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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TWICE, I.O.I의 마스터링 엔지니어 박정언을 만나다

2019.12.30. Artists

기어라운지는 지난 주, 광진구에 위치한 허니버터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TWICE를 비롯하여 원더걸스, 수지, I.O.I, GOT7 등 수많은 K-POP의 마스터링을 작업을 담당하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엔지니어 중 한명인 박정언 실장을 만나 마스터링과 장비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허니버터 스튜디오는 마스터링 스튜디오입니다.


허니버터 스튜디오의 입구에는 TWICE, 수지, I.O.I, 임재범 등 박정언 엔지니어가 마스터링한 앨범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소품이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허니버터 스튜디오의 치프 엔지니어 박정언 실장 


허니버터 스튜디오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스터링 엔지니어 박정언입니다. 소닉코리아에서 마스터링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7년 정도 근무하다가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허니버터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독립했습니다. 허니버터 스튜디오는 마스터링 전문 스튜디오이고, 주로 케이팝 마스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마스터링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떤 작업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마스터링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마스터링은, 요리로 치자면 플레이팅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리는 트랙킹과 믹싱 단계에서 이미 완성되었지만, 요리를 어떤 접시에 어떻게 플레이팅하느냐에 따라 같은 요리도 다르게 느껴지듯, 청자에게 음악을 멋지게 플레이팅해서 제공하는 일이 바로 마스터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닉코리아는 메이저급 스튜디오인데, 큰 곳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일하니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소닉코리아에는 훌륭한 룸과 장비가 다 갖춰져 있고 훌륭한 선배들도 많아서 일을 배우는 데에 최적의 장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세팅을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으니 제가 원하는 세팅으로 작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독립하니까 좋은 점은, 우선 케이블, 전기, 장비까지 모두 제가 원하는 대로 세팅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작업실 스케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작업실 스케줄을 잡아야 했는데, 이제는 아무 때나 스튜디오를 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데드라인이 빠듯하거나 작업량이 많아져도 예전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잘못된 믹스도 마스터링이 마법을 부려 살려낼 수 있다’라고도 말하는데, 진짜로 그런가요?

제가 소닉코리아에서 근무하던 당시 사장님께선 ‘마스터링을 통해서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바꿀 수는 없지만, B급 돼지고기를 A급/특급 돼지고기로 바꿀 수는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대 마스터링에서는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만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소고기의 느낌에 가깝게 가공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투트랙이 아니라 스템을 가지고 와서 마스터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쪽을 더 선호하세요?

전문 믹싱 엔지니어를 거친 믹스는 투트랙으로 작업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느낌을 잘 파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반면에, 아마추어 믹싱을 거친 트랙은 믹스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분들에게는 원하는 느낌의 투트랙과 함께 스템도 달라고 해서 믹스도 수정하면서 원하는 느낌에 맞춰 마스터링을 해나갑니다.

 

혼자 사용하는 작업실이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세팅할 수 있었던 허니버터 스튜디오


믹스와 마스터링을 비교하자면, 믹스에는 다분히 엔지니어의 성향과 개성, 창의성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마스터링은 그에 비해 자신의 창의성을 더할 여지가 적다고 생각됩니다. 마스터링할 때는 엔지니어의 성향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나요?

스튜디오와 엔지니어에 따라서 투트랙에 자신의 색깔을 많이 더하는 분도, 믹스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장비의 차이도 있겠지만, 마스터링이라는 것도 감성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댄스는 일단 신나게, 슬픈 발라드는 슬프게 전체적인 톤을 잡아 놓고, 그 상태에서 사운드 밸런스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나 다시 점검하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네 그렇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믹스한 트랙을 해외 엔지니어가 마스터링한 경우, 사운드는 매우 좋을지 몰라도 발음이 잘 안 들린다거나, 가사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 한국어 가사와 한국적인 감성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한국인 엔지니어 사이에서도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서 장비 구성도 달라지고, 그러다 보면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박정언 실장님의 성향은 어떤가요? 아웃보드가 많지 않은 느낌인데, 대부분 플러그인으로 작업을 하시는 건가요?

