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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자신만의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력적인 사운드, 싱어송라이터 적재

2024.03.04. Artists

정재형, 박효신, 김동률, 아이유, 태연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기타 세션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적재는 2017년 발매한 “별 보러 가자”의 역주행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앨범을 비롯하여 샘김, 권진아, 르세라핌, 레드벨벳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기어라운지가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적재 님, GL Interview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재: 안녕하세요. 적재입니다. 항상 저의 작업 환경에 큰 도움을 주시는 기어라운지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GL: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적재: 지난 연말 공연 FAREWELL이 끝난 이후로 휴식 기간을 조금 가졌고, 이번 해가 저의 싱어송라이터 데뷔 10주년이 되는 연도이기도 해서 좋은 앨범 발매를 위해 곡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GL: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볼게요. 18세의 어린 나이에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입학하셨는데요.

적재: 시험공부 위주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자연스레 학교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방황하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자퇴하게 되었어요. 결정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던 것 같아요. 검정고시를 준비해서 합격하게 됐고, 마침 음대 입시 시기가 다가와서 경험 삼아 한 번 봐볼까? 했던 게 너무 운이 좋게도 덜컥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게 되어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GL: 중학교 밴드부 오디션에서 보컬로 오디션을 봤지만, 떨어지는 바람에 기타로 가입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적재: 보컬에 떨어졌었는지, 붙었는데 기타를 쳐보겠다고 한 건지 이제는 잘 기억나질 않습니다. (웃음) 중학교 밴드부니까 오디션은 사실 겉치레에 불과한 거였고, 그저 기타가 멋있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 처음으로 메탈리카, 머틀리 크루, 스키드로우, 레드 핫 칠리 패퍼스 같은 밴드 음악을 알게 되면서 록 스타를 꿈꿨던 때가 있었어요. 친구들과 시간 날 때마다 학교 합주실에서 합주하면서 시간 보내는 게 제일 즐거웠고 방학 때도 늘 잠긴 학교 문을 열고 들어가서 합주했던 기억이 나요.



GL: 지금의 적재가 있기 전, 세션 기타리스트 정재원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기타 세션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적재: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기, 선후배들을 통해 세션 연주를 할 기회가 꽤 있었어요. 당시에는 알려진 연주자가 아니었고 나이도 어려서 연주료는 아주 형편없었지만, 돈을 받으며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가슴 벅차고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단발성 오케스트라 안에서 연주도 해보고, 아는 선배의 조그만 작업실에서 기타 녹음하다가 완전히 망쳐서 우울해져 집에 돌아와서 자책하던 날도 있었고, 정말 닥치는 대로 다 했던 것 같아요.


GL: 수많은 아티스트의 세션에 참여하시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몇 가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적재: 정재형 형의 투어가 생각이 많이 나요. 기타와 반도네온, 스트링 퀄텟과 코러스로 이뤄진 밴드였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기타의 비중이 매우 컸는데요. 이 시기에 아티스트와 호흡하며 연주하는 방법이라던가, 연주에 감정을 실어 보는 연습도 많이 하고, 클릭이 없이 음악을 이끌어 가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김동률 형의 투어에서는 엄청난 인원과 공연마다 다른 컨디션 속에 정확하게 같은 연주를 요구하는 걸 해내는 것, 큰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들을 연습할 수 있었죠. 정말 운이 좋게도 언급 하지 않은 분들을 포함해서 제가 연주로 참여했던 아티스트마다 굉장히 뛰어나고 각각 색채가 뚜렷이 다른 음악을 하는 분들이어서 저도 어깨 너머로 많이 배우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GL: 아이유 밴드에서도 오랜 기간 활동하셨어요.

