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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크라잉넛과의 새로운 합작앨범 ’96’으로 돌아온 노브레인

2019.12.24. Artists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른 크라잉넛과의 합작앨범 ’96’을 발표하며 인디록과 펑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노브레인



크라잉넛과의 새로운 스플릿 앨범 ’96’ 발매와 함께 미국에서의 레코딩을 앞두고 있는 노브레인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의 앨범 작업에 대한 이야기와 근황, 계획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이 신보는 각각의 밴드가 서로의 곡 네 곡씩 리메이크하였으며 1곡의 공동참여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셀프 프로듀싱 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해준 노브레인의 멤버는 프로듀서이자 드러머인 황현성, 기타리스트 보보, 베이시스트 뽀글이입니다.


Gearlounge (이하 GL로 표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노브레인: 반갑습니다.


크라잉 넛과 노브레인 최초의 협력 작업 결과물인 앨범 ’96′


GL: 이번 신보인 ’96’ 잘 들었습니다. 아주 색다른 앨범이었어요.

노브레인: 좋게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BS ‘공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합동 무대를 하게 되었는데, 그냥 일회성으로 끝내기 아쉬운 마음이 너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크라잉넛과 함께 이 이야기가 시작되어 서로의 곡을 바꿔 불러보는 스플릿 앨범을 만드는 것으로 결론이 난 거죠. 그 후부터 본격적으로 각 밴드가 셀프 프로듀싱으로 자신의 곡들을 작업해와 하나의 앨범으로 모아졌습니다. 물론 각자의 리메이크 곡들뿐 아니라 두 밴드가 함께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신곡도 함께 작업했습니다. 


렛츠락 페스티벌(Let’s Rock Festival, 2014.9.20-21)의 노브레인과 크라잉 넛의 합동 무대


“누가 들어도 이 기타는 제가 연주한 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저만의 톤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GL: 보컬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여기 세 분이 연주를 하고 녹음을 진행했을 텐데요. 우선 각자의 장비를 간략하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보보: 메인 기타로는 Gibson의 SG Special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앰프는 Marshall JCM을 사용하고 디스토션 사운드도 앰프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펙트 페달로는 Boss 옥타브, Moollon 트레몰로, Darkglass의 듀얼리티 퍼즈 등을 사용하고 있어요

뽀글이: 메인 기타는 Fender Precision, 앰프는 Ampeg을 선호하구요, Darkglass의 프리와 퍼즈 페달, Sans amp의 프리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GL: 레코딩이나 라이브에서 톤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는 어떤 것들입니까?

보보: 저는 가장 정통적인 마샬의 사운드를 좋아합니다. 거기에 보컬과의 하모니라고 할까요. 기타가 메인이 된다기보다는 헤비함을 가진 질감을 살리는 것이 보컬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가 들어도 이 기타는 보보가 연주한 거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저만의 시그내처 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기타 사운드의 이퀄라이저는 V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즉, 중음대역보다는 저역과 고역을 강조한 전형적인 헤비한 톤 메이킹이죠. SG는 스페셜과 스탠다드 두 모델이 있는데, 그 중 스페셜을 사용하는 이유도 저의 성향때문입니다. 스탠다드가 빈티지 사운드에 좀 더 최적이라면, 스페셜이 조금 더 모던하고 강한 사운드에 더 잘 맞죠.

뽀글이: 저는 레코딩과 라이브 상황을 구별해서 톤을 만들고 있습니다. 레코딩에서는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풀레인지를 모두 살려두려고 하고 있고, 라이브에서는 저음부에 중점을 두어 보컬을 살리면서 저음역대를 더욱 헤비하게 만들고 있어요.


“유행하는 사운드나 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어요.”


