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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장인 윤상과 이준오의 실험적인 도전, Nohys

2023.04.10. Artists

뮤지션 윤상, 이준오는 사운드의 공간감, 질감, 색깔, 온도, 정서까지 음악의 모든 요소들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디자인하여 자신만의 매력적인 음악 세계를 꾸준히 구축하고 있습니다.

윤상은 1991년 데뷔 이래로 수많은 앨범 활동 및 프로듀서 활동으로 자신만의 견고한 커리어를 다져왔으며, 신시사이저를 기반으로 완성된 음악과 그의 예술적 감각을 통해 전자 음악의 다양한 요소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운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준오는 Casker(캐스커)의 프로듀서 및 리더로서 일렉트로니카 씬의 초창기부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커리어를 확장하여 실험적인 사운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작업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그들은 'Nohys'라는 팀을 결성하게 되었으며, 지난 3월 9일,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멜로디, 일렉트로니카와 어쿠스틱 악기의 절묘한 조합으로 완성된 첫 정규 앨범 <ethic>이 발매되었습니다. 새로운 구성과 음악, 다채로운 사운드에서 끝없는 탐구를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을 기어라운지가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GL Interview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분 모두 과거 GL Interview에 참여해 주셨었는데, 이번엔 Nohys로 새롭게 찾아뵙게 되었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윤상: 반갑습니다. 한동안 방송 쪽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지만, 최근엔 드라마, 영화음악, OTT 콘텐츠 등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준오: 반갑습니다. 그간 앨범 작업을 하며 'Juuno'라는 예명으로 세 곡의 싱글을 발매했습니다. 현재는 영화와 드라마 등의 음악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왠지 저번 인터뷰때와 일상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네요. 


GL: 두 분이서 팀을 결성하시게 된 일화가 있나요?

윤상: 평소 팬으로서 막연하게 언젠가 준오 씨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 <Picaresque EP> 마스터링을 부탁받아 작업하던 중 지금이 그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준오 씨에게 의견을 묻게 되었습니다. 

이준오: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꽤 오래되었고 그간 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수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가 고민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간 해온 그 어떤 것과도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면 프로젝트의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어떠한 외부요인에도 속박되지 않는 완벽하게 자유로운 프로덕션'이라는 합의점을 찾았기에 앨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GL: Nohys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ethic>, '윤리'라는 흥미로운 앨범명을 채택하셨어요.

Nohys(윤상 & 이준오): 이건 사실은 말장난에 가까운데요(웃음). 팀 이름인 Nohys는 저희 영문 이름 Lee Junoh에서의 Noh, Yoon Sang에서의 YS를 가져와 붙인 것 입니다. Noise로 음독되는 일종의 워드플레이죠. 앨범 타이틀도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ethic>은 윤리라는 뜻이며, 저희 이름의 첫 글자를 가져온 것입니다. 결국 팀이름과 앨범 타이틀이 간단명료한 같은 의미인 거죠. 물론 뮤지션으로서의 윤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작업 기간 내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습니다. 


GL: 앨범을 들어보면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쉽게 찾아 들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돋보였습니다.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Nohys: 그렇게 들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단지 소리, 멜로디, 코드 혹은 영화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시작될 때가 많았습니다. 아주 짧은 부분이라도 서로가 메일이나 메시지를 통해 파일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GL: ‘Green Flower’, ‘부서진’, ‘Melting Point’는 이전 <#3>라는 이름의 싱글 컷으로 먼저 발매되었는데요, 싱글 선정 기준이 따로 있었나요?

Nohys: L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 독일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본으로 이전하다 보니 발매일정에 차질이 있었어요. 그때에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두었던 곡들을 먼저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GL: <#3>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준오: 곡이 세 개라서...

윤상: 네... 


GL: 두 분 모두 프로듀싱, 디렉팅, 프로젝트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일반적인 작업과 Nohys 앨범 작업에 차이가 있었다면 무엇이 있었나요?