저는 하이브리드 마스터링을 합니다. 아웃보드도 쓰면서 많은 부분을 UAD 플러그인으로 해결합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질감 차이가 있어서 양쪽 모두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무리 복각을 잘한 플러그인이라도 디지털의 느낌이 나고, 하드웨어에서는 플러그인만큼 디지털의 샤프한 느낌을 낼 수가 없죠. 그래서 디지털에서는 엣지감을 최대한 취하고, 아날로그의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게인, 최대한 원본을 해치지 않는 느낌을 최대한 취합니다. 사실 이제는 하드웨어만 고집하는 엔지니어는 거의 없다고 봐요. 옛날에는 디지털이 아날로그의 값싼 복각으로 취급됐다면, 이제는 하나의 또 다른 장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제 플러그인도 하나의 영역이 되어서, 엔지니어의 취향에 따라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 원하는 부분을 선택해 사용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많은 분들이 UAD 플러그인을 사용하지만, 더 눈을 높여 아웃보드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엔지니어도 많을 텐데 개인적으로 어떤 아웃보드를 추천하시나요?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웃보드가 없어도 마스터링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를 사용한다면 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수용폭으로 인해서 좀 더 유연한 작업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마스터링의 경우엔 Ozone 같은 플러그인만으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습니다. 마스터링 스튜디오는 모니터링 환경이 좋기 때문에 플러그인만 사용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죠.


허니버터 스튜디오는 매우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반 유저들이 플러그인만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모니터링 환경 때문입니다. 사진을 예로 들면, 4K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일반 모니터나 옛날 브라운관 모니터에서 편집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물론 경험이 많아서 그 모니터의 색감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베테랑이라면 잘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반 작업자는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견으로는, 사진이나 영상을 하는 분들이 정확한 모니터에 집착하는 부분을 음악인들도 약간 배웠으면 합니다. 집에서는 보통 4~6인치 스피커를 사용하실 텐데 그 작은 스피커에서 나올 수 있는 해상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보통 개인 작업자의 경우에는 룸 튜닝도 제대로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니터 환경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스튜디오를 꾸리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모니터링 환경입니다. 저는 제게 맞는 스피커를 찾기 위해서 수많은 스튜디오를 다니면서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를 들어봤습니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제품이 Amphion <암피온>, PMC, Auratone의 세 종류입니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는 어떻게 들리겠다는 일종의 기준점이 생기니까 작업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반면에 일반 작업자들은 이런 모니터링 환경이 구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아웃보드보다는 모니터에 먼저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DAC에도 투자하시면 좋고, 스피커는 최소 6인치 이상을 쓰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6인치는 소리가 너무 크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6인치는 볼륨을 줄여도 저역대의 소리가 잘 나옵니다. 그러나 4인치 스피커는 볼륨을 높여도 물리적으로 6인치만큼의 저역대가 나오기 힘들죠. 그래서 차라리 큰 스피커를 볼륨을 낮춰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한 모니터링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Sennheiser, AKG, Sony 세 브랜드의 레퍼런스 헤드폰을 함께 사용합니다. 세 개까지는 필요 없지만, 하나 정도는 갖고 계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피커에서 들리지 않던 것이 헤드폰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룸 튜닝이 확실히 되어있지 않은 경우라면 헤드폰을 함께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레퍼런스 헤드폰이 뭔가요?

예를 들어 Sony CD900은 옛날에 일본 소니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끼리만 사용하려고 만든 기준 모델인데, 소니 뮤직에서 일하던 엔지니어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면서 점점 퍼져서 하나의 레퍼런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모니터링용으로 플랫하게 소리가 나오면서 하나의 기준이 된 헤드폰을 레퍼런스 헤드폰이라고 합니다.