GL: 자신의 기타 톤을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보보: 원래 평상시에 제가 즐겨듣는 음악은 빈티지 스타일의 음악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타를 연주하는 노브레인이란 밴드는 모던한 톤의 아주 시원한 사운드를 내고 있습니다. 그건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같은 거죠 (ㅋㅋㅋ) 저는 록 음악이라고 해서 기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하면 보컬과 잘 어울리면서도 제가 원하는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기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뽀글이: 제 베이스 기타 톤은요. 음 별로에요. ㅋㅋ 저 역시도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베이스 톤은 Red Hot Chili Peppers의 베이시스트 Flea의 톤이에요. 노브레인과는 전혀 다른 톤이죠. 저도 늘 저만의 톤을 만들기 위해 저만의 사운드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행하는 사운드나 톤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어요. 이펙터 욕심도 많아서 여러가지로 실험을 해보고 사용해보면서 플리와는 다른, 저만의 톤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GL: 이번 앨범에서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로서 자신이 가장 만족하는 톤이 나타나는 곡은 무엇입니까?

보보: 저는 ‘비둘기’의 기타 사운드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그동안 퍼즈를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 곡에서 퍼즈를 본격적으로 사용해보게 되었어요. Kemper로 가장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고 여기에 퍼즈 이펙트 페달을 같이 물려 사용했죠.

황현성: 여기에서 우연히 발견하게된 Kemper의 놀라운 기능중의 하나는 Kemper의 Gate 노브에요. 원래 퍼즈를 과도하게 걸어놓으면 피드백과 하울링, 하모닉스가 생겨서 여음이 계속 발생하잖아요. 보보가 기타를 연주하는 중에 우연히 제가 Kemper의 Gate 노브를 돌려봤는데, 이게 아주 독특한 이펙트로 작용하더군요. 퍼지한 서스테인이 스텝 시퀀싱한 것처럼 딱딱 끊기기도 하고 피드백의 피치가 변하기도 하구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앨범의 녹음때 이 노브를 실제로 돌려가며 레코딩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빨리 끝낼 수 있었죠.

뽀글이: 저는 ‘룩셈부르크’가 좋아요. 베이스도 모두 Kemper로 녹음했는데, 사실 그동안 스튜디오에서도 앰프 마이킹과 DI로 받은 소스를 블렌딩해서 사용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앰프 마이킹으로 하는 편이었는데, 실제 만든 톤과 녹음되는 사운드가 너무 달라서 밴드의 멤버로는 곡 자체에는 만족해도 베이시스트의 입장에서는 톤이 썩 마음에 든다는 느낌은 적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Kemper를 사용하고부터는 그런 걱정이 정말, 정말로 완전히 사라졌어요. 지금 Kemper로 릭을 로딩해놓고 아날로그 앰프와 똑같은 과정으로 내 톤을 만들면, 그 소리가 그대로 녹음이 돼서 앨범에 실리는 거니까요.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Vovo와 뽀글이


GL: 그럼 이 앨범의 모든 기타와 베이스는 Kemper로 녹음을 한 것입니까?

노브레인: 네, 100%입니다. 

황현성: 아까 말씀드린 ‘비둘기’처럼 Kemper와 페달 이펙트를 연결해서 Kemper 사운드에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페달 이펙트를 더한 경우도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모든 파트는 Kemper로 만드는 편이 우리에게 훨씬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줬고, 그 결과물에도 모든 멤버들이 동의할만한 수준이었죠.


“Kemper는 기타리스트인 보보가 가장 의심스러워 했지만, 지금은 Kemper 유저가 되었습니다.”


GL: Kemper 앰프에 대해 알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황현성: 일단, 그동안의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은 분명히 장점도 있지만, 저희 같은 밴드에게는 시간, 공간, 커뮤니케이션의 제약이 꽤 있었어요.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싶은데, 제작비의 측면으로 봐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레코딩이 진행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죠. 그런 상황에서 음악적인 욕심을 더 내게 되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게 되고 결과물을 희생해야 되는 경우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밴드 내부에서 프로덕션을 할 수 있고, 욕심에 따른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프로듀싱을 함께 한 스탭이 이 Kemper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처음으로 이런 장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죠. 기타릭이나 P.O.D 등은 워낙 유명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사용해보고 나서는 실제 앰프 마이킹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느꼈죠. 그래서 Kemper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노브레인의 작업실에서 Kemper로 기타 레코딩을 하고 있는 Vovo와 황현성


GL: 그럼 직접 레코딩에 사용해보니 어떤 장단점이 있었나요?