이준오: 저 같은 경우에는 최근 수년간은 캐스커나 솔로보다 누군가의 컨펌을 필요로 하는 영화음악 작업의 비중이 더 높았습니다. 음악은 물론이고 때로는 사용하는 음색이나 악기들 역시 회의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서인지 Nohys 앨범을 작업하며 오랜만에 순수하게 음악과 소리를 즐기는 계기가 되어 즐거웠습니다. 

윤상: 준오 씨는 저와 비교했을 때 작업하는 에너지가 비교가 안될 만큼 빠르고 강력합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의 음악적 주도권은 최대한 준오 씨에게 맡기고 준오 씨의 트랙에 내가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GL: 개인 작업과 Nohys 앨범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셨나요?

Nohys: Nohys 작업은 마감 같은 제약이 없으니 언제든 하고 싶을 때 만들면 되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작업 기간은 길었지만 어렵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네요. 



GL: 앨범의 인트로 트랙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독특한 사운드의 조합으로 앨범의 콘셉트를 미리 알리는 느낌이었는데, 특히 처음 등장하는 피아노 시퀀스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이후 트랙에도 비슷한 시퀀스가 종종 등장합니다. 이런 유니크한 시퀀스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내셨나요?

Nohys: 피아노 소리는 아마도 teenage engineering /틴에이지 엔지니어링/ OP-1이었을 겁니다. 테이프처럼 녹음하고 재생 순서나 속도를 조절하는 유로랙 모듈에 OP-1을 연결하고 여러 모듈레이션을 거쳐 만든 패턴입니다. 클럭도 없고 MIDI가 아니니 당연히 퀀타이즈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DAW가 정해놓은 그리드와 무관한 템포와 박자를 가진 시퀀스들이 앨범 전체에 걸쳐 종종 등장합니다. 


GL: 앨범 곳곳에 스트링과 같은 클래식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팝 사운드와는 약간 다른 질감의 스트링이었습니다. 스트링 사운드는 어떻게 디자인하셨나요?

Nohys: 명확하게 현악기로 들리는 음들은 모두 실제 레코딩된 바이올린과 첼로입니다. 연주자들을 불러 작업실에서 직접 녹음했습니다. 그 외에 '스트링인가?'과 같은 의심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영화 작업 때 사용한 사운드 라이브러리 혹은 현악기가 아닌 다른 악기로 만든 사운드입니다. 신시사이저인 경우도 있고 활로 연주된 기타일 때도 있습니다. 일단 처음 레코딩된 것들은 오실레이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그 후에 어떤 가공을 거치냐에 따라 음색은 매우 다양하게 변합니다. 



GL: <ethic>의 매력은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절묘한 조화인 것 같습니다. 실제 라이브로 레코딩된 소스들의 비중이 어땠는지, 어떤 악기들이 사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준오: 수년 전부터 필드레코더를 들고 다니며 여행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녹음해 온 다양한 사운드를 많은 곳에 사용하였습니다. 곡에 따라 신시사이저 이상의 비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엔 e-bow로 연주된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목소리정도의 소스가 사용된 거 같습니다. 


GL: 피아노 또한 레코딩된 사운드를 기반으로 새롭게 시퀀싱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피아노는 어떠한 방식으로 작업하셨나요?

이준오: 피아노는 모두 컴퓨터를 통해 시퀀스 하였습니다. 윤상형이 벨로시티나 타이밍 등 미세함까지 집착하시는 타입이라 만족하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정했습니다. 몇몇 곡에는 세션 연주자가 다시 연주한 버전을 재편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GL: 라이브 레코딩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셨나요?

Nohys: 작업실에 마련해 놓은 마이크 세트업을 통해 진행하였습니다. Brauner /브라우너/ 마이크와 Chandler Limited /챈들러 리미티드/ tg-2, Teletronix LA-2A /텔레트로닉스 LA-2A/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그 두 장비로 대부분을 녹음했고 기타는 Kemper /캠퍼/, "부서진"의 보컬 파트는 외부 스튜디오(Sound Pool)에서 녹음했습니다. 