어설픈 모니터링 환경, 다시 말해 룸 튜닝이 안 되어 있고 저가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차라리 헤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박정언 실장님이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를 보면 암피온 Two 18과 BaseOne 25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브랜드는 아직 레퍼런스로 자리 잡지 못한, 어떻게 보면 신생 브랜드라 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실제로 써보니 어떤가요?

실제로 써보니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소닉코리아에 있을 때는 Eggleston의 Savoy라는 모델을 썼습니다. 그 모델은 어택도, 직진성도, 저역/고역 해상도도 매우 좋았습니다. 사실 이 모델과 Two 18을 비교하면, Savoy가 약간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Savoy는 스피커 1조에만 8천만 원짜리였거든요(웃음). 하이파이용 스피커라, 앰프와 케이블 등을 더하면 1억 정도 되는 세팅이었는데, 지금 이 세팅은 2천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미지, 깊이감, 해상도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리고, 핸들링이 너무 쉽습니다. 예를 들면, EQ에서 0.5dB를 만지면 바로바로 그 차이가 들리기 때문에 사용하기 매우 편합니다.

또, 암피온은 통념과는 달리 어택이 매우 빠르고 좋은 스피커입니다. 옆 스튜디오에 있는 Barefoot MM26 못지않은 빠른 어택을 들려주기 때문에 요즘 음악이랑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Barefoot MM26과 더 비교해보자면, MM26은 밀폐형이라서 소리가 정확하게 끊기는, 어떻게 보면 드라이한 스피커인 반면에, Two 18은 패시브 라디에이터 방식이라서 그보다는 약간 웻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피커 통의 울림까지 계산되어 있어서 소리의 테일이 웨이브와 똑같이 뚝 끊어지는 패시브 라디에이터의 특징 때문에 룸도 별로 타지 않죠. 타이밍 반응이나 전체적인 응답이 매우 솔직하다고 느껴서 암피온을 선택했습니다.


허니버터 스튜디오의 세 가지 모니터.

왼쪽 위의 작은 스피커가 Auratone, 밑에가 PMC, 오른쪽이 암피온입니다.


이쯤에서 기어라운지도 위의 세 가지 스피커를 비교해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스위트 스팟에 앉아서 레퍼런스 트랙을 틀고 암피온, PMC, Auratone 세 가지를 번갈아 들어보니, 같은 음악이지만 강조되는 부분이 모두 다르고 좌우 폭과 앞뒤 깊이감이 현저히 차이 났습니다. 확실히 룸 튜닝이 제대로 된 스튜디오에서 듣는 것을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줍니다.



직접 들어보니 모니터링 환경에 따라서 음악이 굉장히 다르게 들리는데, 모니터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확 와닿네요. 들리는 만큼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네, 저는 모니터 환경만 제대로 만들면 번들 플러그인만 사용해도 훨씬 좋은 믹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인 중에는 스피커를 바꾸고 나서 음악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경우도 있어요. 잘 들리다 보니 소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더 나아가 편곡 스타일까지도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작은 스피커에서는 실제로 들리는 주파수 대역이 좁기 때문에 꽉 찬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채우고 또 채우면 부딪히고 난잡해지기만 하지, 결국엔 꽉 채워지지는 않은 믹스를 만들게 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해상도가 좋은 모니터를 사용하면 비슷한 대역에서도 부딪히지 않고 예쁘게 정리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것보다, 모니터링 환경을 바꾸고 직접 들어보고 경험해보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모니터링 환경이 먼저 구축되어야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스피커 이외에는 어떤 부분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스피커와 함께 투자하면 좋을 부분이 바로 DAC입니다. DAC를 별도로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인터페이스를 좋은 제품으로 구매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인터페이스에는 좋은 DAC가 들어있기 때문이에요.


그럼 박정언 실장님은 어떤 DAC를 쓰고 계신가요?