황현성: 우선, 제가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실제 앰프를 마이킹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사운드를 만들거나 레코딩할 수 있는 장비 중에서 Kemper가 가장 많은 하모닉스가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기타 앰프 바로 앞에서 기타를 연주할 때 생기는 하울링도 만들 수 있어요. 실제 아날로그 앰프의 아주 두텁고 거친 사운드와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처음 작업실로 Kemper를 가져와서 기본으로 깔려있는 릭을 차례차례 들어봤을 때, 모든 멤버가 입이 떡 벌어졌을 정도였어요. 기타리스트인 보보가 가장 미심쩍어했는데, 지금은 Kemper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ㅎㅎ

보보: 이제 앞으로는 모든 레코딩과 라이브에 Kemper를 사용할 겁니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모든 장비 중에 Kemper만큼 저에게 자유도와 확실한 사운드를 만들어 주는 장비가 없었어요. 게다가 프로파일링 앰프이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앰프를 그대로 복제해서 Kemper에 넣어둘 수 있는 장점도 있죠. 피킹 어택의 강도도 조절할 수 있을 만큼 더 파고들어 갈수록 더 세밀한 세팅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노브레인이 미국에서 레코딩을 하게 되었어요. 관계자에게 전해 들은 말로는 우리가 녹음할 스튜디오에 엄청난 빈티지 마샬앰프가 있다고 해서 아주 기대 중인데요. Kemper를 가져가서 그 앰프를 프로파일링해서 제 Kemper에 넣어가지고 올 생각에 아주 흐뭇합니다.


Kemper를 테스트하고 있는 Vovo, 뽀글이, 황현성


단점이라면, 글쎄요… 굳이 들어야 한다면, 너무 좋은 프리셋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어떤 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리셋만 딱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지워서 사용한다고도 하더라구요. 전문 레코딩 세션 기타리스트는 여러 가지 톤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저는 밴드의 기타리스트기 때문에 그렇게 폭넓은 톤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저도 그렇게 사용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일단 이런 ‘판단해야 하는’ 문제에 도달했을 때는 역시 녹음하려는 그 노래의 색깔을 정해놓고 기타를 거기에 맞추는 방법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앰프의 종류를 하나로 한정하고 그 앰프에서 여러 가지 베리에이션을 만들어놓고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에요.


“아날로그 앰프처럼 톤을 만져놓고 녹음해보고 모니터하면 바로 그 사운드가 앨범에 들어가는 사운드가 됩니다.”


뽀글이: 일단 제가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레코딩 시간의 단축이에요. Kemper에 제가 가진 여러 이펙트를 함께 쓰는 것이 일반 베이스 앰프와 차이가 없어서 그런 컴비네이션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베이스가 톤을 잡기도, 소스를 녹음하기도 기타에 비해 더 어려운 파트잖아요.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앰프를 바꾸거나 마이크 종류를 바꾸고 마이킹의 위치를 바꾸는 일은 사실 시간이 꽤 필요한 일이거든요. 물론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분들과 직원분들이 전담하시지만, 그 사이에 연주자는 사실 지치고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비되기도 하거든요. Kemper는 그런 일이 전혀 없습니다. 밴드가 곡을 완성하고 연습이 제대로 되어있다면 두 세번의 테이크만 받아도 더 녹음할 필요가 없어요. 단지 그 사이에 일어나는 전통적인 레코딩의 과정에 필요한 단계에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런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간을 사운드를 만지고 실험해보고 멤버들과 상의해가는 시간으로 사용을 하고 제대로 마음에 드는 톤이 나오면 바로 녹음해보고, 모니터해보고, 사운드를 바꿔보고 다시 녹음하고, 오케이. 이런 과정이 바로바로 레코딩으로 나온다는 것이 가장 좋아요. 실제로 이번 앨범의 베이스 레코딩은 정말, 정말 금방 끝냈습니다. 지금껏 최단기록이에요