GL: ‘Apocalypse’의 경우 미니멀한 드럼, 부드러운 신스톤과 보코더 사운드가 돋보입니다. 특히 보코더 사운드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Apocalypse’의 보컬은 어떤 프로세싱을 거쳐 완성되었나요?

이준오: 보코더가 사용된 파트는 사실 인트로의 코드 패턴입니다. 드럼이 캐리어 역할을 해서 리듬패턴을 강조시켰습니다. 보컬에는 사실 꽤나 다양한 플러그인을 적용해 봤지만 가사의 발음, 특히 치찰음을 잘 들리게 하면서 변조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필터를 포함한 몇 개의 플러그인 조합으로 완성하였습니다. 윤상형이 믹스를 하며 또 추가적으로 수정한 부분도 많습니다. 다른 곡들의 보컬에는 또 다른 플러그인을 조합하여 사용했습니다. 


GL: 앨범 출시와 동시 픽셀플레넷과 함께 작업하신 ‘Apocalypse’는 마치 인간이 없어진 지구의 남은 로봇의 감정을 흥미롭게 표현해 주신 것 같습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어떠한 의미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Nohys: 완전히 멸망한 세상에서 단 하나 남은 로봇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달라 요청했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제작팀 분들의 아이디어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GL: 타이틀 ‘부서진’은 앨범에서 유일하게 보컬 퍼포먼스가 이끌어가는 형식을 가지고 있고 김은영 님과의 듀엣으로 완성된 음악입니다. '부서진'은 다른 곡들과는 다른 형식의 작업 과정을 거쳤을까요? 

윤상: 사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보컬 곡에는 모두 이펙트가 적용된 사운드를 넣고 싶었지만 준오 씨의 권유로 저의 보컬이 담긴 더욱 대중적인 포맷의 곡을 넣자는 의견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보이스를 가진 김은영 씨와의 듀엣곡으로 완성되었습니다. 


GL: '부서진'은 보컬이 이끌어가는 대중적인 포맷임에도 불구하고, 포티스헤드 스타일의 트립-합 사운드가 연상되는 음악입니다. 전체적인 앨범 작업에서 이러한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설정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Nohys: 앨범을 만드는 내내 사실 '대중성'이라는 단어조차 머릿속에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다만 저는(이준오) 오랫동안 좋아했던 윤상형의 보컬이 담긴 곡 하나는 꼭 수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사와 멜로디를 가진 곡이 만들어졌고 다른 수록곡과의 온도를 맞추다 보니 다소 낯선 사운드가 개입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곡은 사실 드럼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는데 드럼만 들으면 말씀하신 포티스헤드 같은 시대적인 비트감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뭐 언제나 최고죠. 



GL: 어쿠스틱 및 전자 악기의 조화가 가장 주된 흐름이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신스 조합도 매력적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Plot'의 경우 멋진 808 베이스 라인에 몽환적인 앰비언트 사운드를 더한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여러 가지 스타일의 사운드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합니다.

이준오: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특정 장르의 음악을 만든다는 전제를 애초에 갖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Plot의 드럼은 모듈러 시스템을 통해 랜덤하게 트리거 된 노트를 편집한 것인데 갑작스럽게 "808을 넣어볼까?"한 것입니다. 저는 제 음악에도 808은 거의 쓰지 않지만 "아 몰라 그냥 넣어보자. 이상하면 빼고." 이런 식이 었습니다. "괜찮게 들리기만 하면 그건 괜찮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웃음) 

윤상: "괜찮게 들리기만 하면 그건 괜찮은 거다"라는 판단을 할 수 있기까지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결국 그건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을 통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GL: 앨범의 후반부인 ‘Sonnet’과 ‘Melting Point’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퀀스와 노이즈가 반복되는 음악인데도 특유의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전자 음악’은 디지털, 차가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따뜻한 사운드를 만드는 윤상 님과 이준오 님이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준오: 오가닉한 사운드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그런 듯합니다. 날카로운 신스 사운드를 그렇게 즐기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드는 소리도 다 그런 식이 된 거 같습니다. 특별하게 팁이라고 할만한 건 없지만 이번엔 테이프, 튜브, 기타 페달 등을 포함한 각종 새츄레이터, 아웃보드와 플러그인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해봤습니다. 'Melting Point'는 트랙마다 박자가 다릅니다. 각자 흘러가다 가끔 같은 자리에서 마주치는... 그런 음악입니다. 