저는 DAC를 두 개 쓰고 있습니다. 하나는 Antelope Audio의 Eclipse 384인데, 굉장히 깨끗해서 좋아합니다. 또 하나는 Panasonic SV4100을 쓰고 있습니다. 이 장비는 매우 오래된 장비인데, 한때 스튜디오에서 많이 쓰던 16-bit/48kHz DAT 장비입니다. SV4100은 단독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RME의 ADI-2 Pro의 ADC를 거쳐 192kHz로 올려서 다시 녹음을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Eclipse 384를 통해서 받은 소스와 SV4100과 ADI-2 Pro를 통해서 받은 소스는 뉘앙스와 공간감이 묘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소스를 Dangerous Music의 MASTER에 넣어서 스위칭해가면서 그때그때 어울리는 시그널패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Antelope Audio의 Eclipse 384는 AD/DA 컨버터로 허니버터 스튜디오의 메인 장비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Dangerous MASTER는 어떤 장비이죠?

이 제품은 쉽게 말하면 스위칭 패치베이인데, 마스터링 스튜디오는 믹스 스튜디오만큼 아웃보드 장비를 많이 사용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번거롭게 패치베이 케이블을 뺐다 꼈다 하는 대신에 XLR로 이 장비에 꽂아놓고 번호만 세팅해 놓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1번에는 Shadow Hills를, 2번에는 Maselec EQ를, 3번에는 Chandler 컴프레서를 설정해두면, 버튼을 넣으면 적용되고 버튼을 빼면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장비는 자체적으로 레벨 조절도 가능하고, M/S 프로세싱도 지원해서 마스터링할 때 시간을 매우 절약할 수 있습니다.


Dangerous Music의 MASTER도 빼놓을 수 없는 중심 장비입니다.


그럼 컨버터 얘기가 나온 김에, ADC는 어떤 것을 쓰시나요?

ADC 시그널 패스도 두 개인데, 하나는 Eclipse 384이고, 다른 하나는 Burl Audio의 B2 Bomber ADC입니다.


Burl Audio는 미국에서 반응이 매우 좋은데, 작년에 한국에서 청음회를 했을 때 참가자들의 반응이 반반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트랜스포머 사운드가 좋다는 분도, 익숙하지 않은 사운드라서 잘 모르겠다는 분도 계셨어요. 실제 사용자로서, Pro Tools HD와 같은 한국의 스탠다드 장비와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Burl Audio가 한국에 수입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어요. 미국 포럼에서 매우 유명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수입이 시작되자마자 B2 Bomber를 구매해서 아마 제가 한국 1호 유저일겁니다. 이 장비는 인풋 게인값에 의한 새처레이션의 변화가 많은 장비라서, 처음 들었을 때 ‘우와 좋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해상도가 뛰어난 컨버터는 매우 많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Eclipse 384만 해도 굉장히 해상도가 좋고 유리처럼 투명하기 때문에 선택한 제품이었고요. 요즘에는 플러그인을 병행해서 작업하는 하이브리드 작업 방식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투명한 컨버터가 더 사용하기 편하고 결과물도 좋게 나옵니다. 그래서 Eclipse 384는 지금도 매우 애용하고 있는 1번 세팅이죠. 반면, Burl Audio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 흔치 않은 장비를 통해서 새로운 색감을 더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컨버터를 각각 거쳐서 뽑은 두 개의 최종 마스터를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드리는데, 보통 어쿠스틱한 느낌의 곡은 Burl Audio 쪽을, 어택이 빠른 음악일수록 Eclipse 384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딱 장르를 한정 지어 설명하기도 힘든 게, Burl Audio B2로 받은 힙합이나 EDM도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Burl Audio B2 Bomber는 특유의 새처레이션을 더해주어 듣기 편한 사운드를 만들어줍니다.


그렇다면, 어쿠스틱에는 Burl, 디지털 사운드에는 Eclipse라는 말씀인가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최근에 작업한 곡 중에서 TWICE의 “Heartshaker”는 Burl B2로 작업했고, 또 TWICE의 “Knock Knock”은 Eclipse 384로 작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청하의 앨범을 작업했는데, 타이틀곡은 댄스이지만 Burl로 했고, 발라드 곡은 Eclipse로 했습니다.