적재: 아이유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음악가로서의 자세와 음악가가 가져야 할 생각, 그리고 나와 함께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의 전반적인 삶의 자세 같은 것들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만 모인다고 하잖아요. 아이유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떠나 저도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어찌 됐든 음악을 하는 이유도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건데, 그 취지에 맞는 아주 소중한 시간을 보냈던 때라 지금도 굉장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GL: 기타 세션으로 활동할 때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지금의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적재: 세션으로 활동할 때는 본인의 만족, 일의 성과도 있지만 계속해서 나를 불러주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고, 점점 저의 평판이나 연주를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기도 했고요. 결국엔 일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싱어송라이터라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서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GL: 적재 님이 사용하는 장비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장비를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적재: 어떤 장비든 이곳저곳에서 정말 많이 써보고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져야 진가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잠깐 사용해 본 장비가 정말 좋게 느껴지더라도 공연장, 녹음실, 작업실, 음악의 장르나 볼륨, 그날의 기분 등에 따라 정말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저도 이제야 경험이 많이 쌓여서 제가 좋아하는 소리와 선호하지 않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도 명확하다고 얘기하긴 어려워요.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거든요. 본인의 지금 귀를 믿되 계속 의심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GL: 기타 사운드에서 기타만큼 중요한 것이 앰프입니다. 사용하시는 앰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적재: 현재 저의 최애 앰프는 LAZY J라는 브랜드의 J20이라는 앰프에요. 제 페달보드를 셋업 해주시는 대표님 통해서 알게 된 영국 개인 브랜드 앰프인데, 아주 예쁘고 작은 트위드 마감의 생김새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큰 볼륨과 거대한 저음부터 귀가 탁 트이는 고음역까지 아주 강력한 레인지를 갖고 있는 앰프에요. 클린 1채널 앰프인데 앰프 자체의 소리가 워낙 좋아서 박희준 대표님 공방에서 몇 번 연주해 보고 마음에 들어 직접 메일을 보내 오더해서 1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받았어요. 그 뒤로는 앰프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공연장에는 거의 가지고 다니려고 하고 있는데요 이 앰프를 쓰는 날과 안 쓰는 날의 톤 차이가 극명하거든요. 진공관 앰프이다 보니 컨디션에 좀 예민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이 앰프 없는 공연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 같아요.



GL: 최근에는 다양한 앰프 및 캐비닛 에뮬레이션 장비가 출시되었는데요. 이러한 에뮬레이션 장비와 오리지널 장비에 대한 본인의 견해와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적재: 개인적으로 Universal Audio /유니버설 오디오, UA/ 제품들을 너무 좋아해요. 지금 제 페달보드 WET 아웃 채널 마지막 단에도 UA의 UAFX Ruby ‘63 /UAFX 루비 ‘63/이 자리하고 있고요. 이 회사는 기타리스트가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들을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OX Amp Top Box /옥스 앰프 탑 박스/도 늘 작업실 한 켠에 제 앰프 헤드들과 함께할 준비를 하고 있고, 메인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Apollo /아폴로/ 제품들이고요. 한 때는 기타 레코딩용 출장 랙 케이스에 튜너와 스톰박스 그리고 UAD Apollo와 맥북 이렇게만 들고 다닌 적이 있을 정도로 저는 잘 만들어진 플러그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Kemper PROFILER /켐퍼 프로파일러/도 굉장히 오랫동안 사용한 장비입니다. 공간계 사용 방법이 아주 간단하면서도 소리가 확확 바뀌는 게 좋았어요. 빈티지 오리지널 장비들이 언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 채로 조마조마해하면서 쓰는 것 보다 잘 만들어진 최신 장비들을 듣기 좋게 잘 만져 사용하는 편이 저의 성향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GL: 다양한 Universal Audio 제품을 사용하시는데요. 본인만의 활용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적재: 한동안 레코딩 출장 장비에 UAD가 포함되어 있을 때는 Fender 55 Tweed Deluxe /펜더 55 트위드 디럭스/ 플러그인을 메인으로 사용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앰프 중에 가장 Fender 소리에 가까운 시뮬레이터라고 생각해요. 제 노래 중에 “나란 놈"의 곡 중간 기타 솔로가 나올 때 드럼 소리가 한쪽으로 빠지면서 룸 앰비언스 사운드로 바뀔 때, Ocean Way Studios /오션 웨이 스튜디오/ 플러그인을 사용했는데요. 한동안, 이 무거운 리버브 플러그인에 빠져서 거의 모든 악기에 다 걸어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NEVE 1073 /니브 1073/은 속옷 챙겨입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마이크 채널 프리 UNISON /유니즌/ 단에 무조건 걸어두고 시작하는 플러그인이고요.