윤상: 따뜻한 사운드의 팁은 사용하는 장비보다 프로듀서의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GL: 만약, '비밀무기' 같은 장비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준오: 요즘 같은 시대에 비밀무기 같은 게 따로 있을까요? (웃음) 둘 다 사용하는 툴을 감추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가 추천해 주는 장비를 따라 산 것들도 꽤 있습니다. 사실 형은 계속 Hydrasynth /하이드라신스/를 저에게 영업하고 있긴 한데... 

윤상: Hydrasynth는 Nohys 작업이 끝난 후 구입하여서... 다음 앨범에 기대해 주세요. 



GL: 윤상 님과 이준오 님은 빈티지 신스부터 모던 신스까지 다양한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는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룹 Nohys가 사운드를 디자인할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주고받는지 궁금합니다.

이준오: 최근 트렌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로우파이하고 유기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반적인 부분은 다른 분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저는 관리가 힘든 빈티지 신스를 별로 선호하지 않구요. 리듬이나 피치에서 좀 의외의 것을 제공하는 장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작업을 하면서 Max4Live /맥스4라이브/를 통한 랜덤적인 요소나 마이크로 피치, 신스에 적용하는 과도한 디튠 등에 매료된 부분이 있습니다. 신시사이저는 사실 12음계에 고정된 악기가 아니니까요. 

윤상: 그런 준오 씨의 선택을 존중하고 감탄하며 믹스할 수 있었습니다. 



GL: 특히, 지난 GL Interview를 통해 찾아뵈었을 때, 윤상 님과 이준오 님 작업실에 쌓여있는 수많은 악기와 장비들은 신스 팬들이라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 앨범에 가장 많이 사용된 악기나, 전체적인 앨범의 톤을 이끌어간 유닛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준오: Super 6 /슈퍼 6/, OB-6, Minimoog Voyager /미니무그 보야저/, 그리고 모듈러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플러그인은 사실 너무 많아서.. 습관처럼 UAD를 많이 썼지만 Melda Production /멜다 프로덕션/이나 Kelvgrand /클레브그랜드/의 플러그인들도 여럿 사용했습니다. 아웃보드는 늘 쓰는 G-Series Bus Compressor /G-시리즈 버스 컴프레서/이나.. 최근에 Phoenix Audio /피닉스 오디오/의 Nice DI /나이스 DI/라는 다이렉트 박스를 사용 중인데 어디에 써도 매력적인 결과를 보여줘서 좀 놀랐습니다. 트렌지언트 디자이너처럼 작동하는 이상한 녀석입니다. 

윤상: Octatrack /옥타트랙/과 Digitakt /디기탁/을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트랙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 부분은 2집에서 채워볼 욕심이 있습니다. (웃음) 이번 앨범에선 편의성 문제로 Model:Sample /모델:샘플/을 이용해서 오랜만에 머신으로 리듬 트랙을 만들어 보았고 믹스에 사용된 거의 모든 플러그인은 Universal Audio /유니버셜 오디오/의 플러그인이었습니다. 



GL: 하드웨어 신시사이저와 소프트웨어 신시사이저 중 어떤 것을 선호하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Nohys: 어떤 스타일의 선호하기보다는 작업 중인 음악에 어떤 악기가 더 잘 어울릴까의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장단점이 명확하고 취향의 영역으로 접어든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다만 신스 베이스는 여전히 거의 Moog /무그/를 사용합니다. 