장르보다는 곡에 따라 어울리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 일단 양쪽을 비교해 들어보면 보컬이나 리듬의 위치 등, ‘이 음악에는 이 컨버터가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clipse 384 컨버터를 거친 Knock Knock은 비교적 쨍한 사운드인 반면, Burl B2 컨버터를 거친 Heartshaker는 조금 더 부드럽게 다듬어진 느낌입니다.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TWICE – Knock Knock                                                                                                                                          TWICE – Heartshaker


Burl B2로 작업한 청하의 Roller coaster도 함께 들어보세요.


청하 – Roller Coaster


허니버터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음악을 마스터링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다빈크의 왜 모르니의 사운드도 들어보세요. 이 곡은 어떤 컨버터를 이용해 마스터링했을까요?


다빈크 – 왜 모르니 (feat. 커먼그라운드)


클럭도 사용하고 계신데, 어떤 점이 좋아서 사용하시나요?

모든 휴대폰이 기지국에서 시간 정보를 받아 똑같은 시간을 보여주는 것처럼, 모든 장비가 똑같은 시간에 맞춰서 작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클럭입니다. 클럭이 있으면 디지털 장비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원래 디지털이 갖고 있는 사운드를 그대로 들려준다고 생각합니다. 클럭을 사용해서 사운드가 좋아진다기보다, 원래 소리에 더욱 가까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이죠.


오디오 인터페이스 내장형 클럭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인터널 클럭의 품질을 믿을 만 한지가 중요하죠. 좋은 클럭 제너레이터가 들어있는 고가의 인터페이스라면 인터널 클럭을 써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용 중인 OCX HD와 다른 클럭에 차이점이 있나요?

소닉코리아에 있을 때는 다른 클럭을 썼었는데, 인터널 클럭을 썼을 때와 큰 차이를 몰랐었습니다. 그래서 클럭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박혔는데, 그러다가 언젠가 OCX HD가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되길래 기어라운지에 데모를 요청하고 한 달 후에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꽂아보고 10분 만에 결제했습니다(웃음). 제 스튜디오 환경에서는 클럭의 유무에 따라 사운드 차이가 꽤 나는 편입니다. 없다고 해서 사운드가 나쁜 것은 아닌데, 연결하면 입자감이 매우 좋아졌다는 느낌이 확 듭니다. 저역대도 훨씬 더 내려가는 느낌이고요. 소리가 전체적으로 더 예쁘게 뽑히는 느낌이에요.


외부 클럭으로 사용하고 있는 Antelope Audio의 OCX HD


아까부터 모니터링 환경에 대해서 굉장히 강력하게 말씀하셨었죠. 마스터링은 아주 미세한 dB를 다루는 섬세한 분야라서 더욱 그러실 것 같은데, 룸과 모니터 이외에 또 모니터링 환경을 위해서 투자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RR-777이라는 제품을 쓰고 있는데요, 저 제품이 너무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제품이라서 우선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접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스튜디오에 방문하셔서 A/B 테스트해보셔도 됩니다. 솔직히 제가 봐도, 안 들어보면 미신이다, 사이비다, 말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일반인이 들어도 확연히 티가 날 정도로 사운드가 달라지거든요.

제가 이 제품을 알게 된 지 10년, 사용한 지 1년 정도 됐습니다. 그냥 알고만 있다가, 작년 하이파이 쇼에서 이 제품을 발견하고 꼭 A/B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듣게 되었는데, 한 번 딱 듣자마자 서슴없이 바로 구매했습니다.

이 제품은 7.83Hz의 저주파를 내서 방 안의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해준다는 것이 기본 콘셉트입니다. 저는 항상 1년 내내 24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기가 다르고 습도가 다르면 같은 음악이라도 다르게 들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RR-777을 사용하고 있으면 공기나 습도에 구애받지 않고 주파수의 직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느낍니다. 처음에 스튜디오를 꾸렸을 때는 이 제품이 없었는데, 설치하고 나니 이미지가 싹 다 정리가 됐습니다. 말도 안 되는데 실제로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주파수를 컨디셔닝해주는 것 같아요.