GL: 세션 활동을 통한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부터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하시면서 적재 님만의 기타 톤메이킹 노하우가 있다면 공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적재: 많은 장비를 거치는 것보다 좋은 기타, 좋은 앰프 혹은 시뮬레이터를 쓰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것 같습니다. 좋은 드라이브 스톰박스를 쓰는 것보다 좋은 앰프 게인이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내주고요. 힘들게 트레블 미들 베이스를 만지는 것보다 좋은 출력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기타로 연주하는게 좋은 소리를 내줘요. 좋은 톤이라는 게 생각보다 멀지 않은데 가끔은 먼 곳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톤은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간단한 게 저도 아직 어렵긴 하더라고요.



GL: 2014년 발매한 정규 1집 <한마디>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셨죠. 그 당시에 어떤 감정으로 앨범 작업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적재: 그때는 정말 모든 게 처음이라 맨땅에 부딪혀보자는 심정이었어요. 지금 생각나는 건 ‘나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기타가 메인 악기가 아니어야겠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조금은 밸런스가 맞는 음악이 되겠다는 거였어요. 되는대로 곡과 가사를 써보고, 편곡과 악기 녹음은 자신 있어서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겪었던 것들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얘기한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어디까지 얘기하고 어디까지 은유해야 할지 그 선을 긋는 위치를 정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노래 녹음이 아무래도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어찌어찌 결국 완성은 됐던 것 같아요. 정말 말 그대로 어떻게든 되겠지? 가 첫 앨범으로 탄생한 것 같네요.


GL: 첫 앨범 이후로 세션 활동과 음반 활동을 꾸준히 병행하시던 중, 2017년 발매하신 첫 번째 EP 앨범 FINE의 "별 보러 가자"가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갑작스러운 반응에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반응이나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적재: 광고음악에 쓰이게 되면서 모두가 아는 노래가 되었는데요, 어디에서 너의 노래가 나오더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고, 여기저기 공연장, 방송국 등에서 연락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 정말로 내 노래가 유명해지기는 했구나! 신기하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는 계속해서 세션과 프로듀싱 작업도 병행하던 시기라 너무 바쁘게 시간을 보내던 때 였어서 내 노래가 유명해지니까 기분이 좋네!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간 것 같아요. 작업과 녹음이 끝도 없이 밀려있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GL: 적재 님의 곡들은 은은한 사랑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곡을 쓰실 때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적재: 주로 제가 겪었던 것들이나 생각하던 것들을 메모장에 적어놓고, 그때그때 잘 어울리겠다 하는 멜로디나 기타 연주가 떠오르면 잘 섞어보려 하는 편이에요. 가사 끼리 섞을 때도 있고, 전혀 다른 두 아이디어가 만나면서 좋은 시너지를 내어줄 때도 있거든요. 영감 자체는 저의 삶 주변에서 많이 얻지만,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상상이나 그때의 즉흥으로 이뤄지는 것들에서 많이 아이디어를 얻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나의 이야기이지만, 어느 정도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야 할까요. 


GL: "별 보러 가자" 외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타투", "Lullaby", "나랑 같이 걸을래", "서로의 서로"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이셨습니다.

적재: 감사하게도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 계시고, 함께 음악을 만드는 좋은 동료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타투"는 모노트리의 이주형 형과 함께 썼던 곡인데요. 후렴구에 “작게 새긴 타투 하나에 내 맘은 이미 푸른 바다에"라는 파트를 만들어 놓고 나머지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어 완성했고, 한참 불면증에 시달리던 때에 썼던 "Lullaby"는 멋진 스트링 편곡으로 언제나 저와 함께해주는 모노트리의 추대관 형의 도움이 있었어요. 

야간작업실 징글에 썼던 기타 리프를 끝까지 완성해 만든 "서로의 서로"는 팬 분들이 굉장히 좋아해 주는 노래에요. 드럼 작업에서 제가 생각한 그루브와 사운드가 좀처럼 완성되지 않았는데, 드러머 김은석 군이 멋지게 완성해 줬고,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멋진 작곡가 시몬 페트렌이 마법 같은 믹스로 영혼을 불어넣어 줬어요. 정말 기가 막힌 믹스라는게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혹시나 들어보지 못한 분이 계신다면 이 곡만큼은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GL: 르세라핌 "피어나", 레드벨벳 "풍경화" 프로듀싱에도 참여하셨는데요. 아이돌 곡인 만큼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어떤 결과물을 생각하고 곡을 썼는지 궁금합니다.