GL: 디지털 신시사이저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차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이준오: 아날로그 신스만을 고집하는 주의는 절대 아니라서 특별한 견해는 없습니다. 각각의 장점이 분명하고 특히 서브트랙티브가 아닌 방식의 디지털 신스가 가진 매력은 매우 각별한 것 인지라, 많이 들어보고 살펴보고 취향에 맞는 걸 선택하면 될 듯합니다. 유튜브의 신스 리뷰 같은 건 둘 다 엄청 챙겨보거든요. 

윤상: 이제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모두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아날로그 신스가 컴퓨터 모니터에 GUI로 나타나던 시절만 해도 그 소리의 차이와 단점을 찾으려는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이제 모두의 장점만 생각하면 된다 생각합니다. 준오 씨 얘기처럼 디지털에서만 가능한 신시사이징도 아날로그의 로맨틱함 못지않은 매력이 충분합니다. 



GL: 최근 전자 음악씬에서 영상과 음악을 결합하여 독특한 퍼포먼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Nohys의 라이브 퍼포먼스 비디오에서도 스테이지 배경의 아트워크가 몰입도를 더했는데요,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시각적인 요소들은 리스너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준오: 음악에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앨범 작업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미디어 아티스트인 nsyme과 함께 비주얼에 대한 고민들을 했었습니다. 때로는 가사도 없고 멜로디도 흐릿해서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음악에 영상이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생각은 유튜브 영상용 비주얼이었고요. 퍼포먼스 자체는 제작사의 제안이 있어서 진행되었습니다. 

윤상: nsyme을 비롯해서 영상 관련 작업에 함께해 주신 분들 덕분에 처음 앨범을 기획할 때보다 훨씬 무게감이 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서진"에 출연해 준 신세휘 배우, 퍼포먼스 영상을 제작해 주신 감독 및 스텝 여러분, "Apocalypse"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준 픽셀플레넷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GL: 추후 어떤 라이브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Nohys: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인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또 다른 작업들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고, 공연보다는 신곡을 더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기도 합니다. 


GL: <ethic>의 믹스와 마스터링은 어떤 포인트로 중심으로 잡으셨나요?

윤상: 정답은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준오 씨의 트랙들을 내 취향대로 (혹은 멋대로) 만질 수 있다는 건, 평소 준오 씨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엄청난 특권이 되었죠. 제가 믹스한 결과를 듣고 준오 씨가 만족해하는 순간들이 엄청나게 긴장되고 또 그만큼 기쁜 순간들이었습니다. 

이준오: 작업 초기부터 믹스와 마스터링을 형이 하기로 했어서 더 자유롭게 이런저런 소리들을 쏟아내긴 했습니다. (웃음) 작곡부터 마스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형의 디테일에 끝없는 집착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겐 그저 영광이었죠. 



GL: 이번 앨범은 한정판으로 바이닐 버전도 함께 출시하셨습니다. 스트리밍 혹은 CD와 같은 조금 더 보편화된 플랫폼과는 다르게 바이닐을 통해 리스너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느낌, 메세지 혹은 사운드가 있으신가요? 

이준오: 저로서는 처음으로 바이닐로 앨범을 내는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바이닐을 구입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이라는 무형의 매체가 여전히 물리적으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레벨 문제로 테스트 프레싱을 세 번 정도 다시 진행하긴 했지만 그 또한 즐거운 기억입니다. 

윤상: 저도 거의 30년 만에 바이닐을 발매한 샘입니다. 디지털 시스템으로 작업하고 전자 악기로 가득한 Nohys의 음악이 바이닐 위에 물리적인 굴곡을 만들고, 턴테이블의 바늘을 통해 아날로그로 플레이되는 과정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입니다. 바이닐은 사용하는 장비에 따라 소리에 많이 차이가 있고 그 부분이 리스너들의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GL: 크레딧을 읽어보면 윤상님이 직접 바이닐 마스터링을 진행하신 걸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바이닐 마스터링이나 믹싱에서 일반 앨범 작업과 차이가 있었다면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윤상: 제가 전문가는 아니기에 고민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이런저런 칼럼을 찾아보았고, 정규 2집까지 바이닐로 발매했던 저의 예전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하였습니다. 스트리밍용 음원과 가장 큰 차이는 음압에 관한 부분이었고 음원 주파수의 로우엔드와 하이엔드 역시 상대적으로 폭을 줄여 마스터링 하였습니다. 