인터뷰 중, 주문한 Kemper Powerhead를 배송받고 환호하는 정신병자 Vovo


GL: 그럼 이제 기타와 베이스 등의 특정 악기 파트를 떠나 전체적인 사운드와 믹싱 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 합니다. 실질적으로 드러머인 황현성 씨가 프로듀싱을 하셨는데, 장비 셋업은 어떻습니까?

황현성: 이 앨범 작업 전까지는 2011 맥북 프로 17’에 아포지 로제타200에 FireWire 옵션을 추가해서 사용해오고 있었어요. 모니터는 맥키HR 8’에 SPL 모니터 컨트롤러를 같이 쓰는, 아주 컴팩트한 세팅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보다 장비가 더 많았었는데, 그 당시에는 플러그인을 절대 믿지 않았어요. 그래서 장비를 많이 샀던 거죠. 그런데 플러그인이 점점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장비를 다 처분했어요. 그런데 그 후에도 제대로 플러그인을 활용하진 못했어요 ㅎㅎ

그러던 중에 이번 ’96’ 앨범 작업을 하게 되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래서 주변에 많이 조언을 듣게 되면서 UAD-2로만 작업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다음 날 Apollo Twin을 구입했죠. 지금 제 작업실 세팅은 컴퓨터, 아폴로 트윈, 스피커. 이게 전부입니다. 앞으로도 어떤 큰 필요가 없는 이상 이 셋업으로 작업할 생각이에요.


GL: 그럼, 이제 선호하는 레코딩 세팅의 개념이 바뀐 거네요?

황현성: 네,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제는 내부의 프로세싱 파워를 극대화시켜보자는 생각이에요. 최소한의 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외부의 프로세싱이 필요한 마스터링같은 작업은 외부 전문 스튜디오에서 해결하면 되니까요.


앨범 작업때 벌어진 공포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황현성


GL: 노브레인의 곡작업, 워크플로우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황현성: 일단 우리는 밴드라서, 합주가 가장 먼저입니다. 두세 달 정도 합주를 하며 곡을 완성해가는 거죠. 각자 곡들을 만들어 오는데 그걸 들어보고 다른 멤버들 중에 그 곡을 마음에 들어 하는 멤버가 곡의 완성을 책임져오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에게 합주실은 싸우는 장소에요.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할 때는 이미 그 곡의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는 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곡이나 사운드, 편곡에 대한 견해차이는 합주하는 과정에서 모두 조정돼야 하는 거죠.


“모든 트랙에 Apollo Twin의 Unison Pre를 사용했습니다.”


GL: 이번 앨범 작업에서 아폴로 트윈을 어떻게 사용했나요?

황현성: 아폴로의 유니즌 프리가 사실, 너무 좋아서요. 트랙킹에서 모든 트랙에 다 사용했어요. 저는 API 프리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구요. 소리에 두께감을 주는 것 이외에도 트랙킹 상황에서도 믹싱을 염두에 두고 일정 부분 이상으로 톤을 만들어 놓는 방식으로 사용해봤어요. Kemper로 받은 소리를 API로 한 번 더 소리를 만지기도 했구요. 믹스때는 컴프레서를 많이 사용했죠. LA-2A, 1176, SSL 버스 컴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 같아요.


노브레인의 세 멤버와 함께 프로듀싱을 도와준 인부 한 명

GL: UAD-2를 처음 사용하면서 앨범 작업을 했는데, 어땠나요?

