 이전부터 여러 가지 미디 컨트롤러를 사용해봤지만 ‘전용'이라는 게 갖는 메리트는 확실히 거대합니다. 불필요한 매핑 없이 에이블톤과 100% 연동되기에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감각으로 DAW를 다룰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오토메이션을 기록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 편하고요. Push <푸쉬>의 패드를 악기처럼 사용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들도 많은데 저는 오히려 마스터 키보드 같은 느낌으로 사용합니다.



GL: 프로듀싱이나 작업하시는 워크플로우가 궁금합니다.

이준오: 제가 음악을 시작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은 ‘템플릿'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 스스로가 비슷한 작업물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어서 늘 텅 빈 화면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번엔 어떤 악기를, 어떤 플러그인을 써볼까?’를 궁리하는 즐거움을 배제하고 싶지 않습니다. 백지상태가 주는 ‘막막함'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GL: 보컬 작업에는 어떤 장비와 체인을 사용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준오: 보컬의 하드웨어 체인은 Brauner <브라우너>의 Valvet <벨벳> 마이크에 Chandler Limited <챈들러 리미티드>의 TG2, 유니버설 오디오의 LA-2A로 구성합니다. 이 부분은 신경을 많이 써서 연결해놨어요. 케이블은 전부 VOVOX <보복스> 제품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녹음을 한 상태에서 1176과 풀텍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기본 체인을 거친 후 나머지는 곡에 따라 EQ 등 여러가지 이펙트를 사용해 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매번 같은 사운드가 나오는 것 같아요. 똑같은 사운드가 나쁜 건 아니지만 늘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해 보고 싶어서 체인을 고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GL: 작업실에 Kemper와 기타 페달이 많이 보이는데 기타는 어떻게 녹음하세요?

이준오: 지금은 대부분의 기타 페달은 처분했어요. 빅스카이와 메모리맨을 아웃보드처럼 사용하고, 메모리맨은 세츄레이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타 녹음은 모두 Kemper <켐퍼>로 하고 있고요. 저는 켐퍼를 기타 녹음뿐만 아니라 베이스에 사용하는 때도 많은데, 실제로 베이스 앰프 프로파일도 있습니다. 신시사이저의 트릭 중 마샬 앰프에 마이킹을 해서 녹음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켐퍼를 사용하면 10초 만에 이 트릭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요. M4L처럼 많은 사람이 켐퍼의 프로파일을 만들어 공유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GL: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프로젝트나 앨범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준오: 최근 극장가가 얼어붙은 관계로 공개되지 못한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그중 몇 편은 Watcha와 Netflix를 통해 곧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윤상 선배님과의 프로젝트 앨범을 작업 중입니다. 내년쯤엔 들어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GL: 바쁘신 중에 이렇게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자주 이준오 님의 음악을 만나게 되길 바라며, 끝으로 우리나라의 전자음악 뮤지션을 꿈꾸는 분들과 음악인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준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뵙게 되어 반갑고 감사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오랫동안 힘들게 걸어간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풍경이라는 게 있습니다. 자기만의 페이스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향해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아, 그리고 백업을 자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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