원래는 의료기기에서 시작된 제품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한 오디오 마니아가 병에 걸려서 중환자실에서 쓰는 의료 장비를 오디오 룸에 가지고 들어가니 갑자기 사운드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장비만 분리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실체는 있는데 원리가 없는 상태로 십여 년을 판매해 온 것이죠. 그래서 논란만 계속 커져 왔던 제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Acoustic Revive의 RR-777을 스튜디오의 정중앙 스크린 하단에 놓아 방 전체의 어쿠스틱을 정리해줍니다.


Acoustic Revive의 RWL-3과 RR-777을 설치하며 A/B 테스트를 진행하는 아래 동영상에서 그 차이를 들어보세요.



Acoustic Revive는 원래 케이블 브랜드로 유명하잖아요?

네, 저도 쓰고 있습니다. DAC에서 암피온 앰프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케이블을 Acoustic Revive 제품으로 쓰고 있습니다. 번들로 제공되던 다른 케이블과 비교해보면 입자감과 힘, 공간감 등이 확연히 달라요. 그리고 Dangerous Music MASTER의 아웃풋 1번에서 Eclipse 384 A/D로도 연결해서 음원을 받고 있는데, 다른 케이블을 썼을 때와는 그 느낌과 힘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케이블이 음질에 얼마나 변화를 주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는데, Acoustic Revive의 케이블은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Acoustic Revive의 컨덕터는 굵은 단선 구조입니다. 일반 케이블이 가는 선을 여러 가닥 꼬아서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죠. 굵은 단선으로 된 케이블은 저항값이 적기 때문에 누구든지 들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저항이 낮으니 신호가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소리의 원형을 지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케이블의 바깥면으로 고역대가 지난다고 이야기하는데, 가는 선이 꼬여 있는 구조에서는 컨덕터 바깥면의 접점이 많아서 신호 간섭도 일어나기 쉽고요. 그런데 케이블이라는 것이, 해상도가 떨어지는 스피커에서는 들어봤자 차이를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좋은 환경에서 들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가 있습니다.


케이블도 장비와의 궁합이 있나요?

저는 케이블 매칭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블도 lo-fi, hi-fi와 같은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lo-fi한 장비에 똑같은 성향의 케이블을 쓰면 그 성향이 배가되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반대 성향의 케이블을 쓰면 서로 보완이 되면서 밸런스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coustic Revive처럼 소리의 원형을 지켜준다고 하는 케이블은 어느 장비에나 써도 상관이 없겠네요? 그런데 왜 한 군데에만 사용하고 계신가요?

모든 케이블을 다 Acoustic Revive 제품으로 바꾸면 너무 좋죠. 그런데 가격 문제 때문에……(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다시 한번 스피커에 대해서 강조하고 싶네요. 많은 분이 어떤 스피커가 좋은 스피커냐고 물어보세요. 그런데 스피커라는 것은 굉장히 상대적이라서, 저한테는 굉장히 예쁘게 들려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스피커든지 자신과의 음악적 성향이 잘 맞고 자신이 핸들링하기 좋은 스피커가 좋은 스피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 70% 이상의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제품은 명기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자신과 명기가 잘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항상 들어보고 구매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구매 전에 아무래도 스피커의 사양을 보게 될 텐데, 숫자에 구애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200마력의 자동차라 해도, 스포츠카와 트럭은 용도가 전혀 다르잖아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실제로 들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서 남의 말 듣고 리뷰만 읽고 선택하지 말고, 무조건 룸 컨디션이 좋은 곳에 설치된 실물을 꼭 들어보고 사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레퍼런스 트랙을 항상 가지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에 친절히 응해주신 박정언 실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엔지니어와의 인터뷰를 준비해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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