GL: 코로나를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바이닐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고 최근엔 35년 만에 CD 판매량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바이닐 문화의 활성화에 대한 윤상 님과 이준오 님의 의견이 궁급합니다.

윤상: 앞으로의 추이를 가름하는 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바이닐은 음악을 기록하는 가장 이상적인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하지만 유행과 관계없이 계속 존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준오: 음악을 손으로 만지는 경험은 언제나 행복한 것입니다. 



GL: 직접 소리를 선택하고 합성해야 하는 악기의 구조상, 신시사이저는 많은 뮤지션들이 입문하기 어려워하는 악기 중 하나입니다. 신서시스에 입문하길 원하는 뮤지션들에게 팁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준오: 사실 구조적으로 신스는 종류에 따라 그리 큰 차이가 있지 않습니다만 복잡한 기능을 가진 악기의 프리셋이나 샘플팩만 사용하다 보면 발전이 어려운 거 같아요. 길을 잃어버린다고 해야 하나... UI가 심플한 신시사이저부터 시작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일단 그것들에 익숙해지면 조금씩 복잡한 모듈레이션이 가능한 UI도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그러고 나면 팩토리 프리셋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용하는 방식도 달라질 겁니다.  

윤상: 취향에 따라 다른 문제죠. 신시사이징 자체를 즐긴다면 그 끝은 한계가 없고, 일반 대중음악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면, 예전과 비해 비교할 수 없는 양의 프리셋이 존재합니다. 좋은 소리를 고르는 것만으로 절반은 성공이고, 그다음 단계는 작가가 필요한 만큼 소리를 편집하는 정도로 충분히 트랙을 만들 수 있습니다. 



GL: 국내에서 앰비언트나 일렉트로-어쿠스틱 같은 장르들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몇몇 전자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본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시도를 이어오고 있고, 팝 음악에도 이런 장르적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향후 신스 기반의 장르나 작업 방식이 어떻게 흘러갈 거라 생각하시나요?

이준오: 네 저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을 꾸준히 등장하는데 반해 제반 상황은 왠지 더 나빠지는 느낌입니다만 어떻게든 돌파구가 생기겠죠. 한국의 주류 음악씬에도 여러 서브 장르적 요소들이 반영되어 더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윤상: 이젠 전자음악 제작의 접근성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는 것만큼 쉬워졌죠. 어떤 스타일일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편의성을 바탕으로 분명 지금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음악이 들려올 거라 기대합니다.  



GL: 국내 신시사이저, 전자 음악 문화의 발전 있어 윤상 님과 이준오 님은 중추적인 역할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추후 Nohys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장르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Nohys: 현재의 관심사를 이번 앨범을 통해 풀어놓았으니 다음엔 분명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GL: 현재 2개의 앨범과 다양한 라이브 퍼포먼스 및 뮤직 비디오를 선보이셨는데요, 그룹 Nohys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준오: 우선은 올해 완성해야 하는 영화와 드라마 등의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OTT를 통해 보시게 될 듯하구요. Nohys의 다음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나누고 있어요. 

윤상: 저도 음악감독으로 마무리할 OTT 프로젝트가 있지만. 준오 씨와 적당한 때에 DAWless 스타일의, 1집보다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2집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GL: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Nohys의 팬, 혹은 윤상 님과 이준오 님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나가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윤상: 음악을 사랑하는 만큼 꿈도 커져가길 응원합니다. 

이준오: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그리고 백업을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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