적재: 저에게 협업을 요청하는 작곡가 분들은 작업하는 곡에서 저의 냄새가 났으면 해서 요청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최대한 제가 부른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요. 또, 어느 작곡가랑 작업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르세라핌이나 허윤진 씨 작업했을 때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하게 있었고,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 13 형들의 작업 방식이 고민이 많은데도 그 고민이 딱 끝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그런 분들이셔서 오히려 작업하는데 너무 편안했어요. 모노트리형들과 작업도 많이 했는데요. 모노트리는 그냥 한 번 해볼까? 하고 하다 보면 제 노래가 나올 때도 있고, 외부 노래가 나올때도 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 차이점이 있고 또, 성향이 완전히 달라서 또 다른 편안함이 있거든요. “뭘 해도 좋으니까 아무거나 해보자”라는 분위기에서 오는 재미가 있는 거 같아요.


GL: 2022년, 정규 2집 <The LIGHT>를 발매하셨어요. 앨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적재: 한동안 말랑말랑하고 감성 있는 노래의 외부 프로젝트를 주로 작업하다가, 내 정규 앨범은 대중적이라는 포커스를 빼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로가 엄청 긴 노래도 있고 홀수 박자의 노래도 있고, 디스토션 막 나오는 노래도 있고, 발라드도 있고, 제가 느끼기에 더 음악적이고 기타 연주가 조금은 더 드러나는 느낌으로 작업을 이어나갔어요. 작업을 하면서도 제가 생각했을 때 곡에 잘 어울리는 요소를 그때그때 공을 들여가며 작업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Say"라는 곡은 드럼의 고스트 노트 하나하나까지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신경을 많이 써서 작업을 했고, ‘그대'라는 곡은 제 밴드에서 기타 치는 원석이한테 기타 반주 트랙을 전부 맡기고, 솔로랑 어쿠스틱 기타만 제가 녹음했더니 또 다른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딱히 무언가를 정해놓고 앨범을 만들지는 않은 것 같아요.



GL: 정규 2집 <The LIGHT>의 타이틀곡 "빛"은 빛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곡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게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적재: 날 밝혀주는 한 줄기 빛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며 쓴 노래에요. 2014년 발매한 옴니버스앨범 <bright #2>에 수록된 "View"라는 곡과 함께 "The Lights"라는 곡을 썼었고, 그 노래에서 파생되어 나온 노래가 "빛"이에요. 살아가면서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때는 누구나 있잖아요. 그럴 때 내가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한 줄기 빛이 보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써 내려간 노래였어요.


GL: <The LIGHT>는 LP로도 발매하셨는데요. 처음으로 LP를 발매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적재: 제 앨범을 바이닐로 발매한다는 자체가 새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바이닐을 많이 수집하고 턴테이블을 듣는 걸 좋아해요. 바이닐 사이즈의 아트워크도 정말 예쁘고요. 요즘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너무 많다 보니까 본인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이 앨범에서는 어떤 창구를 통해서 음악을 듣더라도 잘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어요. 사운드가 좋다고 느낄 때까지 믹스를 정말 많이 수정하면서 구종필 기사님도 힘들어하셨죠.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고 모니터링도 정말 많이 하면서 정말 제가 만족할 때까지 작업해서 만든 앨범입니다.



GL: 정확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좋은 사운드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것 같습니다.