황현성: 일단, UAD를 굉장히 능숙하게 다루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플러그인을 배워가면서 동시에 프로세싱에 대한 실험을 함께 해야 했던 프로젝트였어요.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서라도 결과물이 꽤 인상적이어서 향후에도 UAD를 계속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런 프로세스들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있는 상태로 음악적인 사운드 실험을 해 볼 수 있겠죠. 이번 앨범의 예를 들면, 보컬은 더블링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기에 코러스로 공간감이나 정위감을 미세하게 살리는 식이었습니다. 전체의 보컬 체인 역시 공간감과 프로세싱은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묻어날 수 있도록 리버브, 딜레이, 이큐 등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작업하게 된 이유는, 제가 UAD를 처음 사용해보는 것이라, 무작정 덤벼들 수가 없었어요,ㅎㅎ. 그래서 uaudio.com에 올라온 작업기들을 아주 많이 참고했어요. 지금도 제 작업실 책상에 그것들을 프린트해놓은 종이 뭉치가 쌓여있죠. Pultec EQ를 전반적으로 많이 사용했고, 버스 부분에는 EMT250, 딜레이는 아주 조금만 사용했어요. 사이드체인을 걸어서 보컬이 안 나오는 부분에는 리버브 테일을 만들기도 하구요, Roland Chorus도 아주 괜찮아서 버스 부분에 아주 약간씩 걸기도 했어요.

이렇게 UAD는 제가 사용해본 많은 플러그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간편하고 사용자 편의를 위한 인터페이스, 이런 거 전혀 없구요. ㅎㅎ 하드웨어 아웃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정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 될까요.


GL: 이번 앨범 작업하는 동안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황현성: 프로툴로 믹스를 처음 시작할 때 트랙 정리를 하고 있었어요. 무려 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완전히 몰두했죠. 그쯤 되면 귀도 이상해지고 정신도 혼미해지고 뭐 그렇잖아요. 그래서 이젠 잠깐 쉬자 하는 마음에 같이 작업을 하던 코-프로듀서하고 잠시 작업실 밖에서 담배를 피웠어요. 그 짧은 시간 동안 밖에 나갔다 다시 들어와 보니 정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모든 트랙의 인서트 단에 걸려있던 모든 것이 다 사라진 거에요. 버스, 억스 채널 모두 다요. 와, 정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일단 원인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이 앨범 프로젝트 자체가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만 발매일을 맞출 수 있는 상황에서 거의 며칠 동안은 밤을 샐 각오를 하고 엄청난 집중도로 해놓았던 작업인데 일단 내 눈앞에서 모든 게 사라진 거잖아요. 그 심정은 정말… 그런데 또 한 번 놀란 건 말이죠.

사람이라는 게 어떤 위기나 극한의 상황에서 능력을 얼마나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목격한 거죠. 같이 작업했던 코프로듀서가 원기옥을 끌어모으는 듯한 표정으로 모든 트랙, 모든 채널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뭐를 인서트에 걸어놓았는지 기억해내기 시작한 거죠. 정말이에요. 물론, 그 각각의 플러그인 세팅까지 다시 리콜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어요. 일단 무엇무엇이 걸려있었는지만 알면 그것만 해도 다시 복구하기가 엄청나게 수월해지니까요. 그렇게 마치 이전부터 외워 놓았던 것처럼 한 트랙 한 트랙을 다시 살려놓았죠. 아마 20분이 걸리지 않았을 거에요. 물론,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가 사용한 플러그인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정말 그 당시엔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어요. 

그 사건 이후로 왠지 프로툴을 사용하기가 싫어지는 거에요. 물론, 저는 노브레인 외에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같은 스코어링 음악도 하고 있어서 그 업계의 특성상 프로툴을 쓰게 되겠지만, 노브레인의 작업은 그냥 로직으로 계속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UAD의 API Unison Pre를 사용해 저음역의 손실없이 디스토션 사운드의 질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GL: 이 앨범에서 가장 만족하는 작업은 어떤 곡인가요?