적재: 네 맞아요. 현재 Amphion /암피온/ Two18 /투18/과 BaseTwo25 /베이스투25/ 조합을 굉장히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쿠스틱 악기 기반의 음악부터 서브가 강력하게 나오는 힙합 혹은 일렉트릭까지도 웬만하면 다 커버가 되는 스피커라서 제가 작업하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아주 냉정하게 모니터할 수 있게 해주는 어찌 보면 저에게 과분한 스피커인데요. 기타 사운드는 기존에 Two18만 사용할 때도 충분히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면이 있었는데요. BaseTwo25를 함께 사용하면서 레인지가 넓어지고, 전체적인 작업을 모니터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확실히 더 좋은 거 같아요. 다른 좋은 녹음실에서 다른 스피커를 들어봐도 제 작업실, 제 공간에서는 제일 안성맞춤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이제 꽤 오랫동안은 스피커를 바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GL: Amphion 외에도 HEDDphone TWO 제품을 사용하시는데요. 모니터링 시에 자주 활용하시는 편인가요?

적재: HEDDphone TWO /헤드폰 투/는 최근에 구입한 제품이라 아직 앨범 작업에서 사용해 본 적은 없어요. 아무래도 레코딩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까 개방형 헤드폰은 처음 써봤어요. 최근에 작업하면서 사운드를 만지거나 작업한 음악을 모니터링할 때 자주 사용하고 있고, 자연스럽고 디테일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디자인이나 착용감도 만족스럽습니다.



GL: 적재 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진행했던 적재의 야간작업실은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남겼고, 수많은 청취자를 만들어내셨었죠. 

적재: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저 음악 이야기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제작진분들과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야간작업실이라는 이름도 생겨나게 됐어요. 초창기에는 카메라도 없이 음성만 나가는 일종의 팟캐스트 형식이었는데 점점 판이 커지면서 카메라와 조명도 여러 대 생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고정적으로 즐겨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고 덕분에 저도 팬 분들을 많이 얻기도 했고요. 합주 뿐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기도 하고, 그저 보내주신 사연들 읽으면서 수다 떨기도 하고 여러 음악가들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죠.


GL: 밴드 맴버분들과 다양한 곡을 즉흥으로 연주하시던 콘텐츠가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진행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적재: 밴드 맴버로 참여해 준 구본암 형, 김승호 형, 건반의 준피 모두 완성도나 실력 등에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프로 연주자들이다 보니 사실 부담감이 생기는 부분도 있었죠. 아무래도 즉흥으로 연주하고 틀리는 것도 그대로 방송에 나가는 것에 강박이 다들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오랜 시간 야간작업실을 진행하면서 이제는 많이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GL: 최근 야간작업실의 후속 콘텐츠인 적재의 주간작업실 콘텐츠를 시작하셨어요. 

적재: 야간작업실 콘텐츠를 많은 팬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저희도 너무 재미있게 진행했었어요. 이런 식의 연주를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 보니, 다시 시작하게 된 주간작업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신 만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간작업실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 주간작업실에는 좋은 제작진이 포함된 부분이 있고, 일단 시작한 김에 최대한 오랫동안 해보자 하는 게 저랑 제작진의 목표입니다. 



GL: 야간작업실과 주간작업실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게스트로 활약하시는 서동광 님과 같은 작업실을 사용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함께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적재: 꽤 오래전부터 저와 함께 작업실을 나란히 쓰면서 이제는 일종의 동반자가 된 것 같은데요. 오래 알고 지낸 것과 더불어서 성격과 성향이 서로 상호보완 해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필요할 때 도움도 많이 받고, 늘 공연과 앨범도 함께 하고 있고요. 서로 각자 새로 하는 작업물을 들어봐 주고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너무 자주 보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라서 이제는 가족 같아요. 굉장히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아주 좋은 감각을 지닌 엔지니어여서 어디를 가나 필요로 하는 그런 인재죠.


GL: 작업실의 인테리어나 장비 등 엄청난 애정을 담아 만들어진 작업실인 것 같아요.

적재: 기존에 좁고 답답했던 지하를 벗어나고 싶었고 작업실하면 흔히 떠올리는 패브릭으로 둘러싸인 드라이한 공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녹음 부스 사용 빈도가 높지 않고, 저는 제 방에서 녹음하는 걸 선호하는 성향이라서 일부러 부스를 만들지 않았고, 합주나 큰 소리를 내는 악기들의 녹음을 염두에 두어 거실을 크게 만들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해가 질 때 테라스에 나가면 멀리 산 뒤로 해가 넘어가면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GL: 확실히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테리어인 것 같아요. 주간합주실의 합주도 이곳에서 진행하셨죠?

적재: 네 맞아요. 주간합주실 콘텐츠, 합주, 드럼이나 앰프 레코딩을 고려해서 새롭게 준비한 공간입니다. 높은 층고와 데드하지 않은 공간의 울림이 생각보다 좋아서 사운드에 만족하고 있어요. 이 공간을 위해 드럼과 Nord Stage /노드 스테이지/ 건반을 구입했고, 주간합주실 콘텐츠를 시작으로 다양한 레코딩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GL: 다양한 악기의 레코딩이 가능한 공간인데요. 악기별로 어떤 마이크를 사용하시나요?

적재: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타와 보컬 녹음은 제 작업실에서 주로 진행하고 있고, 메인 마이크로 Telefunken /텔레펑켄/의 U47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어요. 가끔 다이내믹 마이크가 필요하거나 합주 시에는 Telefunken의 M80 마이크를 사용하는데요. 커스텀 오더로 주문한 제품이라 애장하는 마이크 중 하나입니다. 드럼은 Telefunken의 DC7 Drum Package /DC7 드럼 패키지/를 추천받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세트와 함께 구성된 케이블이나 홀더도 드럼 레코딩할 때 너무 편하게 잘 구성되어 있고, 사운드도 아주 맘에 들더라고요. 



GL: 존 메이어의 열렬한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본인만의 기타 사운드와 음악 스타일 등 존 메이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 영향을 받으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적재: 존 메이어의 음악을 사랑하고 그분은 저의 아이돌이기 때문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죠. 작곡할 때도, 기타를 연주할 때도 꽤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존 메이어의 기타 릭이나 이런 것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드림씨어터 존 페트루치의 영향도 크게 받아서 속주를 하고 싶어 하는 갈망이 있다 보니까 연주를 딱 들어가면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부분은 영향을 받았고 어느 부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존 메이어의 냄새가 난다고 해주시면 너무 영광스럽고 좋죠. 


GL: 적재 님의 음악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어떤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적재: 앨범 만들 때 특정 장르나 특정 사운드를 고려하지는 않아요. 보통 제가 가지고 있는 우울함이나 약간의 차분함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보다 밝은 노래가 진짜 없고, 고민이 많은 가사들로 시작하는 걸 재밌어하기도 하고요. 제 음악의 장르를 아직도 찾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특징에서 나오는 약간은 어두운 부분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거 같아요. 지금도 계속해서 보고 배우면서 흡수하는 것들도 있고, 취향도 계속 바뀌고, 1집과 2집의 텀이 길긴 하지만 다른 부분도 분명히 있고, 생각보다 기타 비중을 크게 다루는 것도 좋아하지는 않고, 기타보다는 드럼을 가지고 하는 곡들을 좋아해서 드럼 사운드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쉽게 말하자면 평온함과 우울함 사이 어딘가의 음악이라고 할까요? (웃음)



GL: 유튜브의 시대인 만큼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시는데요. 최근 멜로적재질이라는 채널에서 멜로망스 정동환 님과 서울예대 모교를 방문하셨습니다.

적재: 정말 정말 잘하더라고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량을 스스럼없이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대담함도 너무 멋졌고, 실력이 너무너무 뛰어나서 감동했어요. 내가 이런 학교를 졸업했다는 게 자랑스러웠을 정도로 아주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어요. 오랜만에 들린 학교 앞 식당도 아주 맛있었고요.


GL: 모교의 후배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뮤지션을 꿈꾸는 많은 분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적재: 언젠가 제가 제 앨범 활동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나원주 선배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선배님께서 꾸준함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었는데요. 그게 저에게는 그렇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꾸준히 연주하고, 꾸준히 결과물을 만들어 내다보면 그게 쌓여서 네가 된다는 그 말씀이 저를 지금까지도 힘들 때면 바로잡아주는 이정표가 되어주는데요. 뮤지션을 꿈꾸는 분들이시라면 나원주 선배님께서 말씀해 주신 그 꾸준함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처음 시작했던 그때의 심경과 시간이 꽤 지나 현재의 현실은 분명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꾸준하게만 해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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