황현성: 저는 ‘비둘기’라는 곡이에요. 일단 이 곡에 대한 애정이 이미 있었어요. 원곡을 들었을 때 정말 감동받았었죠. 크라잉넛과 함께 EBS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할 때 같이 이 곡을 연주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크라잉넛의 원곡을 함께 연주한 거였거든요. 그때, 이 곡을 노브레인 스타일로 바꿔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린 누군가 어떤 곡에 꽂힌 사람이 나머지를 책임져온다고 했던 것처럼, 이 곡을 도입부를 성가처럼 시작하고 나중에는 강력한 퍼즈사운드로 하고..이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했죠. 제가 성당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좋아하기도 해요. 실제로 성당에서 녹음해보고 싶지만, 제약이 있잖아요. 그래서 UAD DreamVerb에 성당 프리셋이 있더라구요. 그걸 그대로 사용했어요. 

그리고 일단 이 곡이 보컬이 제일 잘되기도 해서 보컬 믹스할 때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물론 이만큼 애정이 있던 곡이라서 공들인 만큼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운 부분도 있죠. 그리고 그동안 노브레인은 디스토션이 주를 이루던 기타 사운드였는데 이 곡에서 처음으로 퍼즈 사운드를 시도해봤어요. Kemper에서 5150 앰프를 선택해서 듀얼리티 퍼즈 페달과 함께 연결해 피드백이 일그러지는 뉘앙스를 만들ㅋ기도 했죠. 아까 말씀드린 Kemper의 게이트에 대한 에피소드가 이 곡 ‘비둘기’를 작업하다 우연히 발견한 거죠. 게이트를 이미 프로세싱해놓은 상태도 아니었고 DAW나 외부의 게이트도 전혀 없습니다. Kemper의 내장 게이트만을 사용해 그런 이펙팅을 만들게 된 건데, 앞으로도 이렇게 작업을 하는 도중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수 있는 이런 장점을 계속 활용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룩셈부르크’도 마음에 드는 곡이에요. 베이스 기타를 아주 극단적인 세팅으로 만들었고 Apollo Twin의 유니즌 프리에서 API로 이큐잉을 했죠. 이런 방식으로 소스를 받아보니까 저음역의 손실이 없는 상태에서 디스토션 사운드의 질감도 그대로 살릴 수 있었어요. 베이스는 Kemper와 이펙트 페달을 함께 연결해서 비둘기를 첫날 녹음했었는데요, 그 이후에는 Kemper에 내장된 이펙터만 사용했어요.


GL: 이 앨범 이전의, 예전 앨범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브레인의 곡은 어떤 것들이죠?

보보: 저는 6집의 ‘회복불능’이란 곡을 좋아해요. 가사의 메세지도 마음에 들고, 이 곡이 노브레인에서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 노래보다 연주가 약간 메인이 되는 곡이에요. 노브레인은 라이브에서 관객과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하는 밴드에요. 그래서, 이 곡은 자주 연주하는 곡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뽀글이: 저는 6집 수록곡인 ‘노웨이’라는 곡이에요. 곡이 아주 짧은데, 화끈하고 시원하게 몰아치고 금방 끝나버리는 스타일이에요. 전 이런 게 좋더라구요 ㅎㅎ

황현성: 저는 6집의 굼뱅이, 엄마 이 세상이 무서워요. 이 곡들은 아주 적당히 달리면서 적당히 헤비하고, 아주 막 오버하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아주 지극히 펑크적인 곡이에요. 


GL: 거리낌 없이 아주 솔직하게 대답해준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노브레인: 아마 곧 미국으로 레코딩을 하러 갈 계획이 잡혀있고,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좋은 작업 결과물을 가지고 앞으로도 늘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는 밴드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크라잉넛과 함께 만든 앨범 ’96’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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